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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된 '해를 품은 달'이 자꾸 생각나는 이유!!

기사 등록 2012-03-2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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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혜정기자] 01. 허구의 역사극이 주는 흡입력

MBC 사극 '해를 품은 달'이 기록적인 시청률 40%대를 달성하면서 이제 결말을 향해 달려 가고 있습니다. 사극치고는 이례적일 정도로 구도가 단순한 이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점령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실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철저하게가공의 인물들과 사건을 내세워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간 것이 흥미를 끄는 주된 요인입니다.

허구가 가미된 역사극일수록 더욱 오밀조밀하게 이야기를 엮을 수 있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공주의 남자'나 '뿌리 깊은 나무'같은 드라마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 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해를 품은 달'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등장 인물과 사건 모두를 가공의 인물과 허구로 채워넣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일찌기 조선 역사에서 보기 힘들었던 순정파 훈남 군주가 탄생했고, 역사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마음껏 드라마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야기를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력적인 젊은 임금과 그가 사모하는 아름다운 여인 간의 애틋한 로맨스는 실제가 아닌 가공의 사극이어서 재현이 가능했습니다. 여심을 사로잡을 만한 이훤 같은 꽃미남 군주는 기존 역사극에는 등장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해를 품은 달'은 이제껏 선보인 그 어떤 사극 보다도 등장 인물도 한정되어 있는데다 구성도 단순한 편입니다. 그런데 이런 단순함이 오히려 몰입도를 높이는 요인으로작용하고 있습니다.

왕과 죽은 줄 알았던 세자빈, 그리고 그녀를 짝사랑 하는 종친을 축으로 하는 이훤 세력과 대왕대비와 윤대형, 중전을 중심으로 하는 외척 세력, 그리고 이야기를 키를 쥐고 있는 도무녀 장씨 등이 주요 등장 인물입니다.

궁 안팎의 모든 사건들은 이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사실 구성이 너무 복잡하면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한정된 인물에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음모를 바탕으로 직설적이고 단순하게 풀어낸 것이 몰입도를 높이면서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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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선악의 뚜렷한 구별과 권선징악에 대한 높은 기대감

그리고 그 어떤 사극보다 선악의 구별이 뚜렷한 것도 '해를 품은 달'만의 특징이라 할 수있습니다. 대개 사극에선 정치적인 입장과 당파에 따라 견해가 엇갈리면서 갈등이 야기되지만, 이 드라마에선 선한 세력과 악한 세력이 대쪽 가르듯 너무나 명확히 구별됩니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세자빈에게 몹쓸 위해를 가하고, 권력 유지와 비밀 엄수를 위해 끊임없이 음모를 꾸미는 대왕대비와 외척 윤대형은 젊은 임금을 압박하는 궐내의 실질적인 권력자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젊은 임금은 세자빈에게 위해가 가해지던 8년전의 사건을 끈질기게 파고들어 단서를 찾아내고, 마침내 모든 진실을 알게 되자 오열합니다.

여기에 세자빈이었던 허연우도 오랜 잠에서 깨어나듯 잃었던 기억을 되찾아 자신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면서 드라마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악의 세력들이 음모를 꾸민 이유가 드러난 이상 이제 그들이 개입되었다는 확실한 증좌만 잡아내면 단죄도 가능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드라마는 '갈등'이지만, '해를 품은 달'에선 갈등 수준이 아니라 왕권과 그에 대항하는 외척 세력의 '대결'로 드라마가 전개되어 왔습니다. 이제 그 대결도 외척 세력의 음모가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악의 세력에 대한 합당한 응징과 세자빈의 복권 여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울러 권선징악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시청률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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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멜러와 스릴러의 적절한 결합

'해를 품은 달'의 기본적인 모토는 역시 '멜러'입니다. 현대적 감각의 멜러를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에 투입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이 드라마는 가공의 인물과 사건들로채워질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현대극에서 애틋한 사랑을 이어가는 남녀의 사이를 갈라놓는 것은 주로 부모의 반대나 신분의 격차 같은 것들이지만, 이 드라마에선 권력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왕과 그의 여인을 갈라놓고 말았습니다.

왕실을 장악하려는 외척 세력들의 무모한 집착이 음모로 이어지면서 드라마는 멜러의 바탕 위에 스릴러적 요소가 더해졌습니다. 무려 8년이라는 세월 동안에도 연우를 잊지 못하던 순정남 이훤은 연우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고 측근을 시켜 비밀리에 당시의 사건을 재수사합니다.

그렇게 모은 작은 단서들을 조합하고 분석하여 명민한 이훤이 남다른 추리력을 발휘하게 되자 점차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태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훤을 두고 조선 명탐정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듯 멜러와 스릴러의 적절한 결합은 극에 탄력을 더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들어 두는데 효과적입니다. 주술이라는 판타지한 요소가 음모에 사용되었음에도 멜러적인 요인과 스릴러적인 흐름이 워낙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그리 억지스럽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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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젊은 임금 이훤의 매력

요즘 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것은 역시 젊은 임금 이훤의 매력입니다. 사실 그리 틀린 얘기가 아닙니다. 젊은 임금 이훤은 대신도 아닌상선이나 호위 무사로 이루어진 몇몇 친위 세력만 데리고 실질적인 권력자인 영의정 윤대형이 장악한 조정 대신들과 맞섭니다. 젊은 임금은 노회한 대신들에게 당당히 맞서며 조금씩 그러나 강단 있게 자신의 정치를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실질적으로 조정을 틀어쥐지 못한 까닭에 이훤은 국정을 장악한 카리스마적인 지도자이기 보다는 소수파임에도 명민함을 앞세워 합리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매우 이성적인 군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첫 사랑을 잊지 못하는 센티멘탈한 감수성까지 지닌 상당히 감성적인 인물로도 묘사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는 여심을 자극할 만한 모든 요소들을 두루 갖춘, 사극에선 보기드문 캐릭터입니다.

이런 이성과 감성을 겸비한 임금이라는 이상적인 캐릭터에 김수현의 쫄깃한 연기력까지 더해지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해품달 신드롬'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가 뱉어내는다소 설익은 듯한 대사 한마디도 소년과 성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그의 섬세한 눈빛연기로 인해 매력적으로 어필되고 있습니다.

"내게 가까이 오지 말라. 내게서 멀어지지도 말라. 어명이다." 알 수 없는 슬픔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김수현이 한가인에게 명령하듯 나직하게 내뱉는 연정의 대사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매우 뜨겁습니다.

"미혹되었다. 하나 떨칠 수가 없구나." 이는 극 중에서 이훤이 마음을 주어서는 안될 대상인 무녀 월에게 마음을 빼앗겼음을 인정하는 대사입니다. 이는 김수현을 대하는 숱한 여심을 대변하는 대사로도 읽히고 있습니다. 김수현으로 인해 드라마는 '시청률을 품은 달'로 종반을 향해 질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혜정기자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