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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대립군' 1592년 임진왜란에서 2017년을 보다

기사 등록 2017-05-23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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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425년 전, 일본의 침략으로 지옥이 차라리 나을 것 같았던 조선에, 가장 천한 대립군과 가장 지위가 높은 광해의 고군분투가 조선의 희망을 가져다줬다. 새롭게 맞이한 대통령에게서 희망의 불씨를 보고 있는 2017년, 광해의 그것과 같다고 기대를 걸어봐도 될까.

'대립군'은 22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첫 공개했다. 이 작품은 1592년 임진왜란,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나눈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선조는 명나라로 떠나기 전, 명분을 위해 왕세자 광해를 남겨둔다. 광해에게 분조를 이끌게 하면서 신철 장군과 함께 의병을 모아 싸울 것을 명했다. 두려움에 떠는 광해는 일본군 외에도 정체모를 집단에게도 목숨 위협을 받는다.

토우(이정재)가 이끄는 대립군은 왕세자를 잘 모신다면 난세가 끝난 후 군관을 시켜준다는 명목 하에 따라나서게 된다. 토우는 광해 옆에서 그를 지켜내면서도 처참한 상황과 이를 극복하고 스스로 강인해질 수 있도록 멘토 같은 역할을 한다.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만큼 '명량'같은 전쟁영화를 기대할 수 있겠으나 이 작품은 돈을 받고 군에 대신 온 대립군과, 그들과 만나면서 성장해나가는 광해에게 포커스를 뒀다. 또 우리가 알고 있는 존경받는 '임진왜란' 영웅이 아닌, 이름 모를 평범한 백성들도 함께 조명했다.

성장, 휴머니즘을 중심으로 가져가면서도 대립군의 액션, 이정재, 김무열, 박원상 등의 무술 연기, 백성들이 왜군에 맞써는 등 스케일 큰 전쟁신을 화려하게 연출한 것은 정윤철 감독의 미덕이다.

'대립군'의 흥미로운 지점은 지금까지 드라마, 영화 속에서 다뤄지던 광해의 모습이 아닌, 나약한 어린 시절의 광해가 그려진다는 점이다. 우리가 몰랐던 광해의 모습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차별점을 확실히 두면서도 개연성도 놓지지 않았다는 점을 눈여겨 볼 만하다.

'관상'에서 수양대군으로 강렬한 인상을 줬던 이정재는 산전수전 다 겪은 거친 모습, 죽어간 동료들의 명패를 품에 안고 살아가는 인간적인 면모까지 토우 안에 담아냈다. 검술 연기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이정재의 연기는 볼 수록 감탄스럽다.

여진구의 '광해'는 눈빛부터 손끝, 발끝까지 유약하나, 민초들과 위기를 극복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군주로 거듭난다. 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광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선조 대신 자신이 '대립군'이 된 상황을 인정하면서 느끼는 상실감, 백성들이 자신과 나라를 죽어가는 처참한 광경을 보고, 조금씩 강건해지는 군주를 입체감 있게 스크린에 수 놓았다.

정윤철 감독은 역사와 영화의 힘을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띄웠다. 리더는 만들어져있는 것이 아닌, 만들어져가는 것이라고. 물론 국민의 힘으로 말이다. 5월 숨가쁜 장미대선을 끝낸 국민들이 '대립군'을 보면서 공감과 휴머니즘에 흠뻑 젖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오는 31일 개봉. 러닝타임 130분.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