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여창용의 사극돋보기]'화정', 병자호란의 참패 '쌍령전투'가 있었다

기사 등록 2015-09-02 18:44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화정'이 조선왕조 역사상 최악의 굴욕인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을 그렸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54주년 월화특별기획 대하사극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최정규)' 42회에서는 인조(김재원 분)가 결국 청나라 황제 홍타이지(정성운 분)에게 무릎을 꿇는 치욕적인 장면이 그려졌다.

인조는 청나라 황제 앞에서 치욕을 경험하며 광해군(차승원 분)의 경고를 되새겼다. 광해군은 인조에게 "너는 언젠가 이 땅에 가장 뼈아픈 패배를 가져올 것이며, 너는 이 나라를 가장 큰 어둠으로 몰아넣을 것이니. 그날 너는 오늘 이 순간보다 더한 고통과 모멸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해군의 말대로 인조는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큰 치욕을 경험했다. 병자호란의 패배로 조선의 청나라의 속국으로 전락해버렸다. 삼배구고두 즉 세번 절하고, 아홉번 머리를 조아리던 인조의 머리에서 흐른 피는 조선의 비참한 운명과도 같았다.

하지만 병자호란은 일어나지 않을수도 있었고, 대비를 잘했다면 막아낼수도 있었던 전쟁이었다. 불과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조선은 임진왜란에 버금가는 피해와 그 보다 더 큰 치욕을 맛봐야했다.

가장 큰 책임은 인조에게 있다. 인조가 철저한 명사대주의로 청을 자극했다. 청 입장에서는 조선을 달래 후방을 안정시키려 했지만 조선이 철저한 반청정책을 고수하면서 청은 조선을 정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두번째로 북방 수비를 책임져야 했던 김자점은 청나라 군대의 진격을 저지할 생각도 하지않고 성안에만 숨어있었다.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적군의 진격 속도를 늦췄다면 인조가 강화도로 피난할 시간을 벌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실패로 돌아갔다.

사실 유목민이 세운 청나라의 전력은 기병대였다. 넓은 만주 벌판을 달리던 기병대는 기동력에서 조선이나 명나라를 능가했다. 하지만 조선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과 싸우며 쌓아온 전투 경험과 함께 조총부대가 있었다.

기병대가 아무리 빠르고 위협적이어도, 조총 부대가 예기를 꺾었다면 청나라 군대와의 싸움에서 허무하게 무너질 이유는 없었다. 당시 명나라에 버금가는 화포와 조총수를 보유한 조선군이 유목민 출신 기병대에게 참패를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1637년 음력 1월 3일 우리나라 전쟁 역사상 최악의 참패로 기록된 쌍령전투는 조선의 투쟁 의지마저 꺾어 버렸다. 쌍령전투는 임진왜란 최대의 패전인 칠천량전투에 버금가는 지휘관의 실책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가장 많은 병력을 동원한 경상도 병사 허완과 민영은 척후병도 보내지 않고 쌍령에 도달했다. 특히 허완은 진 외곽에 훈련이 덜 된 조총부대를 배치하고 그 다음에 정예 사수를, 그리고 창검으로 돌격해서 싸우는 살수 부대를 맨 후방에 배치하는 어이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살수 부대가 조총수 및 사수를 보호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조총수들은 실수를 연발했다. 청나라 기병대는 겁에 질린 조선 조총수와 사수 부대를 향해 돌격했고, 경상 좌 병사 휘하의 군대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 쌍령 전투에서 허완은 어이없이 전사했고, 민영이 이끄는 부대도 완전히 궤멸됐다. 어이없는 것은 청나라 기병의 말발굽이나 칼에 죽은 조선군보다 도망치다가 넘어져 아군에게 밟혀 죽은 조선군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쌍령 전투에서의 패배를 비롯해 근왕병들이 차례대로 청나라 군대에게 참패를 하면서 인조는 싸울 의지를 상실했다. 결국 조선왕조 최대의 치욕을 맞이했다. 조선은 임진왜란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

사실 허완, 민영 등은 군대를 지휘할 그릇이 아니었다. 특히 허완은 적군을 보고 울기만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지휘관으로써는 부적격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인물들이 부대의 지휘관이 된 것일까?

바로 인조반정 때문이었다. 능력도 없이 반정세력에 줄을 댄 부적격자들이 대거 관직을 받았다. 반면 광해군이 임명한 유능한 인재들은 대거 숙청되거나 관직에서 쫓겨났다. 부적격자들이 권한을 얻게 되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

인조의 삼전도 굴욕은 과거의 역사가 아니다. 오늘 날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지금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자리에 부적격자들이 앉아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창용 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