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영화]‘아수라’-‘신의 한 수’ 악의 구렁텅이서 몸부림 친 정우성
기사 등록 2016-09-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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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악의 세계는 늪과 같다. 잘못해서건 의도해서건 한 번 발을 담그면 수를 쓸 틈도 없이 빨려 들어간다. 선에 눈 뜨기는 그토록 어렵지만, 악이란 달콤한 유혹에 젖어들면 걷잡을 수 없이 또 다른 악을 낳으며 허우적댄다. 만사를 악으로 입막음하려는 세계에서 죽음은 있을지언정 출구란 없다.
‘아수라’(감독 김성수)에서는 악에 잠식된 자가 핏빛 전쟁터에서 발버둥치는 어지러운 세계를 그린다. 주인공 한도경(정우성 분)은 이미 선악과의 달콤한 열매를 맛 본 인물이다. 강력계 형사이지만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부패한 사회 구성원이다.
처음부터 악인은 아니었겠지만,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해야 했던 한도경은 이것이 결정적인 핑계거리가 됐고 완전한 악인으로 변모한다. 여기에 그의 약점을 쥔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 분)은 한도경의 목을 짓누르며 박성배의 비리를 캐려 한다. 그렇게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한도경은 야생과 다를 바 없는 피 터지는 생존 경쟁의 중심에 선다.
어떻게 보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로 전락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한도경은 아수라장을 만든 당사자임을 잊어선 안 되겠다. 어디까지나 그 역시 선인을 가장한 악인이었던 것이고, 박성배라는 거악을 따른 죗값 치르기의 수순을 따른 것이다. 이는 ‘신의 한 수’(2014, 감독 조범구) 속 정우성의 모습과 일부분 겹쳐 보인다.
‘신의 한 수’에서는 프로 바둑기사 태석(정우성 분)이 내기바둑판에서 살수(이범수 분)팀의 음모에 의해 형을 잃는다. 심지어 살인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복역까지 한 그는 몇 년 후 대국에서 살수를 처치하기 위한 복수극을 계획한다. ‘아수라’처럼 이러한 과정 역시 가족이 원인이 돼 변모하는 사회적 약자의 분통함이 느껴진다.
악의 구렁텅이에 발을 담근다는 점은 같다. 다만 악의 시작 지점은 차이가 있다. 한도경은 애당초 악의 유혹에 잠식된 인물이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이라기보다 삶에 대한 지독한 열망으로 싸움에 가담한다. 이미 양심의 가책은 상실한지 오래다. 그에 비해 태석은 고결했던 인물이다. 그저 성실한 서민의 삶을 살던 그는 자신의 안전범위가 위협받자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살수에게 직접 복수극을 펼친다.
악에서 더한 악으로 변질됐든 선에서 악으로 변모했든 한도경과 태석이 각각 맞닥뜨린 싸움은 처절하기 그지없다. 지독한 악인에 대적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 둘의 목숨은 이미 이들의 것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한도경의 죗값은 당연지사로 치러졌으며, 악을 악으로 처단하려한 태석 역시 목숨의 부지여부와 상관없이 결국은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사진='아수라', '신의 한 수' 스틸컷)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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