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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명당’ 지성, “흥선의 광기어린 모습 그리고 싶었다”

기사 등록 2018-10-0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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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슈데일리 박관희기자] 드라마 '뉴하트', '비밀', '킬미, 힐미', '피고인'을 거쳐 최근 '아는 와이프'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신드롬을 일으키며 안방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배우 지성이 약 4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브라운관에서는 '믿고 보는 지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가진 그가 이번에는 관객들의 마음까지 제대로 훔칠 수 있을까.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명당'으로 당당히 스크린 흥행의 문을 두드린 배우 지성을 만났다. 지성은 '명당'에서 세상을 뒤집고 싶은 몰락한 왕족 흥선 역을 맡아 굵직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젊은 흥선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구성했다.

드라마 ‘아는 와이프’의 종영과 동시에 ‘명당’의 개봉을 맞이한 지성은 감기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긍정 에너지를 잃지 않았다.

“그저께 드라마 촬영을 끝냈다. 드라마 촬영에 대한 부담감과 영화 개봉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많이 여유로워졌다.”

‘명당’을 비롯 올 추석은 유난히 쟁쟁한 작품들이 동시에 개봉했다. 이에 지성은 겸손하지만 재치 있는 답변을 통해 말문을 열었다.

“추석에 제 영화가 개봉한다는 기쁨만 있을 뿐이다. 영화를 많이 해보지도 않았고. 예전에 아무도 모르게 망했던 영화도 있어서 패배감 같은 아픔은 견딜 수 있다. 그래도 잘 됐으면 싶기는 하다. 추석에 어깨 좀 펼 수 있게.”

이어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드러내며 동료 배우들을 향한 극찬도 놓치지 않았다.

“영화가 원래 시나리오 보다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땅을 소재로 한 사람의 욕심을 다룬 영화이다 보니까 지루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재미있게 잘 뽑아낸 것 같다. 참여하지 않은 장면들을 보니까 존경스러울 정도로 모든 배우들이 각기 캐릭터를 잘 소화해서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로 참여한 작품이니까 좋을 수밖에 없기도 하다. 흥행 여부는 관객들의 선택이다.”

앞서 진행한 조승우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지성에 대해 ‘책임감이 상당한 배우. 작품을 제작하게 된다면 지성과 일하고 싶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한 지성의 생각이 궁금했다. 지성은 놀랍다 듯한 리액션과 함께 농담 섞인 멘트로 입을 열었다.

“제가 형이라서 그렇게 말해준 것이 아닐까.(웃음) 잘하든 못하든 책임감 있는 모습이 보여진 것 같아 다행이다. 노고에 누가 되지 않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선을 지나치게 넘는다 거나 방해가 되는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조승우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팬이기도 하지만 그만의 감성 그대로 ‘명당’의 중심을 잡아줘서 감사하더라. 저보다 동생이지만 높이 평가한다.”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명당’ 속 흥선은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미치광이 같은 모습을 해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소비가 느껴진다. 그런 감정선을 완벽히 소화할 수 있었던 지성만의 준비하는 과정이 궁금했다. 그의 대답에서 그가 한 작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는지 그리고 맡은 역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느낄 수 있었다.

“권력과 사람의 욕심 그 이전에 세도가들 사이에서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흥선의 시선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뒀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살려고 노력한 인물이래’하면 ‘그렇구나’하고 볼 수 있겠지만,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살려고 했다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흥선의 입장에서 죽을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연기하는 배우로서 ‘평생을 그런 상황에서 살아왔던 흥선이라면,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을까’에 대한 깊은 고민을 했다.”

“실제 흥선을 깊이 파악하려고 하기 보다는 젊은 시절의 흥선이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목숨을 부지하는 상황에서의 열등 의식이나 얼마나 무서웠을지. 그 속에서 얼마나 강인해졌을지. 관심조차 받지 못한 ‘개’였다면, 백성에게는 어떤 인물이었을지 등에 대해 생각했다. 김씨 세력이 가진 권력은 감히 누가 치운다고 치워지지 않았을 것이기에 정말 절박했을 것 같았다. 기회는 지금 밖에 없다는 생각. 초선 등 내 주변사람들이 한 명씩 죽어가는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고 받아들여야 하는 흥선. 그런 그가 겉보기에는 미치광이 일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쌓였던 울분이 터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뜻을 위해서 절을 태울 수밖에 없었던 그의 광기어린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이어 ‘명당’ 속 흥선을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그리고 그를 연기한 배우 입장에서의 아쉬움까지 드러내며 작품을 향한 애정과 생각이 실로 엄청난 배우임을 느껴지게 했다.

“흥선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기에는 영화의 사이즈가 넓었다고 생각한다. 내 눈에서 하는 이야기를 봐 줬으면 좋겠는데, 사이즈가 넓은 느낌. 저는 가만히 서있지만 제 눈빛이나 머릿속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다. 비하인드지만 바닥에 떨어진 전을 입으로 주워 먹는 장면이 흥선을 표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된 장면이라서 ‘그 장면을 가장 처음으로 찍었더라면 더 잘 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게다가 ‘명당’은 땅에 대한 정치가들의 이야기이다 보니까 흥선의 세부적인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지 못해 감정이 튀어 보이는 느낌이라 아쉽더라. 영화 자체를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귀공자스러운 외모에 스윗함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 지성. 그가 연기하는 흥선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지성에게 흥선은 어떤 도전이었을까. 그의 대답에서 연기 경력 20년이라는 긴 세월의 내공이 느껴졌다.

