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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성의 영화보기] 김기덕 감독은 왜 아기에게 관심을 뒀을까

기사 등록 2014-04-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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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황인성 기자] 영화 ‘신의 선물’은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썼지만, 휠씬 여성스런 영화다. 김기덕 사단의 유일한 홍일점 문시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이다. 기존 작품에서 날카롭고 거친 영상미와 스토리를 보여줬던 김기덕 감독은 이번 영호에선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그가 각본을 쓴 것이 아닌 줄 아는 사람도 많다.

영화는 따뜻하고 감미롭다. 김기덕 이전 작품에 비한다면 말이다. 문시현 감독은 여성 특유의 시선으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

제목 신의 선물처럼 주제는 바로 아기다. 누군가에게 아기는 인생에 가장 큰 선물이지만, 누구에겐 원하지 않는 실수일 수 있다. 김기덕 감독은 홀트아동복지회 간판을 보고 영감을 얻어 각본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신의 선물’이다.

외딴 산골을 배경으로 시작한 영화는 두 여인의 삶을 따라 간다. 한적한 시골 승연(이은우)와 소영(전수진)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목적은 소영이 품고 있는 아이다. 승연은 가족을 위해 아이를 원한다. 자신의 몸으로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걸 알자,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소영에게 아이를 주면 외제차를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소영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 두 사람은 외딴 곳에서 함께 살게 된다. 두메산골을 배경으로 승연을 갓 태어날 아기의 일지를 쓰며 즐거워한다. 그는 자신이 꼭 임신한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 아내를 본 남편은 심히 불안하기만 하다.

영화는 갈등이 이어진다. 남편은 아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고, 오랜 별거 끝에 그만 바람을 피운다. 그리고 이혼하자고 이야기한다. 가족이 깨진 상황 이제는 승연에게 아기는 필요가 없다.

소영은 8개월 출산일이 다가오는 시점이 되자 모성본능이 살아난다. 그에게 있어 아기는 귀찮은 존재에서 소중한 존재로 변해있었다. 행복한 가정이 깨진 승연은 아기를 낙태하자고 병원으로 끌고 간다.

갈등이 증폭되고 각본을 쓴 김기덕 감독은 기존 작품과 달리 생명에 대해 심도있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의 과거 시절 거칠었던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극중 등장하는 세 명의 사냥꾼은 두 여인을 위협하는 존재다. 감독이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들을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기존 작품에서 끝까지 거칠고 일그러진 인물을 밀고 갔다면, 이번 작품에선 출산이란 장면을 통해 사냥꾼도 따뜻하고 순박한 사람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정말 색다른 시도다. 문시현 감독의 노력이 없다면 이런 조화된 영화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기덕 감독에게 각본을 받아 두 번째 장편에 도전한 문시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따뜻한 시선을 선보인다. 그는 아기를 출산하는 심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런 노력은 부산국제영화제, 제37회 예테보리국제 영화제 데뷔테 경쟁부문, 제12회 플로렌스한국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초청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예테보리국제 영화제에서는 가장 먼저 매진되는 등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신의 선물’은 4월10일 개봉한다. 김기덕 감독은 시사회 잡기도 어려웠다면서 바로 2차 판권시장으로 갈 것을 예상했다. 해외에서 호평받는 영화가 국내 영화관에선 찬밥신세다. 작은 독립영화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이는 곧 자국 영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다. ‘신의 선물’이 소중한 이유 중 하나다.

황인성 기자 enter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