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휘 칼럼3] 배우 현빈, 가수로서의 가능성은?

기사 등록 2011-06-2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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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휘] 곡은 미리 정해졌다. ‘휘(徽)’의 ‘가질 수 없는 너’ 내가 부른 바로 그 곡이었다. 먼저 스튜디오에 도착한 나는 미리 준비해 놓은 여러 녹음 데이터를 엔지니어와 함께 정리하고 있었다.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고 편안한 복장과 덥수룩한 수염에 모자를 눌러 쓴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가 바로 ‘현빈’이었다.

아마 돌이켜 생각해보면 영화 ‘만추’의 촬영을 위해 수염을 길렀었던 것으로 추측돼지나, 당시에는 내가 생각했던 ‘모태 귀공자 현빈’의 깔끔하고 신사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입은 트레이닝복이 그 어느 수트 보다 멋있을 수 있다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독자들은 아주 잘 알고 있으리라.

그는 한참이나 동생이고 후배인 나에게 깍듯이 인사를 건네었다. 한마디로 그는 프로였다. 스튜디오 안에서의 ‘휘’를 동생이자 후배가 아닌 자신의 음반을 담당할 프로듀서로 인정해 준 것이었다.

본격적인 녹음에 앞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여러 생각과 가치관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현빈’보다 더 멋진 ‘남자’였다.

그는 한류스타와 걸맞지 않게 겸손했고, 자신의 일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작품에 임하는 자세와 그가 추구하는 것들은 후배인 나에게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해주고 있었다.

점점 더 욕심이 났다. 더욱 더 잘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녹음이 시작되고 그의 노래를 처음으로 들었다.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그의 노래는 투박하고 솔직했다. 이를 각오한 바는 아니지만 그의 노래는 나를 깊은 사색에 빠지게 만드는 노래였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 나가야할지... 그는 가수가 아닌 배우다. 배우로서 ‘현빈’의 노래는 훌륭했지만 호흡, 발성, 음정, 박자 같은 가수의 기본적 잣대로는 당연 불합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안에 길이 보이는 듯 했다. 그는 연기를 하려고 하고 있었다. 홀로 마이크 앞에 서서 연기하는 것이 꽤나 어색해 보였지만 그는 분명 연기를 하고 있었다.

연기와 노래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노래라는 것은 결국 마이크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기에, 나는 그에게 잠시 동안 시간을 주어 가사의 내용을 다시 읽어볼 것을 권유했고, 곡 중 화자가 되어 줄 것을 요구했다.

음정, 박자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 가수들의 그 것보다 더 깊은 감정선을 보여주자. 그 것이 ‘현빈’ 만의 음악이 될 테니까. 바로 그 음악이 청중들이 듣고 싶어 하는 ‘현빈’의 음악일 테니까.

 

정리= 최준용기자 enst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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