“연기를 하면서 많은 캐릭터를 만나지만, 이제 와서는 도전의 의미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엔딩이라는 도달점을 향한 작품 속 캐릭터가 아니고 원래 어려운 환경에서 목숨을 부지하면서 나라를 구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한 인물로 생각했다. 이 캐릭터는 센 캐릭터 또는 약한 캐릭터라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그저 한 인간으로 보인다.”

그의 ‘올바른’ 답변들을 듣다 보면 그가 얼마나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연기하는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런 지성에게 작품을 준비할 때 그만의 ‘명당’이 따로 있는지도 궁금했다.

“주로 자주 가는 카페에서 헤드폰을 끼고 멍하니 생각하고 그려보며 준비한다. 특히 이번엔 집에서 준비하기가 어려웠다. 발성 때문에 연습이 필요한데, 아이도 있고 해서 소리를 지를 수가 없으니까. 엔딩 장면에서 ‘네 이놈!’ 하고 소리를 치며 길게 내뱉는 대사가 있다. 그게 발성 연습을 통해 나와야 하는 거라 집에서 연습을 했는데 4살짜리 딸이 ‘네 이놈!’ 하고 따라하더라. 귀엽지만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어서 가수 녹음실을 한시간 빌려 연습했다. 일단 소리를 질러보고 해봐야 감정이 결정이 되니까. 안해보고 현장을 가는 건 말이 안되는 것이고.”

지성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아예 그 사람이 되어버린 느낌까지 들게 한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너무 과도하게 몰입해서 힘들었을 때도 분명 있었을 것 같았다. 나중에 노련미가 생기면 더 수월하지 않겠냐는 그에게 지난 2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나 보다.

“앞으로도 저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 같다. 제가 토해내는 연기가 다른 배우들에게 방해가 되면 안되고 서로 앙상블을 이뤄야 하니까. 유난히 감정에 고난이 있는 작품들을 많이 했다. 그동안은 공부하는 학생 입장에서 연기를 했다면, 앞으로는 연기나 역할을 즐기면서 하고 싶다. 와이프에게도 어떤 시기가 되면, ‘나 아마 이때는 내가 아닐 것 같아’라고 미리 말을 하기도 했다. 촬영하다가 집에 오면 너무 지치고 힘들다. 촬영에서 빠져나오다 보면 맥을 못 추는 스타일이다. 배우라면 자기가 맡은 부분에 있어서 알맞게 소화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련미가 생기면 그런 부분도 조금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덜 혹사 시키고 부드럽게 꺼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연기는 물론 사랑꾼으로도 유명한 지성. ‘아내의 직업 역시 배우이다 보니, 서로를 잘 이해할 것 같다’라는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긍정의 대답을 내놓았다.

“분명 시너지가 있다. 와이프랑 배우에 대한 직업관이랑 연기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존재 만으로 시너지가 된다. 서로를 조용히 응원하는 편. 아마 혼자서 드라마와 영화를 찍었다면 다시 지성으로 돌아오기까지 오래 걸렸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촬영이 끝나면 바로 돌아온다. 가정이 있으니까. 예전에는 많이 방황했다. 예전에는 작품을 찍고 다음날까지도 힘들더라 일주일 내내 힘들다고 말하면 힘들듯이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명당’이 역학 시리즈 3부작 대망의 마무리인 만큼 지성에게 역학에 대한 관심 역시 안 물어볼 수 없었다. 역학을 물었는데 ‘기승전 와이프 사랑’으로 끝나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역학을 많이 신뢰를 하지는 않지만 기운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와이프가 연애할 때 좋은 일이 많았던 그 집에서 아직도 함께 살고 있다. 우리가 연애도 했고 그 집에서 좋은 일이 많았다. 와이프도 저도 대상을 받고, 아이도 태어나고. 최근에 태어날 아이를 위해 이사를 갈까도 잠시 생각했는데 이사를 가지 않고 이 공간을 잘 활용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두 배우의 시너지 효과 때문일까. 지성은 결혼을 후 유난히 일이 더 잘 풀리는 것 같다. 인터뷰 내내 기분 좋은 에너지를 쏟아내는 그에게서 중심이 잡힌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결혼 해서는 아니고, 이보영씨와 연애 시작으로 보영씨를 통해 많이 업그레이드가 됐다. 그러면서 제 중심을 잡게 되고. 저를 알게 되고 저를 사랑하게 되고. 와이프를 만나게 돼서 정말 다행이고 행복하고 감사하다. 와이프를 만나기 전에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 저를 사랑할 여유나 기회가 없었는데 와이프가 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해줬다. 그걸 깨닳았을 때 펑펑 울었다. 누구를 만나느냐가 정말로 중요하다. 연기, 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본인의 일과 가족을 사랑하는 지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 같은 그에게 마지막으로 명당은 어떤 의미를 남긴 작품일까.

“이 시기의 인터뷰, 이 시기의 홍보했던 과정이 저에게는 큰 의미다. 터닝 포인트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충분히 즐기면서 제 인생을 한번씩 더듬어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저의 연기에도 변화가 있고 앞으로도 영화가 하고 싶다. 잘 해보겠다. 보여지는 직업이니까 한 배우가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까지 앞으로를 그리며 또 다른 성장을 말하는 지성.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차곡차곡 쌓아온 그의 필모그래피에 얼마나 많은 정성이 담겨있는지를 감히 헤아려볼 수 있었다. 이제는 연기를 조금은 즐기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명당’이 지성 연기 인생의 제2막을 열어줄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응원한다.

박관희기자 gany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