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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수종의 ‘행복일기’ ④ “흙탕물로 생계를 유지하다”

기사 등록 2012-05-1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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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우 최수종]'원조 아이돌' 최수종. 그는 수십 년이 넘는 연기 경력과 남 모르는 선행으로 일반 대중들에게는 '진정한 스타'로 자리매김한 베테랑 배우다. 어느 덧 데뷔 25년차. 하지만 그의 열정은 남다르기만 하다. 항상 노력하는 자세로 연기를 하고 특유의 섬세함과 포근함으로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요즘은 국내를 넘어 일본팬까지 확보해 '글로벌 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하트하트재단의 친선대사이기도 한 최수종은 최근 꾸준한 기부 활동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아프리카의 탄자니아를 방문해 따뜻한 손길로 현지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고, 소통의 시간도 가졌다.

이슈데일리는 최수종이 직접 쓴 ‘행복일기’를 통해 그의 따뜻한 속내와 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 타인과의 소통이 어떻게 행복에 이르게 하는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최수종의 ‘행복일기’ ① “9살 소년의 고된 짐,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② “미소천사 알리마”
최수종의 ‘행복일기’ ③ “소년 라시드, 엄마 아빠의 눈이 되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④ “흙탕물로 생계를 유지하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⑤ “트라코마에도 꿋꿋한 부녀의 情”
최수종의 ‘행복일기’ ⑥ “함께 노래하고, 소통하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⑦ “아이들의 눈이 되주고 싶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⑧ “부모라서, 미안해”
최수종의 ‘행복일기’ ⑨ “한 줄기 희망의 빛, 저는 믿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⑩ “작은 실천, 사랑의 초석으로..”

<프롤로그>

영화촬영을 마무리하고 하트하트재단의 친선대사 자격으로 지난 4월 7일 탄자니아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죠!. 남들은 한 번 가기도 힘들다는 아프리카, 그것도 동일한 국가를 한 번 더 방문한다고 했을 때 주변사람들은 의아해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길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픔의 땅' 아프리카는 언제든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이기 때문이었습니다. 1년 전 방문과는 달리 이번에는 탄자니아 남부에 위치한 음트와라라는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새로운 지역과 만남에 대한 긴장감, 그리고 기대감도 있었지만 가슴 한 켠에는 왠지 모를 미안함과 죄스러운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의 작은 변화를 기대하며 탄자니아를 방문했지만, 인천공항에서 카타르의 도하를 경유하고, 탄자니아 다레살람에서 다시 국내선 항공으로 갈아타고 도착한 음트와라는 1년 전 제 기억 속에 있는 탄자니아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는 대비되는 현지인들의 삶, 절대빈곤이라는 현실적 한계는 여전히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찾은 음트와라는 탄자니아 내에서도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타지역에 거주하는 현지인들의 발길조차 뜸한 곳이었습니다.

사랑과 희망을 나누러 가는 길, 제 바람은 늘 한결같습니다. 5박 7일의 일정동안 ‘사랑이란 언어로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 ‘비록 그들이 처한 상황을 내가 변화시킬 순 없지만 모든 사람의 삶은 분명 이유가 있고, 희망이 있음을 전하는 것’, 그것뿐입니다.

▲“흙탕물로 생계를 유지하다”

같은 날 오후 3시쯤 저는 라시드의 작은 손을 꼭 잡고 물을 길으러 갔습니다. 라시드와 라시드 가족이 쓸 물을 한통이라도 더 얻고 싶었기에,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물이 있는 곳은 성인인 저조차도 힘에 부칠 정도로 상당히 멀었습니다. 라시드의 집에서 2km가 떨어진 그 곳을 라시드는 하루에도 두세 번을 오고간다고 했습니다. 이 어린 소년이 매일 구슬땀을 흘리며 고생할 모습을 생각하니, 어느 덧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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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시드가 생계수단인 흙탕물을 정성스럽게 물통에 담고 있다.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뜨거운 태양 아래 좁다란 산길을 지나면서도 저는 행복했습니다.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라시드 가족에게 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저는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뿌연 흙탕물.. 이 물을 얻기 위해 라시드는 하루 4시간을 걷고 있었습니다. 라시드 가족은 이 흙탕물을 마시고, 이 흙탕물로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세수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헛된 기대와 상상이 저를 더욱 부끄럽게 했습니다. 깨끗한 물에 대한 기대조차 사치인 사람들..흙탕물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그들의 삶 앞에서 제 마음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는 저에게 뿌연 흙탕물이 라시드 가족과 마을 주민들의 생계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죄스러웠습니다. 마음 한 켠이 미칠 듯이 아파왔습니다.

물통 사진.jpg

▲ 최수종과 라시드가 함께 힘을 모아 담은 흙탕물이 담긴 물통이 놓여져 있다.

저는 뿌연 흙탕물이 담긴 물통을 들고 풀숲을 헤치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 흙탕물 한 방울 조차도 이 곳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생계의 수단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었습니다.

일부러 느리게 걷는 제가 답답했던지, 라시드는 먼저 앞으로 걸어가 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어른인 제가 들기에도 벅찬 물통을 머리에 이고도 라시드는 종종걸음으로 수풀을 헤치고 씩씩하게 걷고 있었습니다. 쓸쓸한 라시드의 뒷모습..저는 먹먹한 가슴을 억지로 누르며 고개를 떨궜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⑤는 5월 16일 게재됩니다>

[감수 양지원기자 jw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