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신승훈, 가장 소중했던 6년의 시간

기사 등록 2013-10-29 07:38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김하진기자]가수 신승훈이 4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23일 발표한 새 음반은 변화가 가득하다. 지난 2008년 '라디오 웨이브(RADIO WAVE)'와 2009년 러브 어 클락(LOVE O'CLOCK)'에 이은 3부작 프로젝트의 완결이기도 한 '그레이트 웨이브(GREAT WAVE)'가 그것이다.

6년에 걸쳐 음악적 자아를 찾는 실험과 여정을 마무리 지으며 앞서 내놓은 두 음반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 이유 있는 변화

이번 음반에는 타이틀 곡 '쏘리(Sorry)'를 비롯해서 '내가 많이 변했어' 그대' '러브 위치(Love Witch)' '마이 멜로디(My Melody)' 그랬으면 좋겠어' '나비효과' '사랑치' '라디오를 켜봐요' 등 총 9곡이 수록돼 있다. 힙합 듀오 다이나믹듀오 최자, 버벌진트, Ra.D 등과의 콜라보레이션이 유독 눈에 띈다.

"힙합과의 콜라보레이션이 또 다른 시도였다면, 나머지 곡들은 지난 두 음반에서 했던 것들이에요. 앞서 곡들을 작업하면서 얻은 경험들을 토대로 발전시키고 변화한 거죠. 오랜 시간, 수정을 거듭하면서 완성도 있는 음반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힙합과 발라드는 물론, 재즈와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

"신승훈의 남자 팬이라면 거의 넥타이 부대들이에요. 상사에 치이고, 가정에 힘들 때 신승훈 노래로 위안을 받고 싶은 그런. 그런데 막상 제 노래는 직접 부르기 어렵다는 말을 참 많이 들어요. 그래서 이번 음반에는 부르기도 쉬운 곡들을 시도했어요. 사랑과 이별뿐만 아니라 3, 40대 팬들이 힘들 때 이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노래방에서도 부를 수 있는 곡들 있잖아요, 진정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 노래 하나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무려 23년을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살았다. '황제'라는 수식어만으로 알 수 있듯 대중들 역시 뮤지션으로서의 그를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빠르게 흘러가는 가요계는 낯설기만 하다.

"음악을 듣기 위해 감상실을 가거나, 음악에 의해 인생이 변하는 일이 이젠 거의 없잖아요. 저만 해도 고(故) 김현식, 유재하의 음악을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어요. 경영학과 출신이 곡을 쓰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고요. 한 노래에 인생이 바뀌지 않는 것이 현재의 음원 시장이죠"

"레코드숍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그런 문화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많이 아쉬워요. 지금은 집에 CD플레이어가 있는 사람도 드물걸요. 내놓는 음반이 자식과도 같은 것인데, 이제는 그냥 명함이 돼 버린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시대의 흐름이지만, 분명 안타까운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23년 동안 2년에 한 번씩 꼭 신보를 내놓은 신승훈은 이번에도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음반은 기승전결이 있고, 예고편이 있고 본편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예고편만 있으니 인생이 바뀔 수가 없죠. '내가 많이 변했어'를 선공개곡으로 선택한 이유는 가장 가볍게 대중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어요"

물론 신승훈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당시를 떠올렸다.

"음악이란 게 아무리 좋아도 지겨워질 때가 있어요. 밥 대신 다른 걸 먹게 되는 날이 있는 것처럼. 2년 동안 음악을 듣지 않았어요. 모두를 끊었죠. 텔레비전만 봤어요. 그것도 음악프로그램이 아닌, 다큐멘터리 위주로요. 다시 듣게 된 계기요? '이제 그만하자'는 마음이었죠. 그리고 시작한 것이 사무실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 모든 사이트의 가요를 들었어요. 이 장르엔 누가 있고, 그러면서 모든 계보를 다 섭렵했죠. 그러니까 다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4년 만의 신보가 더욱 특별하다.

"그것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기도 해요. 그동안은 콘서트에서도 이전의 것들을 답습하는 데 그쳤으니까요. 있었던 것을 해보자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거죠"


◆ 가장 소중했던 지난 6년의 세월, 그리고 내일

"체계가 잡히지 않았는데 11집이라고 쓰고 싶지 않더라고요. 나이가 들고, 내 음반 역시 18집 혹은 19집이 되는 것이 싫었어요. 그래서 사실 '다시 쓰기 1집'이라고 할까도 고민했죠.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맘으로"

3부작 프로젝트가 생겨난 이유다. 6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2013년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이번 3부작은 11집을 내기 위해 실험을 해보는 거예요. 물론 다른 이들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저의 안에서는 큰 의미에요. 음반을 내기까지의 과정들 속에서 느낀 것들이 많아요. 사실 노래보다 그게 더 중요하죠.

"3부작 시리즈, 지난 6년의 시간은 제게 가장 소중했던 시간들입니다."

신승훈은 또 다른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11월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013 더 신승훈 쇼-그레이트 웨이브'를 열고, 6년 동안의 변화를 마음껏 펼칠 예정이다.

"가수의 마지막 꿈은 공연이죠. 자기 음악으로 팬들과 2, 3시간씩 이야기를 하면서 소통하는 것, 이문세 조용필 이승철 등이 검증해주고 있는 것처럼 가수의 마지막 목표는 콘서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달 열리는 콘서트는 지난 2004년 '더 쇼' 시즌 1의 마지막 공연이에요. 앞서 소극장, 세종문화회관, 체조경기장까지 많은 곳에서 했던 공연을 합쳤죠. 이전의 공연을 모두 봤더라도, 이번 공연을 오지 않는다면 후회할 겁니다"

음악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신승훈의 '앞으로 20년'이 기대된다. 여전히 아티스트를 꿈꾸는 그의 의미 있는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김하진기자 hajin1008@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