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캡틴 : 아메리카' 독과점 논란 속 '탐정 홍길동'...문화적인 가치는 무엇일까

기사 등록 2016-05-0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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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모두 피하기 바빴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맞붙는 영화가 있다. 지난 4일 개봉된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 그렇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케 하는 이같은 현상은 한국영화가 아직 외국 히어로 물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결과였을 터. 영화 관계자라면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블록버스터 히어로 물’의 압도적인 물량 공세와 저력을 현실적으로 무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마블코믹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쾌속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주 황금 연휴를 맞아 700만 관객(7일 기준)을 눈앞에 두며 외화 중 가장 빠른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 이와 맞붙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70만 관객(7일 기준)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약 ‘10배’의 관객 수가 차이나는 셈. 그렇다면 두 작품의 이 극명한 차이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문화적일까.

한국영화가 한국에서 외국영화의 점유율을 이길 수 없는 것은 상당부분 넌센스로 남는다. 이는 소위 ‘국가주의’나 ‘국수주의’의 입각한 개념이 아니며 오히려 지나친 시장논리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개봉 첫 주 90%대의 점유율을 유지한 바 2000개 정도의 스크린을 확보해 1만회 이상 상영했다. 즉 극장가를 찾은 관객들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많이 선택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점유율의 법칙에 따라 선택 당했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영화관을 찾아 어떤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당하다는 것은 문화산업에 있어 치명적인 오류를 유발할 수 있다. 문화산업의 근간은 수용자들의 취향과 개성을 존중한다는 전제 안에서 활성화될 수 있기에 그렇다. 예컨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관객은 요즘 극장가를 찾았을 때 어떤 상황을 겪어야 하는가.

90%의 점유율이란 10개의 스크린이 있다면 그 중 9개의 스크린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상영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즉 관객들은 남은 10% 남짓의 스크린 안에서만 선택권을 갖는 셈. 그런데 이를 선택권이라고 부르는 것도 일종의 코미디 아닐까. 어떤 영화를 볼 지에 대한 선택권이란 점유율을 관객에게 맡겼을 때 온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관객이 선택한 점유율이라기 보단 시장논리가 선택한 점유율로 평가된다. 이런 점유율을 미리 정했던 주체는 극장과 관객 중 과연 누구였나.

이 같은 상황 속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상영은 고군분투라고까지 느껴진다. 한국 영화들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비슷한 개봉 시기를 우연이든 필연이든 회피한 것이 기정 사실이라면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유일무이하게 이와 맞붙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만일 우연이었다면 이는 지독한 우연이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히어로인 ‘캡틴’과 한국을 대표하는 영웅인 ‘홍길동’이 일종의 대항전을 펼치는 형국이 그려졌기에 그렇다.

이처럼 스크린이라는 경기장에서 두 작품이 현재 경쟁을 하고 있다면, 애초에 ‘캡틴’의 관중석이 ‘홍길동’의 관중석보다 몇 배를 넘게 더 확보됐으므로 시작이 공평한 게임처럼 보이진 않는다. 경기의 퀄리티를 떠나 관중에 따른 입장료의 차원에서 그렇다.

일각에서는 두 작품이 비슷한 시기 상영작으로 경쟁하는 것에 대해 한국 영화의 ‘용기’라고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 역시 든다. 한국 영화시장에서 한국 영화가 상영되는 것에 이토록 ‘용기’까지 필요한 것일까. 이는 그만큼 외화 블록버스터의 입지가 압도적인 까닭에 있다. 실제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최근 스크린 점유율은 독과점 논란이 제기됐을 만큼 과도했다. 논란 때문이었을까. 7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10일 만인 6일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전국 1771개 스크린에서 8589회 상영, 점유율은 64.9%로 낮아졌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본다면 점유율은 여전히 높다.

사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외국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비판적으로 바라봐서도 안 되며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 한국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옹호해서도 안 된다. 어느 쪽이든 극단적이고 편협한 시각은 문화적인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핵심 논지는 두 작품 중 어떤 편에 서려는 것이 아니며 두 작품의 공정한 경쟁을 바라는 것에 더 가깝다.

즉 외국영화든 한국영화든 지나칠 만큼의 좌석 점유율을 갖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문화산업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첫째, 한 작품의 독과점 현상은 다른 작품들이 설 수 있는 입지(=존재가치)를 심각한 수준까지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한 작품의 독과점 현상은 관객들의 취향에 따른 온전한 선택권을 박탈시킬 가능성이 높기에 그렇다. 이를 확실하게 뒷받침하는 근거는 수학적 통계를 통해 손쉽게 증명되므로 거창한 논증까지 필요 없으나 문화적인 측면에서만 말하자면 독과점 현상은 다양성을 상실 및 축소시키는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에 상당부분 문제가 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현재의 기세를 몰아 ‘천만 영화’로 등극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추이를 참고하면 확률 상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면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올 상반기 극장가에 어떤 행보를 보여줄까. 지금까지의 추이를 참고하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보다는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를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관계자들 역시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리라. 오히려 그렇기에 ‘용기’라고 부르는 것 아닐까.

두 작품 중 어떤 영화가 더 재미있고 유익한지는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그러므로 스크린의 점유율도 관객의 그 선택에 따라 온전히 정해질 수 있어야 옳다. 이는 비단 ‘캡틴’과 ‘홍길동’만을 의미하는 차원이 아닌 문화산업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바람이다. 물론 문화산업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경쟁이 있기에 각 작품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톡톡히 이끌어낼 수 있다. 어떤 작품을 만들 때 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대비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페어플레이’라는 전제 안에서 시작돼야만 혼선이 없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경쟁이 ‘페어플레이’였는지는 각자 생각해볼 것. 이번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는 보는 이들의 관점에 따라 견해가 달라질 수 있으며 관계자들의 입장에 따라 첨예할 수 있기에 그렇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문화적인 가치’일 것이다. 문화적인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 더불어 문화적인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주장도 비판도 있기 마련. 두 작품이 우려를 딛고 공정하며 건강한 각축전을 벌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포스터= 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포스터=CJ엔터테인먼트 제공)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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