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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청룡영화상]유력 수상 후보는 누굴까?② - 남우·여우주연상 편

기사 등록 2016-11-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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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연말에는 언제나 축제의 분위기가 고조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여러 가지 난관 봉착과 대종상 영화제 개최 불투명에도 지난 7일 제37회 청룡영화상이 후보를 공개하며 문화인들의 이목을 모았다. 2016년 한 해를 돌아볼 수 있는 이번 제37회 청룡영화상의 후보를 살펴보며 어떤 작품들이, 또 어떤 배우들이 활약했는지 떠올려보자.

지난 10일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돌아봤던 것과 같이 이번에는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돌아본다. 지난 두 분야만큼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열전’이 빛나는 후보들이기에 쉽게 ‘이거다’ 결론내릴 순 없지만 과연 어떤 지점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는지 짚어보는 것도 흥미롭다.

# 남우주연상 후보-곽도원(곡성)·송강호(밀정)·이병헌(내부자들)·정우성(아수라)·하정우(터널)

남우주연상은 의외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연기라는 것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그 만족도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이어지는 여우주연상만큼 ‘악’ 소리날 정도의 치열함은 아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양강체제, 혹은 삼강체제가 될 것이다.

이번 37회 청룡영화상에서 최다부문 후보에 오른 ‘곡성’은 남우주연상에도 곽도원의 이름을 올렸다. 곽도원은 ‘곡성’ 이전에도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감독 윤종빈)’ ‘변호인(2013, 감독 양우석)’ ‘무뢰한(2014, 감독 오승욱)’으로 다양한 연기를 펼쳤지만 ‘곡성’에서는 종구 역으로 겁많은 경찰부터 물불 안 가리는 아버지까지 인물의 변화를 완벽하게 스크린에 드러냈다. 무엇보다 흥행에도 성공하며 ‘주연도 손색없다’는 도장을 찍은 셈이다.

‘밀정’의 송강호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사도(2014, 감독 이준익)’ 이후 약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지만 연기력은 물론 그 이름이 주는 흥행파워 역시 전혀 녹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일제강점기라는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조선인도, 일본인도 될 수 없는 이정출이란 인물을 특유의 소화력으로 승화시켜 관객들의 정서를 이끌어냈다.

안상구 역의 이병헌은 ‘내부자들’에서도 단연 빛난 인물이다.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서 제멋대로인 듯하지만 그 내부에 굳건한 중심이 있는 이 역할은 그동안 헐리우드 영화에 눈을 돌렸던 배우 이병헌을 다시금 ‘한국의 대표 배우’로 상승시키기에 충분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 사투리 연기조차 능숙하게 해내 이병헌의 한계는 어디인지 궁금케 한다.

적어도 ‘고군분투상’은 줘야하지 않을까. ‘아수라’의 정우성은 정말 세상 모든 죄악의 결과를 끼얹은 듯한 모습으로 분했다. 언제나 ‘잘생김’의 대명사였던 그가 얼굴이 붓고 잔뜩 상처입은 모습은 관객들에게도 그 자체가 충격이었다. 러닝타임내내 시종일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도경은 정우성의 거친 모습을 극대화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정우는 2016년 ‘아가씨’와 ‘터널’ 두 작품 중에서 ‘터널’의 정수 역으로 후보에 등극했다. 이 영화에서 사실상 홀로 연기를 펼치는 와중에도 극의 호흡을 ‘들었다놨다’ 하며 몰입감을 이끌어낸 하정우는 인간이 가진 긍정적인 본질을 직시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또한 상황에 점차 적응해가는 과정 속에서의 유머러스로 그가 가진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정우성은 이번에 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전무해보인다. 그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긴 했지만 인물의 폭 자체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곽도원, 이병헌으로 보이며 큰 이변이 없었던 과거의 수상들을 봤을 때 이 양강체제가 지속될 것이다. 두 배우 모두 빼어난 연기를 보였지만 영화 전체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곽도원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 수상작 최종 예측 ‘곡성’ 곽도원

# 여우주연상 후보-김민희(아가씨)·김혜수(굿바이 싱글)·손예진(덕혜옹주)·윤여정(죽여주는 여자)·한예리(최악의 하루)

올 것이 왔다. ‘빅4’ 중에서도 가장 윤곽이 그려지지 않는 부문이다. 이것 역시 대략적인 양강체제는 보이지만 의외의 변수가 많은 탓에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어쩌면 올해 최고의 배우 자리까지 넘볼 수 있었을 김민희는 히데코 역으로 작품 내내 영화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박찬욱 감독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이 갖는 특유의 분위기를 소화하면서도 속을 알 듯 모를 듯 많은 걸 드러내지 않은 그의 연기는 ‘아가씨’라는 작품이 가진 요소들을 더욱 부각시켰다. 또한 그는 지난 8월 ‘2016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이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기에 가능성이 높게 쳐지고 있으며 반면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설로 이미 올해 모든 영화제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진지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유쾌한 모습으로 등장했다가 어느새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낸 여배우 주연 역의 김혜수도 후보에 이름을 새겼다. 올 한해 안방극장에서 tvN ‘시그널’로, 스크린에서 ‘굿바이 싱글’로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했던 그는 이 작품에서도 깊이 있는 연기를 보였다. 코미디로 시작해 휴먼드라마로 향하는 이 작품에서 김혜수는 모든 장면에 꼼꼼한 연기를 아로새기며 감성을 더했다.

손예진은 한 작품으로만 후보에 올라 많은 팬들이 의아해 할 정도다. 올해 선보인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와 ‘덕혜옹주(감독 허진호)’로 손예진은 극과 극의 연기를 펼쳤다. 청룡영화상 측은 ‘덕혜옹주’ 이덕혜 역의 손을 들어줬다. 청년부터 노년까지, 거침없는 감정연기와 내면에서 끓어오른 에너지는 손예진이란 배우가 다른 차원에 도달했음을 보여줬다.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에서 윤여정은 소영 역으로 ‘박카스 할머니’로 분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성매매하는 노인이란 과감한 설정에도 특유의 연기력으로 삶의 단면을 마주한 이의 감정선을 포함해냈다. 특히 ‘죽여주는 여자’라는 말이 갖는 의미가 바뀔 때, 윤여정이란 배우가 가진 놀라움은 진가를 드러냈다.

한예리는 김종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최악의 하루’ 속 은희 역으로 여우주연상을 노린다. 하루에 세 남자와 마주치게 된 이 영화에서 한예리는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변하는 은희의 모습에 중심을 잡아줄 뿐만 아니라 생기를 불어넣어줬다. 이 작품을 본 관객이라면 모두가 인정하듯 ‘대체불가’의 한예리는 우리 모두의 어떤 ‘면’들을 작품 안에 녹아내려 작품의 의미를 더욱 강황시켰다.

딱 보기엔 양강으로 보이지만 의외의 변수가 많은 부문이다. 김민희가 불참을 밝힌 이상 청룡영화상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손예진이 수상이 높게 쳐지지만 김혜수, 윤여정, 한예리의 연기 역시 모두 탁월하고 또 다른 지점에 빛났다. 김혜수의 연기는 미혼모에 대한 시선을, 윤여정은 노년기에 느낄 수 있는 삶의 회한을, 한예리는 한 사람의 유동적인 성격을 모두 인물에 녹아내렸다. 하지만 변수는 변수일 뿐, 손예진이 수상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특히 ‘비밀은 없다’의 연홍 역을 끌어내릴 만큼 이덕혜를 인상적으로 봤다면 말할 필요가 없다.

- 수상작 최종 예측 ‘덕혜옹주’ 손예진

성찬얼기자 remember_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