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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김소현 “’싸우자 귀신아’ 정말 행복했던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기사 등록 2016-09-04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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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상록기자] 18세의 어린 나이. 그러나 데뷔 9년차에 접어든 연기 경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여고생 연기자라는 제한된 타이틀에 가두기에 김소현이 보여준 역량은 나날이 빛을 발하고 있다.

아역과 성인의 경계선을 유연하게 풀어내는 그의 폭넓은 연기력은 ‘싸우자 귀신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드라마의 종영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이슈데일리 사옥에서 진행된 김소현과의 인터뷰는 그의 깊이 있는 생각과 연기에 대한 철학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여름은 김소현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뜨겁게 임했던 ‘싸우자 귀신아’는 이전 작품들과는 또 다른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촬영을 다 마쳤어도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을때는 끝났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직접 마지막회를 보면서 엔딩 5분전에 마음이 울컥해지는 거에요. 정말 다 털어냈다는 느낌과 함께 아쉽기도 하고 가슴 벅찬 기분이 들었어요. 무엇 보다 결말이 깔끔하고 훈훈하게 마무리되서 좋았고,저한테는 정말 행복한 기억이 가득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캐스팅 단계 전에 기획됐던 현지의 모습은 지금 보다는 더 강렬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다. 이후 제작진은 김소현이 가지고 있는 밝고 명랑한 이미지를 살려내기 위해 대본의 수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본이 나오기 전부터 캐스팅 제의를 받았는데,그때는 기본적인 캐릭터의 설명만 들었어요. 처음에는 지금 현지의 모습 보다는 싸움도 잘하고 기가 센 친구로 그리려 했다고 하시더라고요.원작에 가까운 설정이었죠. 그런데 감독님이 저와 미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후,제가 가지고 있는 밝은 모습을 많이 봐주셔서 그런지 대본을 저에 맞게 살릴 수 있도록 바꿔주셨어요. 덕분에 캐릭터가 더욱 풍부해지고 저도 미처 몰랐던 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어요”

무더운 수준을 넘어서는 살인적인 더위가 지속됐던 올해 여름. 김소현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면서도 활기찬 에너지로 촬영에 임했다.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식은 땀을 많이 흘리면서 촬영을 했어요. 선풍기와 물을 계속 가지고 다녔던 것 같아요. 다들 더위에 지쳐서 기분이 안 좋아질 법도 한데,그래도 웃으면서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라서 힘을 낼 수 있었어요”

19세~24세. 극중 현지는 기억을 잃은 5년의 시간을 아우르며 다양한 감정선을 풀어냈다. 또 실제로 11살 차이가 나는 옥택연 보다는 오히려 1살이 많은 누나로 나오는 등,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했다.

“19살을 연기 할때는 제 또래처럼 활발하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고생을 그려냈다면 ,성인이 된 후에는 그래도 나이가 있으니까 너무 앳되게 보이지 않으려 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너무 과하게 꾸미는건 또 아닌 것 같아서 적절하고 자연스럽게 나타내려고 노력했어요”

“누가 봐도 제가 누나 같지 않은데 봉팔이한테 누나라고 해보라는 그런 독특한 설정이 더 재미있게 풀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극중 김소현은 키스신,액션신,눈물 연기 등 성인 연기자가 주로 하는 대부분의 장면을 소화해냈다.여기에는 함께 호흡을 맞춘 옥택연의 배려와 섬세한 리드가 있었다.

“사실 키스신 같은 경우는 귀여운 뽀뽀 같은 느낌이라서 부담스럽진 않았어요. 편하게 찍을 수 있었고,예쁜 그림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팔찌커플’이라는 애칭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처음에는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방송이 되니까 봉팔과 현지의 풋풋한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기뻤어요. 실시간 댓글도 찾아봤고,팬분들이 올려주시는 ‘팔찌커플’의 사진이나 영상들도 일일이 봤어요.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액션신은 택연 오빠가 경력도 있고 하니까 제가 부족한 부분을 받쳐줘서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어요. 둘이서 합을 맞추는 것보다 제가 오빠를 막 때리는 장면이 더 어렵더라고요. 때릴때 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죄송해서 도저히 세게 못하고 있는데 무술 감독님이 살살하니까 장난 같다면서 한번에 할 때 제대로 하자고 말씀 하셨어요. 그래서 눈 딱 감고 강하게 쳤는데 오빠가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아서 고마웠어요. 감독님께 앞으로 때리는 장면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죠(웃음)”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김소현의 애교 세트는 ‘싸우자 귀신아’의 삼촌 팬들을 늘리는 결정적인 한 수로 작용했다. 사랑스러움의 결정체였던 현지의 상큼 발랄함과 실제 김소현의 간극은 어느 정도 일까?

“현지랑은 닮은 점이 많아요. 장난도 많이 치고 잘 웃는 점은 비슷한데 그래도 애교는 현지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현지에 비하면 저는 아기 수준이죠(웃음). 저도 현지 역할을 맡으면서 애교가 조금씩 늘었어요”

기억상실증,육체와 영혼이 바뀌는 설정.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드라마,영화의 단골 소재로 이용되는 장치가 중반부터 등장했다. 자칫 식상해 질 수도 있었던 흐름을 김소현은 진실된 감정과 세밀한 표현으로 훌륭하게 살려냈다.

