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연의 영화이야기]'비밀은 없다' 이경미X박찬욱, 두 사람이 만든 하나의 영화

기사 등록 2016-06-2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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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성연기자]최근 충무로에서 '여성 감독 기근 현상'이 심화돼 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비웃듯 오랜만에 극장가에 찾아온 여성 감독이 있다. 바로 이경미 감독이다.

지난 2008년 공효진 주연 '미쓰홍당무'의 양미숙이라는 희대의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킨 바 있는 이경미 감독은 그해 열린 제29회 청룡영화상에서 '미쓰홍당무'로 신인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그로부터 8년만이다. 8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경미 감독은 지난 14일 있었던 언론시사회에서 "이 작품 하나를 8년간 쓴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인 '도끼' 시나리오 작업과 '여교사'라는 스릴러를 썼었다"며 "'여교사'라는 시나리오가 좋은 비전을 보여주지 못해 서브플롯을 발전시켜 '비밀은 없다'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혹자는 이경미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조합이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미쓰 홍당무'를 제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미 이경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미쓰 홍당무'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또한 '미쓰 홍당무'의 배역 중 한 사람에게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기도 했다. 극중 양미숙(공효진 분)이 안면홍조증을 치료하기 위해 상담을 받는 의사의 이름이 '박찬욱'이었던 것.

뿐만 아니라 박찬욱 감독은 실제 영화 속에 몇 초간 특별출연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엔딩 크레딧을 유심히 본 관객이라면 그가 어떤 역할로 참여했는지 발견하고 남들이 모르는 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작품에 영감을 주며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 중 대다수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란 것을 생각했을 때 여성 감독인 이경미 감독의 시선이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을 수도 있다. 이는 반대로 이경미 감독의 작품에 박찬욱 감독이 참여했을 때도 마찬가지인 상황이 벌어진다.

이경미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던 '여교사'란 작품의 서브플롯을 가지고 '비밀은 없다'란 작품을 완성시키게 할 수 있었던 영감과 촉매제 역할을 한 것도 바로 박찬욱 감독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충무로에 거장 감독과 그가 키운 여성 감독이 합동 작업을 펼쳤던 사례가 전무했던 것을 떠올려 볼 때 이들의 작업방식은 굉장히 흥미롭다. 두 사람은 현재 서로가 생각할 수 없는 보완점들을 떠올려내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최근 김민희, 김태리 주연의 영화 '아가씨'를 선보이며 자신의 미성년자관람불가 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하며 이를 증명했다. 이에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이슈데일리 DB)

 

김성연기자 sean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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