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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용의 사극돋보기]'화정' 김류-김경징 부자, 인조의 신임을 무능과 무책임으로 보답

기사 등록 2015-09-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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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이 과연 인조의 무능과 무책임함이 만들어낸 결과였을까?

MBC 54주년 월화특별기획 대하사극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최정규)'은 그동안 떠올리고 싶지 않은 치욕의 역사인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을 극적으로 그려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42회 인조가 청태종에게 무릎 꿇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역사에서 병자호란은 인조를 비롯한 지배층들이 국제 정세를 파악하지 못하고 쓸데없는 명분에 집착해 청나라의 침략을 자초하고, 많은 인명이 살상되거나 포로로 끌려가고, 국토가 피폐해지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기록됐다.

무능함과 무책임한 면모를 보여준 인조와 반정 세력들 중에서 김류(박준규 분)-김경징(김형범 분) 부자는 단연 돋보인다. 김자점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 나라를 배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김류-김경징 부자는 무능함과 무책임으로도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류는 임진왜란 당시 신립의 부관으로 탄금대 전투에서 전사한 김여물의 아들이다. 신립의 아들 신경진과 함께 아버지들의 공을 인정받아 벼슬을 얻었지만 이렇다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인조반정 당시 능양군 편에 서서 반정 일등공신에 추대됐다.

사실 인조반정 당시에도 반정군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반정공신들 덕분에 일등공신에 오르면서 이괄(유하복 분)의 불만을 샀다. 김류를 비롯한 반정공신들은 이괄을 견제했고, 이는 이괄의 난을 유발했다.

이괄의 난은 진압됐지만 인조와 집권 세력은 난을 수습하기 보다는 남아있는 정적들을 탄압하는데 열을 올렸다. 내부의 정적들을 견제하는데 힘을 쏟은 반정 세력들은 청나라의 침입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특히 김류의 아들 김경징은 오늘날 서울시장에 해당하는 한성부윤이라는 직책이었음에도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았다. 청나라 군대가 한양에 이르자 인조는 소현세자에게 종묘의 신주를 모시고 강화도로 피신하라 명했다. 이들을 호위하는 임무를 김경징에게 맡겼다.

하지만 김경징은 왕실 일원들을 배에 태우는 대신 자신과 자신의 가솔들을 먼저 배에 태워 자신의 재물을 먼저 옮기게 한다. 또한 강화도에서도 수비를 허술하게 하다가 청나라 군대가 배를 타고 건너오자 먼저 달아났다.

김경징의 무능함과 무책임으로 강화도가 함락됐지만 인조는 김경징이 김류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그를 사면하라고 한다. 조정 대신들은 김경징의 처벌을 요구했고, 결국 인조는 패장 김경징을 참수가 아닌 사약으로 처벌했다.

자신의 임무를 무책임하게 수행해 결국 왕실 사람들과 백성들을 위태롭게 만든 장수의 처벌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벼웠다. 그래도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처벌을 받아 죽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할까?

무능하고, 무책임한 인사들이 요직에 앉아 전횡을 휘두르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 인사들이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힘들게 한다. 이런 일은 현재 진행형이다.

여창용 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