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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용의 광대역엔터]'감격시대' 김현중, 진화한 협객캐릭터가 보인다

기사 등록 2014-03-0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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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기자]중국의 삼합회, 일본의 야쿠자를 소재로 한 영화들과는 다른 것이 한국 건달들의 이야기를 다룬 협객물이다.

협객물은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전까지 주먹으로 이름을 날렸던 낭만주먹 세대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다. 이런 협객물의 단골 주인공은 김두한과 시라소니였다. 이들은 오직 주먹 하나로 세상을 호령한 사람들이다.

흔히 협객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뛰어난 싸움 실력은 필수에, 약자들에겐 너그럽지만 약자를 괴롭히는 악당들에겐 가차없이 주먹으로 응징하는 의협심을 갖고 있다. '장군의 아들, '야인시대' 등이 이런 협객물의 대표작품들이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한 협객물에서 권모술수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항상 일대일 정면승부를 고집했다. 권모술수는 오직 주인공과 대적하는 세력(주로 일본 야쿠자들) 또는 주인공을 배신하는 인물들이 쓰는 것이었다.

KBS 2TV 수목특별기획드라마 '감격시대:투신의 탄생(극본 채승대 김진수 고영오 이윤환, 연출 김정규 안준용, 이하 감격시대)'은 이런 협객물의 기본 형식에서 약간 비껴있다. 주인공 신정태(김현중 분)는 신기에 가까운 싸움을 실력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속임수도 쓸줄안다.

5일 방송된 '감격시대' 15회는 기존의 협객물과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신정태는 아버지 신영출(최재성 분)을 죽인 범인이 황방의 왕백산(정호빈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복수를 위해 맹렬한 훈련을 하던 신정태는 파리노인(박철민 분)에게 "싸움은 첫 번째가 머리야! 멀었다. 아주 멀었다!"라는 말을 듣는다.

파리노인이 한 말뜻은 무엇일까? 신정태는 타고난 싸움꾼이지만 현재의 실력으로는 왕백산을 꺾을 수 없다. 게다가 신정태가 섣불리 왕백산과 싸움을 벌인다면 방삼통은 상하이 최고 조직 황방과 적대적인 관계가 돼 위기를 맞게 된다. 자칫 방삼통 사람들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신정태는 왕백산과 맞서 싸우는 대신 황방을 찾아가 설두성(최일화 분)에게 아버지의 위패를 황방에 모시고, 부자결의를 맺겠다고 선언한다. 아버지의 위패가 황방에 있다면 아버지가 영원히 상하이의 매로 기억될 것이라는 것.

신정태는 황방의 소굴로 들어가는 대신 황방의 대문 앞에서 설두성에게 청을 했고, 그가 청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 설두성은 신정태가 가진 속내를 뻔히 보고도 그의 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신정태를 거부한다면 상하이 최고 조직 황방의 명예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정태는 불의를 보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앞으로 닥칠 위험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싸움 실력이 자신의 위기를 여러 차례 넘기게 했지만 주변 사람들을 모두 지킬 수 없었던 것이 사실.

신정태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아버지로 모시고, 더러운 오물도 뒤집어 쓸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적인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주먹을 휘둘렀던 지난 날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여기에서 한술 더 떠 신정태는 정재화(김성오 분)를 찾아가 자신을 형제로 받아달라고 청한다. 정재화는 신정태의 등장으로 방삼통 우두머리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 당연히 신정태에 대한 감정이 좋을리 없었다. 게다가 신정태가 황방에 붙었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에 대한 악감정이 더욱 격해졌다.

하지만 신정태가 복수를 위해 치욕을 감내하고 황방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정재화는 그를 아우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물불 안가리고 주먹부터 휘두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은 물론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 가리지 말아야한다는 가르침도 줬다.

왕백산의 말대로 신정태는 여전히 늑대가 아닌 시라소니다. 절대 길들일 수 없는 인물이다. 정재화는 물론 황방도 그를 마음대로 부릴 수 없다. 하지만 신정태는 복수라는 커다란 목적을 위해 원수에게 고개를 숙였고, 자신의 적과 손을 잡았다.

김현중의 탁월한 액션 능력과 진화한 연기력만큼, 신정태 캐릭터 또한 단순 주먹잡이에서 주먹과 머리를 함께 쓰는 진화한 협객의 모습으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여창용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