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무당]'태풍이 지나가고' 예고편 본 후...'노답男'의 인생 전환?

기사 등록 2016-07-0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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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영화무당’은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화제작들의 예고편을 장면마다 꼼꼼히 살펴보고, 제작진이 미처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를 기자들의 시선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코너다.<편집자주>

‘영화무당’ 세 번째 시간에는 오는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일본영화 ‘태풍이 지나가고’(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다뤄보겠다. 이 영화는 여느 가족 간에 벌어질 법한 이야기를, 섬세하고 디테일한 초점을 지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하며 또 하나의 감성 가족 드라마를 완성했다.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수많은 가족드라마를 일상적인 그만의 색깔로 탄생시키며 거장으로 손꼽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태풍이 지나가고’는 일단 작품성이 담보된다. 여기에 일본에서 드라마와 연극, 영화 등 다방면으로 활약 중인 스타배우 아베 히로시가 주연으로 나서 화제성까지 더하고 있다.

‘태풍이 지나가고’는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한 채 유명 작가를 꿈꾸는 사설탐정 료타가 태풍이 휘몰아친 밤, 헤어졌던 가족과 함께 예기치 못한 하룻밤을 보내며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일단 예고편 초반에서는 주인공 료타가 어느 한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의 단란한 모습을 은밀하게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모습으로 소개된다. 남자 아이가 한 야구 경기에 참가한 가운데, 부모로 보이는 중년 남녀는 아이의 경기를 응원한다. 지인의 “그렇게 사랑했어요”라는 질문에 “당연하지, 가족이었는데”라고 대답하는 료타의 말로 그는 여자의 전 남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저 둘 벌써 그렇고 그런 사이일까?’라고 다소 지질한 혼잣말을 내뱉는 료타에게서 아직 그녀에게 미련이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난 말야 대기만성형이야”라고 외치는 료타. 하지만 언제 성공할지 모르는 상태로 ‘대박 작가’가 되기만을 희망하는 나태한 사고를 지녔다. 이혼에, 약간의 도박까지 일삼는 아들의 꼴을 보고 있자니 복장이 터진 그의 엄마 요시코(키키 키린 분)는 “서두르지 않으면 나 귀신 될 거야”라며 귀신 코스프레를 시전, 충격요법을 주기도 한다. 이에 료타는 문득 자신의 인생을 점검해본다. ‘내 인생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인 건지’.




양육비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하는 료타는 사실 ‘아들 바보’다. 싱고(요시자와 타이요 분)에게는 운동화를 사주면서는 “괜히 망설이지마. 미즈노 걸로 사줄게”라고 허세를 부리기까지 하니 말이다. 이에 전 아내 쿄코(마키 요코 분)는 “그렇게 열심히 아빠 노릇 할 거였으면 같이 살 때 잘하지 그랬어”라고 일침을 놓는다. 여기까지 놓고 봤을 때 료타는 이혼 전에도 ‘대기만성’을 운운하며 한량한 삶과 함께 가족에게 무신경했던 아버지였던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태풍이 휘몰아치는 밤, 헤어진 가족은 우연히 재회를 하고, 어떠한 사건이 생긴다. 이후 눈치는 챘을까. 이 날이 료타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지를. 요시코는 “왜 남자들은 현재를 사랑하지 못하는 건지”라고 이혼 후에 오히려 더 미련을 두는 그에게 한 마디를 하며 “행복이란 건,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손에 받을 수 없는 거란다”라고 아버지가 됨에 있어서는 희생정신이 따른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때 감독은 ‘지금 당신은 당신이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라고 관객들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그날 밤, 료타는 싱고와 단 둘이서 놀이터 공사장에서 비를 피하게 된다. 이 때 싱고는 “아빠는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된 거야?”라고 물으며 료타의 인생을 또 한 번 점검케 만들었다. 이에 료타는 “아빠는 아직 되지 못했어”라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 료타는 최대치의 회한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그의 또 다른 지인 역시 “누군가의 과거가 될 용기를 가져야 남자는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거야”라며 생각에 무게감을 얹는다. 얼마 후 쿄코는 료타에게 “마음 정해졌으니까 편히 갈 수 있게 해줘”라고 부탁한다. 그녀는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또 료타는 어떤 심경에 접어들까. 아마 쿄코는 최근 싱고의 야구경기를 함께 보러 온 새 남자와 재혼을 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렇게 ‘서툴지만 누구보다 뜨겁게 이 순간을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문구는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요시코는 베란다 나무 화분을 응시하고 있는 그에게 “꽃도 열매도 안 생기지만 다 세상에 필요한 거야”라고 인생을 자연에 비유한다. 그렇게 요시코가 던지는 삶에 대한 조언은 관객들에게도 선사하는 메시지가 되어 온다.

우리는 ‘태풍이 지나가고’라는 독특하고 의미심장한 제목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과격한 태풍이 몰아치는 시점, 주인공 료타는 무언가 격변할 것만 같은 주변 상황 속에서 심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한다. 이후 료타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좀체 답이 보이지 않던 그가 변화를 할 수는 있을까.

사실 이 영화, 예고편으로 대략적인 흐름이 파악되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는 뻔한 이야기라도 디테일하고 공감적이게 그려나가는 고레에다 감독의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흥미롭게 영화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올해 제69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 상영된 ‘태풍이 지나가고’는 고레에다 감독의 6번째 공식 초청작이다. 이만큼의 정보만 해도 관객들이 영화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사진='태풍이 지나가고' 예고 영상 캡처)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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