[여창용의 사극돋보기]'대박' 속 조선의 뒷골목 풍경 1. 투전판과 도박
기사 등록 2016-04-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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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은 기존의 왕과 대신을 중심으로한 사극들과는 달리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극중 주인공인 백대길(장근석 분)과 훗날 영조가 되는 연잉군(여진구 분)의 어린 시절을 그려낸 것은 물론 이들의 활동 무대가 궁궐이 아닌 투전판 같은 기존의 사극에서는 좀처럼 다뤄지지 않았던 공간이라는 점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선시대 뒷골목은 어떤 모습일까? 오늘날에도 대도시의 뒷골목에는 어김없이 도박장이 성행을 하고, 뒷골목의 패권을 잡기위한 암투가 벌어진다. 이는 조선시대에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한문학자 강명관 교수가 쓴 '조선의 뒷골목 풍경(푸른역사)'은 조선시대 뒷골목 모습 특히 도박판의 모습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도박의 역사는 뿌리 깊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자 로마의 병사들이 주사위를 굴려 예수의 옷을 나눠가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조선시대 대표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통해 "어떤 놀이를 막론하고 재물을 걸고 도박한 자는 장 80에 처한다. 무릇 놀이로써 재물을 취하는 자는 그 형률이 같은데 오직 바둑은 천한 자들이 하는 일이 아니니 구분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적었다.
다산이 언급한 도박은 바둑, 장기, 쌍륙, 투전, 강패, 척사 등 6가지다. 그 중 조선후기 도박계에서는 투전이 단연 최고의 인기였다. '대박'에서도 주인공들의 주요 활동 무대가 투전판이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투전은 조선 후기는 물론 19세기말 화투가 수입되기 전까지 도박계를 장악한 최고의 인기 도박이었다. 또한 화투가 수입되자 그 놀음방식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오늘날에도 화투에 투전의 룰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투전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투전은 80장의 종이쪽지로 구성되는데 폭은 손가락 굵기만 하고, 길이는 15cm 정도다. 한면에 사람, 물고기, 새, 꿩, 노루, 별, 토끼, 말 등 그림이나 글을 흘려 적어 끗수를 표시한다. 같은 글자 또는 그림이 열개씩 모여 80장을 이루며 이를 팔목이라고 한다.
정조 때 문인 강이천이 18세기 후반 한성의 풍속을 상세히 묘사한 106수의 한시 '한경사'에는 도박하는 장면이 잘 묘사돼 있다. 앞의 시는 투전판의 모습을, 뒤의 시는 골패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길게 자른 종이에 날아갈 듯 꽃 모양 그려
둘러친 장막 속에 밤도 낮도 모를레라.
판맛을 거듭 보자 어느새 고수되어
한 마디 말도 없이 천금을 던지누나
네 사람 마주앉아 도박판을 열고서
골패 여덟 짝 나누어 쥐었네
그 중 한 놈 좌중 향해 제 끗발 자랑하며
1전으로 10전을 한꺼번에 따오네.
도박의 성행과 함께 당시 도박장에서는 오늘날 전문 도박꾼들의 내기 도박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행태가 벌어졌다. 도박에 미쳐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그 때도 있었다. 당연히 도박장을 개설해 돈을 뜯고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도박장을 열어 고리로 이자를 놓거나, 자릿세를 뜯는 사람들이 나오자 다산 정약용은 "도박장을 설치하고 노름판을 주관한 자는 형률에는 비록 죄가 같을지라도 이는 원흉이니 그 벌이 마땅히 무거워야 한다"며 가혹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만큼 도박으로 인한 폐해가 심했다는 증거다.
투전판은 뒷골목은 물론 기방에도 설치됐다. 도박장을 움직이는 주체는 왈자, 협객이라 불리는 요즘 말로하면 깡패들이었다. 하지만 당시 왈자는 도박에 돈을 쓸 수 있는 경제력을 갖고 있었으며, 때에 따라서는 예술적 취향도 겸비한 중간계급이었다.
중인들이 도박판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신분제도로 인해 중인들은 과거를 치를 수 없었던 반면 경제력이나 문화적 역량에서는 양반들을 능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인들은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과 갈등을 풀어낼 출구로 도박에 빠지게 됐다는 추정이다.
중인계급 사이에서 성행하던 도박은 양반층까지 오염시키기 시작했다. 조선시대 실학자 연암 박지원 또한 '열하일기'에서 밤에 역관, 비장배와 투전판을 벌여 돈을 따고 신이 난 장면이 있을 정도였다.
투전의 폐해는 정신적인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사람을 파탄나게 했다. 투전빚을 받아내기 위해 도박장을 움직이는 세력은 끝까지 사라을 따라다니며 개인과 가문을 파괴했다. 이는 오늘날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물론 도박의 유행을 막기 위한 금령이 있었다. 도박장을 개설하는 자는 삼법사(형조, 한성부, 사헌부)에서 중벌에 처하게 돼 있었지만 실제 거리의 점포에서는 투전, 쌍륙 등 도박 기구가 일상용품으로 팔리고 있었다.
정조 15년 9월 19일 신기경이라는 신하는 투전에 대해 "위로는 사대부의 자제들로부터 아래로는 항간의 서민들까지 집과 토지를 팔고 재산을 털어 바치며 끝내는 몸가짐이 바르지 못하게 되고 도적 마음이 점차 자라게 된다"투전을 팔아 이익을 취하는 자도 엄히 금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조선 후기에 도박이 성행할 수 있었던 것은 조선 후기의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이에 따라 소비 수준 역시 높아졌지만 이 경제력을 올바르게 향유하는 정서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제성장으로 인한 빈부격차가 생기고, 삶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도박에 빠지기 시작했다.
'대박'에서 백대길은 왕의 핏줄을 이어받았지만 왕이 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양지의 왕이 될 수 없었기에 음지의 왕이 되길 선택한다. 그가 선택한 것은 투전이었다. 신분상승의 길이 막혀버린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도박이라는 불확실성에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 할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았던 혼돈의 시기가 오늘날에도 다르지 않다는 점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사진=SBS, 정보='조선의 뒷골목 풍경(푸른역사, 강명관 지음)]
여창용 기자 hblood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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