“현지의 기억이 왔다 갔다 하는 장면에서 현기증이 나고 이명이 들리는 모습들이 있었는데,그런 신들을 가볍게 넘기면 보는 분들이 허무하고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긴장감 있게 갈 수 있도록 섬세하게 나타내려고 했어요.”

“귀신 현지가 누워 있는 사람 현지를 겉에서 봤을 때 느끼는 감정들을 처음에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어요. 다행히 촬영을 하고 나서 점점 몰입이 되니까 제가 원했던 연기가 나올 수 있었죠. 내가 살아있었다는 안도감과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누워있었다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묻어나면서 복합적인 기분이 한꺼번에 몰려왔어요. 그런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하나 하나 공을 들여서 연기했어요.”

귀신 김현지와 인간 김현지. 1인 2역에 가까운 캐릭터를 온전히 표현해 내기란 쉽지 않았을터. 하지만 김소현은 귀신일 때와 사람일 때 놓인 현지의 상황을 꼼꼼하게 파고들며 이질감 없이 그려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현지는 밝은 캐릭터지만 귀신으로 5년동안 살면서 가졌을 두려움이 내제되어 있어요.가슴 한 구석에 외로움도 깔려있고요. 현지가 사람으로 돌아왔을때는 조금 혼란스러웠어요. 귀신일때 가졌던 기억도 잃어버리니까… ‘이 친구를 어떤 식으로 잡아가야 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귀신이었을때 보다는 강한 모습이 없어지니까 시청자들 입장에서 ‘너무 약해진거 아냐?’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실까 걱정도 됐죠.”

“현지가 사람이 되고 나서 봉팔,혜성과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은 극의 상황상 반드시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봐요. 두 현지의 특징과 상황을 최대한 살리면서 끌고 가는게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김소현은 박준화 감독으로부터 여러 가지 조언을 들었다. 박 감독이 주는 신뢰감과 날카로운 눈은 드라마를 찍으면서 드러나는 김소현의 잠재력을 끄집어냈다

“감독님이 정말 많이 챙겨주셨어요. 캐릭터를 잡아가는 것 뿐만 아니라 의상까지 봐주시는 등,여러 방면에서 신경을 써주셨죠. 또, 배우들의 연기에서 나오는 포인트를 잘 짚어주세요. 굉장히 냉정하고 정확하시더라고요. 아닌 것은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씀해주시니까 더 믿음이 생기고 제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시도를 편안하게 할 수 있었어요. ‘아니면 다시 짚어주시겠지’라는 생각이 드니까 어려움이 생기지 않았어요. 감독님의 이런 세밀한 모습들 덕분에 캐릭터 하나 하나를 잘 살릴 수 있었다고 봐요”

90점. 김소현이 본인의 연기에 준 점수는 상당히 높았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게 그는 솔직한 답변을 했다. 이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주는 의미 자체에 중점을 둔 김소현의 깊은 뜻이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렸다는 부분에서 만족스러워요. 이전부터 활기찬 에너지를 표출하는 역을 해보고 싶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던 것 같아요. 제 입장에서도 큰 도전이었거든요. 점수를 매긴다면 90점을 주고 싶어요. 후한 감이 없지 않지만,가능성과 시도가 주는 긍정적인 면을 높게쳐주고 싶어요”

현재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는 10대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김소현을 비롯해,김유정,김새론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탄탄한 실력으로 향후 수 십년을 주름 잡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할 발판을 마련했다.

“다른 친구들 모니터링을 하면서 ‘재는 저런 걸 잘하는구나’라고 느끼게 되고,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요. 이번에 유정이가 나온 ‘구르미 그린 달빛’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새론이도 ‘마녀보감’을 잘 끝냈고,진희도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는데 다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비슷한 시기에 주연을 맡아서 모두 잘되니까 기쁘고 신기해요”

2008년 KBS ‘전설의 고향’으로 데뷔한 김소현은 인생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연기를 하면서 보냈다. 그만큼 그가 느끼는 배우라는 직업과 연기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것이다.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요.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는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닌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제가 얻어 가는게 많은 것 같아요. 연기 외에도 인간 관계나 좋은 말들을 현장에서 보고 들을 수 있으니까…요새는 어느때보다 참 행복해요”

“현재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데 후회는 안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결정한 길이니까요. 그런 생각이 들 틈이 없을 정도로 일에 집중을 해서 그런지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크게 아쉽지는 않아요. 중학교때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고요”

멜로,스릴러,미스테리물, 그간 김소현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면 꽤나 다채로운 작품에 출연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주로 맡았던 몇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버린 그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썸을 타는 예쁘고 수줍은 로맨스를 더 해보고 싶어요. 스릴러나 호러물 같은 어두운 면도 그려보고 싶고,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성인이 됐을 때 액션물에 나오는 멋있고 센 캐릭터도 맡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너무 많나요?(웃음)”

“작품을 고를 때는 대본의 첫 느낌을 중요하게 봐요. 대본을 봤을 때 ‘이 작품은 꼭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일때도 하고 싶어져요,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지금까지 연기를 한 시간보다 앞으로 할 시간이 훨씬 많이 남아있는 김소현, 그가 이루어낼 끊임없는 성장과 발전에 아낌 없는 응원을 보낸다.

“팬분들에게 뿌듯함을 안겨드리고 싶어요. 저의 팬이라는 사실을 어디 가서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지금 그 단계에 와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조금씩 해나가고 있는 건 확실해요. 앞으로도 차근 차근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사진=sidusHQ)

김상록기자 honjk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