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구]'천일의 약속' 김해숙과 박영규 '의미있는 존재감'

기사 등록 2011-12-0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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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혜정기자] 웰메이드 드라마일수록 주인공 주변에서 드라마에 균형감을 불어넣는 인물이 반드시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없다면 그런 인물을 만들어서라도 등장시켜야 합니다. 한 편에서 할퀴고 싸울 때, 다른 한 편에선 보듬고 웃음을 줄 수 있는 비중 있는 조연의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드라마는 윤기가 없어지고 팍팍해집니다. 그래서 웰메이드 드라마일수록 예외없이 존재감 있는 조연급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SBS '천일의 약속'에선 지형의 엄마(김해숙)와 노이사장(박영규) 그리고 서연의 고모(오미연)가 바로 그런 존재들입니다. 특히 김해숙과 박영규는 그간의 역할과 사뭇 다른 상류층 인물로 변신해 호연을 펼치고 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이전의 드라마들에서 이들은 주로 서민층을 대변하는 인물들로 나와 주책스럽고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며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해주던 배우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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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 산부인과'나 '똑바로 살아라' 같은 시트콤에서 백수, 푼수로 남다른 코믹연기를 보여준 박영규는 '천일의 약속'에선 궁전 같은 주택에 사는 재벌급 이사장으로 신분이 수직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박영규는 시트콤에서 쌓은 기존의 이미지 때문인지 뭘 해도 그리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상류층 집안의 유일한 코믹 캐릭터 같은 인상인데, 이런 박영규 특유의 낙천적인 분위기는 이미숙의 불안정한 분위기와 기막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극중 까탈스러운 이미숙 때문에 불편한 이사장 집안의 분위기를 박영규가 완화해주고 있습니다.

'천일의 약속'에서 상류층 엄마로 출연하고 있는 김해숙은 기존에 그녀의 이미지와도 다를 뿐더러 독설을 내뿜는 독한 엄마가 등장하는 통상의 멜러물과도 다른 엄마입니다. 드라마에서 그녀는 모든 집안을 통틀어 가장 사려깊고 신중하며 자상한 어른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파혼과 함께 들이닥친 집안의 시련 속에서도 그녀는 파혼한 상대방 집안을 조용히 드나들며 상처 입은 당사자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며 감싸안습니다. 나아가 이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지형과 서연의 결혼마저 어쩔 수 없이 감수할 태세입니다.

박영규와 김해숙은 드라마를 떠받치는 명품 조연입니다. 이들은 이전의 서민역할과는 정반대로 상류층의 부모역을 맡아 마음 고생이 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한치의 흔들림 없는 연기로 파국 직전의 그 숨막히는 분위기를 진정시켜주고 있습니다. 이들의 안정감 있는 모습과 존재감은 드라마의 윤활유나 다름 없습니다.

 

박혜정기자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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