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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①] 영화 '가비' 장윤현 감독, '잃어버린 황제의 꿈'

기사 등록 2012-03-1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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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홍수연 인턴기자] 황제는 평화로운 제국을 꿈꾸었다.

고종황제를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왕이라 기억하는 이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신문물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확고한 대한제국의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 '가비'는 우리의 고종황제에 대한 이야기다. 커피를 좋아하는 장윤현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처음 커피를 즐겨 마신 사람이 고종황제라는 사실을 깨닫고 호기심이 생겼다.

장 감독은 "황제께서 러시아 공관에서 처음 커피를 마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자 머릿속에 커피잔을 들고 있는 황제의 모습이 그려졌다"고 말했다.

영화 '가비'의 시작은 장 감독의 고종황제에 대한 궁금증과 오해에서 비롯됐다.

"나는 그동안 고종황제를 자랑스러운 왕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가 뜨겁게 외치던 '대한민국'의 '대한'이라는 말과 태극기를 만든 사람이 고종황제였다는 사실 알게 되면서 호기심은 커졌다."

장 감독은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설립하며 이룬 업적을 이야기해줬다. 장 감독의 말에 따르면 대한제국은 정말 놀라운 나라였다.

"GNP(국민총생산지수)는 300%에 육박했으며 대한제국이 설립된 후 3년 만에 300여개의 무역회사가 설립됐다. 당시 종로를 달리던 전차는 일본의 동경보다 2년 먼저 생긴 것이었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건 고종황제 덕분이었다."

제일 처음 한반도에 철도를 기획했던 이도 바로 고종황제였다. 고종황제는 당시 수도였던 한성을 중심으로 한반도 전역에 철도를 설계하고자 서양의 기술자에게 그 일을 맡겼으며 일본은 단지 설계에 따른 공사만 수행한 것뿐이었다.

"고종황제는 오해를 만들어 내기에 좋은 왕이었다. 워낙 조용하셨으니까. 고종황제는 독서광이셨는데, 당시 상해에 유명한 번역서를 출간했던 서점에서 3천권을 가져와 경복궁 뒤 도서관에 두고 그 책을 읽으셨다. 그리고 신하들도 함께 읽게 하셨다. 고종황제는 신하들에게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일 필요성을 역설하셨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장 감독은 영화 '가비'를 기획하며 잃어버린 고종황제를 제자리에 되돌려 놓고자 했다. 정관헌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고종황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선 최초의 동양문물과 서양문물의 절충형 건물인 정관헌의 위치를 보면 매우 흥미롭다. 덕수궁은 크게 2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졌는데 조선의 양식에 따라 지어진 덕홍전과 함녕전, 그리고 서양의 양식에 따라 지어진 석조전이 바로 그것이다. 덕홍전과 함녕전 뒤에 위치한 정관헌은 고종황제가 석조전을 조용히 바라보며 신문물을 받아들이려 한 마음이 담겨있다."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 만들어낸 오해에 따라 고종황제를 기억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진실은 밝혀지게 돼있다. 종교보다 강한 것이 바로 진실이니까.

홍수연 인턴기자 hsy@ 사진 백성현 기자 sthay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