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기자수첩②] 임재범, 소통으로 깨어나다

기사 등록 2011-12-08 09:16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박상준기자]"스스로가 문을 닫아놓고 누가 너에게 문을 닫았다고 하지마라. 니가 먼저 문을 열어라. 음악은 나누는 것이지 독식하는 것이 아니다" 임재범이 타임머신을 타고 갈 수 있다면 과거의 젊고 자신감 넘치는 청년 임재범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그만큼 그동안의 그는 소통하지 않는 혼자만의 세계에 침잠해왔다. 그는 데뷔 25주년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타이르듯 "조금 더 일찍 소통하지 그랬니 재범아"라고 되뇌였다.

임재범은 7일 서울 잠원동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리메이크 앨범 `풀이(Free..)` 출시 기념 쇼케이스에서 그는 '소통'이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바뀌게 된 계기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였다. 그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일약 스타가 됐고 솔직히 내 마음은 그런 것을 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명예도 원했고 인기도 원했고 또 수익도 원했던 것 같다. 스스로를 숨기고 포장한 채 살아왔던 것 같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데뷔 25년동안 록커의 자존심을 지켜오던 그가 대중적인 인기와 상업성을 입에 담는 솔직함은 성공을 위한 타협이라기 보다 소통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자신의 원하는 것만을 하지 않고 대중들이 원할 수도 있는 '임재범'이기를 택한 것이다.

방송거부와 잦은 은둔으로 야인으로까지 분류되던 그였던만큼 '나가수'이후의 행보는 분명 달라진 임재범을 보여줬다. 그가 부르짖던 '거친 생각'은 정제되어 대중들에게 감동으로 전해졌다. 바꾸어말하면 오랜만에 돌아온 그에 대한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향과 사랑이 그를 바꾸어놓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그의 달라진 모습은 이번 리메이크 앨범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이번 앨범에서 그는 다양한 영역에 도전했다.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록버젼으로 편곡해 선보이는가 하면 백지영과 옥택연이 불렀던 댄스곡 '내 귀에 캔디'. 바비킴의 '사랑...그놈' 등 후배 가수들의 노래도 그만의 색을 입혀 편곡해 선보인다.

'고해'나 '너를 위해'를 방송 무대에서 부르기를 한사코 거부했던 그에게는 의외의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그는 "처음 '내 귀에 캔디'를 제의 받았을 때는 황당했지만. 소통에 대한 부분 때문에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록으로 편곡해서 불렀다. 많은 선후배 가수들에게 록을 전파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리메이크 앨범만이 아니라 정규앨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번에 6집이 되는 정규앨범에 대한 그의 구상은 '소통'의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음악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한 켠으로는 록커로서 살고 한 켠에서는 스팅같은 사람이 되고 싶긴 하다. 그런 야누스적 삶을 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결국은 대중장르다. 음악만 생각하고 살다보니까 어느 순간 대중을 까먹었다. 저는 방송에서 '고해' 부르기 '너를 위해' 부르기 싫다고 했는데 대중들이 원하신다. 대신 록커로서의 스페셜한 공연을 구상중이다. 재즈나 솔이나 그런쪽으로 노력 두가지 길을 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자신의 야누스적인 가수로서의 미래를 설명했다.

임재범에게는 죄가 많다. 수많은 오해와 루머를 넘어서 대중들의 요구를 외면한 것이 가장 큰 죄라면 죄다. 하지만 자유로운 그를 거장이라 치켜세운 것도 대중이고 은둔자로 몰아세운 것도 대중들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리메이크 앨범이 그런 그와 대중이 화합할 수 있는 소통의 지점이 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수많은 죄도 한가지 좋은 점으로 용서가 될 수 있고 어떤 좋은 점도 한가지 단점으로 끝간 데까지 몰아갈 수 있는 대중의 무서움을 그는 알고 있고 겪어왔다. 그런 임재범이기에 모쪼록 어렵게 내민 이번 소통의 노래를 통해 진짜 대중음악계의 거장으로 깨어날 수 있을지를 지켜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