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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공정사회’ 이지승 감독, 소외된 母女의 이야기를 담다

기사 등록 2012-10-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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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양지원기자]시기와 잘 맞아떨어진 영화 한 편이 등장했다. 바로 이지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공정사회’다. 이 영화는 성폭행 당한 10세 여아의 어머니가 직접 범인을 응징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회의 무관심 속에 점점 독하게 변해가는 어머니, 즉 ‘아줌마’의 모습은 처절하면서도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동안 ‘색즉시공’, ‘해운대’, ‘통증’ 등의 작품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한 이지승 감독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아동 성폭행’의 심각성과 이를 방관하는 사회의 무관심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제 17회 부산 국제 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 출품작이기도 했기에 이 감독에게 영화의 의미는 더욱 깊었다. 최근 그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정사회’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아줌마’의 모습을 통해 모성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준다. 잔인하고, 무섭기보다는 가슴이 찡하고 슬픈 영화다. 사회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 두 모녀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신다.

“철저히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만든 영화에요. 현실적으로 ‘아줌마’가 범인을 잡고 복수하긴 힘들잖아요. ‘아줌마’의 모습을 통해 피해자 가족에게 안도와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었어요.”

결코 극악무도한 잔인함은 없다.

“리얼리즘을 개인적으로 싫어해서 표현적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생각했어요. 그래서 범죄 행위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죠. 굳이 리얼하지 않아도 영화적인 광경을 표현할 수 있잖아요.”

장영남.jpg

극중 ‘아줌마’로 서슬 퍼런 연기를 펼치는 장영남. 마치 피해자의 어머니가 된 듯 처절한 그의 연기는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한다.

“장영남 씨 만한 인물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분이야말로 이 ‘아줌마’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또 ‘통증’에서 장영남 씨 분량이 통편집 됐거든요. 그 때 너무 미안하기도 했고, 워낙 탁월한 연기력을 지닌 분이잖아요. 제가 장영남 씨에게 ‘도전 정신을 가지고 해보자’고 제안했죠. 저도 감독으로서 제 능력을 시험해 볼 테니 장영남 씨도 ‘원탑’ 주연으로 한 번 해보자고 했어요.”

하지만 장영남의 실제 모습은 스크린과는 정반대다.

“정말 소녀 같은 분이에요. 제가 제안을 하고 나니 다음 날 저에게 문자 피드백이 왔어요. ‘감독님 정말 너무 하고 싶어요. 과연 제가 할 수 있을까요’라고요. 아무래도 ‘원탑’인 작품은 처음이니 떨리셨던 거죠. 열기와 에너지가 가득하신 분이에요. 첫 장면 범인와의 격투신도 더 리얼하게 가겠다고 고집했을 정도니까요.”

극중 장영남의 남편으로 등장한 배성우의 연기 또한 관건이다. 성공을 위해 딸을 방관하고, 그저 유명세를 유지하는 데만 급급한 인물이다.

“배성우 씨 캐릭터가 정말 좋았죠. 남들에게는 누구보다 화려하고 멋져 보이려 하지만 집에서는 완전 못됐잖아요. 촬영 전 제가 성우 씨에게 ‘네 성공을 위해서 가장 소중한 것도 버릴 수 있는 캐릭터다. 그건 네 딸이다’라고 이야기 했어요. 성우 씨도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된 연기를 펼쳤죠.”

영화의 실질적인 촬영 기간은 단 15일이었다. 굉장히 짧은 기간이지만 검증된 배우들의 연기력, 한 시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빠른 전개가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작품의 타이틀롤 장영남을 비롯해 마동석, 황태광, 배성우는 모두 개런티를 받지 않고 참여했다.

“(장)영남 씨나 (마) 동석씨나 저와 함께 작업했던 분들이었죠. 이 영화의 예산은 5천만원 밖에 되지 않죠. 그런 상황에서 영남 씨, 동석 씨에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고 두 분 모두 흔쾌히 승낙했어요. 두 사람에게 촬영 전 총 10회차 안에 찍겠다고 약속했어요. 왜냐면 두 분다 다작 배우잖아요. 동석 씨는 ‘공정사회’ 포함해서 총 네 작품에 출연 중이었고 영남 씨도 세 작품을 촬영 중이었어요. 약속대로 진행했고 총 9회차 만에 모든 촬영이 끝났죠.(웃음)”

단기간에 촬영했지만 영화의 완성도는 여느 상업 영화 못지않게 완벽하다. 이 감독은 현재 관객들의 평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거북한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리얼한 묘사보다는 영화적 표현이 강렬하니까요. 보고 나면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영화 한편 이었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양지원기자 jw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