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선의 영화 원정기] ‘앤트맨’에서 ‘인터스텔라’를 보았다.

기사 등록 2015-08-29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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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작다고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히어로가 등장했다. 바로 ‘앤트맨(감독 페이튼 리드)’이다. 자신에게 유일한 외동딸에게 멋진 아빠로 거듭나기 위해 좀도둑질을 버리고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 분) 박사가 제안한 앤트맨으로 변신한 스콧 랭(폴 러드 분)은 페이튼 리드 감독의 기상천외한 연출 속에서 관객들에게 줄곧 예상치 못한 비주얼과 웃음 폭탄을 안긴다.

앤트맨은 그야말로 수트와 헬멧을 착용하면 몸이 개미 크기로 작아지며 깜찍하기 그지없는 자태를 과시한다. 코딱지만큼 작다고 마냥 귀여워하거나 얕봐서는 안 된다. 앤트맨은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할 존재가 될 수도 있고, 자칫 우리 히어로를 밟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 위용은 가히 위협적이다. 작은 몸집에도 그가 잽싸게 날며 휘두르는 펀치는 웬만한 마블 히어로와 맞먹는 에너지를 내뿜으며 단 한 번의 가격으로도 적을 금새 쓰러뜨린다.




앤트맨의 시점에서 바라본 인간세계는 다른 히어로들이 보지 못한, 심지어 ‘반지의 제왕’ 호빗조차 볼 수 없었던 거대하디 거대한 위험한 신세계로 펼쳐진다. 스콧 랭이 처음 앤트맨으로 변신한 곳인 욕조에서 물이 틀어진 순간, 이곳은 ‘노아의 방주’와 같은 긴급 재난 상황으로 치닫는다. 또 클럽에 흘러흘러 얼떨결에 입장한 후에는 일정한 비트에 맞춰 찍는 사람들의 스텝에 압살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우리도 모르게 귀엽고 작은 존재들을 살생하지는 않는지 한 번 쯤 바닥을 관찰하며 다녀야겠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개미가 추락할 때 앤트맨이 보는 관점에서는 마치 블랙 호크 헬리콥터가 추락하는 듯한 아찔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앤트맨의 주 교통수단이 날개미인 점도 흥미롭다. 이 장면은 마치 판타지 영화에서 주인공이 거대한 용을 타고 다니는 듯한 연출을 하고 있어 신선한 재미를 안겨준다.

이 작은 앤트맨에게는 매 순간이 위대하고 장엄하게 다가온다. 앤트맨이 무언가 행동을 할 때 함께 흐르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배경음악이 그의 심경을 대변해준다. ‘나는 역사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히어로야’라는 느낌을 한껏 날려주며 비행을 하거나 작전을 야심차게 이행할 때, 보통 인간의 시점으로 넘어간 앵글에서는 무음처리와 함께 웬 개미가 작게 꿈틀거리는 모습이 포착돼 관객들이 폭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앤트맨의 동료 개미들 또한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손가락만한 크기의 앤트맨의 복장과 헬멧을 영차영차 스콧 랭에게 옮겨다주는 모습, 각설탕을 열심히 들고 커피 잔 위에 올라타 커피에 던지는 친절한 메이드 같은 모습으로 관객들은 그 어디서도 접하지 못했던 ‘마이크로 큐트’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는 부성애를 스토리의 기반으로 다룬 측면과 양자의 세계를 체험하는 앤트맨의 비주얼 쇼크 장면들에서 비롯된 것일 터이다. 특히 양자의 세계를 장시간 노출시킨 시퀀스는 그 어떤 영화에서도 선보이지 않았던 상상초월 영상미로 관객들의 안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양자 시퀀스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를 다룬 탓에 마치 ‘인터스텔라’의 5차원을 접하는 순간처럼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때문인지 카페트를 가르며 달리는 앤트맨을 보고 있노라면 옥수수밭 사이를 차로 질주하는 쿠퍼(매튜 맥커너히 분)가 떠오르는 착시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주인공이 마이크로 사이즈로 변신하는 탓에 어쩌면 1987년 작 ‘이너스페이스(감독 죠 단테)’가 떠오를 수도 있는데, 이너스페이스는 비교적 현실적인 시선으로 인체를 관찰했다면 앤트맨은 다분히 상상 속 양자 세계를 구현했기 때문에 두 작품이 주는 비주얼적 재미는 엄연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앤트맨은 의외로 추석 시즌에 적절한 가족영화이기도 하다. 앤트맨과 행크 핌 박사의 각자 딸에 대한 부성애가 꽤 밀도 있게 그려졌기 때문. 두 부녀의 각자 다른 느낌의 케미도 볼 만하다. 앤트맨과 캐시(애비 라이더 포트슨 분)의 관계는 알콩달콩 귀엽다. 반면 행크 핌과 호프(에반젤린 릴리 분)는 애증이 섞인 다소 복잡한 사연의 관계로 그려졌다. 두 아버지의 딸을 지키기 위한 태도도 관람 포인트로 꼽을 수 있겠다.

‘Interant’를 체험하는 앤트맨은 그 소재와 영상미의 착안점에서 몇몇 영화들이 연상될 수도 있겠지만 완성된 영화 한 편만으로는 그 어떤 영화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독특한 유머와 감독의 센스, 스토리의 창조성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 페이튼 리드는 '브링 잇 온' '다운 위드 러브' '예스 맨' 등 다수 흥행 코미디 영화와 HBO코미디 시리즈까지 연출한 감각으로 '앤트맨' 역시 위트있고 깊이있게 그려냈다.

앤트맨의 의외의 폭발적인 매력으로, 내년 개봉되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에서 등장할 앤트맨과 어벤저스 멤버들의 조합이 어떤 케미를 그리게 될지도 덩달아 흥미진진해졌다.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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