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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수종의 ‘행복일기’① “9살 소년의 고된 짐,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기사 등록 2012-05-0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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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우 최수종]최수종은 수십 년이 넘는 연기 경력과 더불어 남 모르는 선행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베테랑 배우다. 어느 덧 데뷔 25년 차인 그이지만 뒤처지지 않는 연기, 특유의 잘생긴 외모로 국내를 넘어 일본팬까지 확보하고 있다.

하트하트재단의 친선대사이기도 한 최수종은 꾸준한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아프리카의 탄자니아를 방문해 따뜻한 손길로 현지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고, 소통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본지는 최수종이 직접 쓴 ‘행복일기’를 통해 그의 따뜻한 속내와 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 타인과의 소통이 어떻게 행복에 이르게 하는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최수종의 ‘행복일기’ ① “9살 소년의 고된 짐,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② “미소천사 알리마”
최수종의 ‘행복일기’ ③ “소년 라시드, 엄마 아빠의 눈이 되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④ “흙탕물로 생계를 유지하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⑤ “트라코마에도 꿋꿋한 부녀의 情”
최수종의 ‘행복일기’ ⑥ “함께 노래하고, 소통하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⑦ “아이들의 눈이 되주고 싶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⑧ “부모라서, 미안해”
최수종의 ‘행복일기’ ⑨ “한 줄기 희망의 빛, 저는 믿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⑩ “작은 실천, 사랑의 초석으로..”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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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이 아프리카 탄자니아 소년 아유부와 함께 채석장에서 돌을 나르고 있다. 그의 따뜻한 손길이 반가운 듯 환한 미소를 띄고 있는 아유부의 모습이 눈에 띈다.

영화촬영을 마무리하고 하트하트재단의 친선대사 자격으로 지난 4월 7일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탄자니아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남들은 한 번 가기도 힘들다는 아프리카, 그것도 동일한 국가를 한 번 더 방문한다고 했을 때 주변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1년 전 방문과는 달리 이번에는 탄자니아 남부에 위치한 음트와라라는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새로운 지역과 만남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도 있었지만 가슴 한 켠에는 왠지 모를 미안함과 죄스러운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의 작은 변화를 기대하며 탄자니아를 방문했지만, 인천공항에서 카타르의 도하를 경유하고, 탄자니아 다레살람에서 다시 국내선 항공으로 갈아타고 도착한 음트와라는 1년 전 제 기억 속에 있는 탄자니아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는 대비되는 현지인들의 삶, 절대빈곤이라는 현실적 한계는 여전히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찾은 음트와라는 탄자니아 내에서도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타지역에 거주하는 현지인들의 발길조차 뜸한 곳이었습니다.

사랑과 희망을 나누러 가는 길, 제 바람은 늘 한결같습니다. 5박 7일의 일정동안 ‘사랑이란 언어로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 ‘비록 그들이 처한 상황을 내가 변화시킬 순 없지만 모든 사람의 삶은 분명 이유가 있고, 희망이 있음을 전하는 것’, 그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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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과 아유부가 돌이 가득 담긴 수레를 끌고 있다. 힘들어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돌의 무게가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채석장에서 만난 9살 소년가장 아유부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저는 아유부를 만나러 갔습니다. 채석장 한편에서 따가운 태양아래 수레로 자기 몸집보다 큰 돌을 나르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이제 겨우 9살이 된 가장 아유부도 그 소년들 사이에서 함께 돌을 나르고 있었습니다.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유부를 도와 돌을 나르는 것이었습니다. 어른인 제가 감당하기에도 벅찬 돌의 무게.. 돌의 무게가 마치 아유부의 삶의 무게처럼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채석장 한 가운데 구덩이에 고인 빗물로 상처가 마를 날이 없는 아유부의 여린 손과 굳은 살이 박혀 딱딱해진 발을 씻겨주었습니다. 죄스러운 아빠의 마음으로 아유부의 손과 발을 씻기면서 저는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밖에 하지 못하는 아빠라서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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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이 고된 생활로 지친 아유부의 발을 정성스레 씻겨주고 있다.

아유부는 낮에도 햇볕조차 들지 않아 컴컴한 단칸방에서 시각장애를 지닌 할머니와 엄마가 다른 세 살 동생과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보금자리는 제가 들어가니 앉을 자리도 없이 꽉 찼습니다. 발 디딜 틈 없는 이 곳, 햇볕조차 들지 않는 이 곳에서 이 어린 소년과 그의 가족이 먹고, 잔다는 것. 저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이들의 고통을 어찌 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요. 저는 먹먹해진 가슴을 간신히 억누른 채 '엄마는 어디 계시냐'고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이 어린 소년은 엄마는 사망했고, 아빠는 2명의 다른 여자가 있어 다른 곳에서 지낸다는 이야기를 표정의 변화도 없이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또 한번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저는 잠시라도, 이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애써 밝게 웃으며 "아유부, 아빠랑 같이 하고 싶은 게 뭐야?"라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또 다시 제 가슴을 무너뜨렸습니다. "제가 잠시라도 놀면 할머니는 어떻게 해요?"라는 아유부의 대답에 저는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한 채 이른 아침에는 삶은 감자를 팔고, 낮에는 돌을 캐는 소년 아유부. 이제 이 소년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덜어주고 싶습니다. <글 최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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