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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용의 사극돋보기]'옥중화' 명종, 어머니의 품을 벗어나지 못한 유약한 군주

기사 등록 2016-07-1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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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 조선왕조에서 가장 존재감 미약한 왕을 꼽는다면 조선2대 임금 정종을 비롯해 예종, 현종, 순조 등이 있다. 그리고 명종도 미약한 존재감을 지닌 왕으로 평가된다.

MBC 창사 55주년 특별기획 '옥중화(극본 최완규, 연출 이병훈)'는 조선 명종 재위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드라마 속 내용을 보면 명종 재위기라기 보다 문정왕후 통치기(?)라고 보는 것이 낫다 싶을 정도로 문정왕후의 존재감이 강력하다.

사실 문정왕후가 등장하는 작품에서 명종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명종은 1545년~1567년까지 무려 22년을 재위했음에도 뚜렷한 존재감이 없다. 그 이유는 생모인 문정왕후 때문이다. 문정왕후가 세상을 떠난 1565년까지 명종은 왕권을 제대로 행사한 적이 없다.

조선 13대 왕 명종은 1545년 이복 형인 인종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 그때 나이가 만11살이었다. 명종의 생모 문정왕후는 어린 아들을 대신해 수렴청정을 하며 실권을 잡았다. 그는 명종이 성인이 돼서도 권력을 내려놓지 않았다.

명종 재위기는 외척들의 득세와 역모 사건으로 얼룩졌다. 명종과 문정왕후를 등에 업은 윤원형 일파는 인종의 외척인 윤임 등 대윤 일파를 숙청했다. 이를 을사사화라고 한다. 또한 문정왕후의 권세를 비난했던 양재역벽서사건을 통해 윤원형은 정적들을 제거했다.

나라의 권세가 윤원형 일파에게 집중되자 각종 폐단이 일어났다. 농민들은 토지를 빼앗기고, 고향을 떠나 화적 떼가 됐다. 여기에 1555년 왜구들이 배 60여척으로 전라도에 침입해 영암, 장흥, 진도 등을 유린하는 을묘왜변을 일으켰다.

나라가 피폐해지는 와중에도 권력자들은 백성들을 돌아보지 않았다. 결국 1559년에서 1562년 사이 양주 백정 출신 임꺽정이 황해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탐관오리를 죽이며 세력을 떨쳤다. 그야말로 외적의 침입과 민란의 반란이 함께 일어났던 시기였다.

을묘왜변은 곧 진압됐고, 임꺽정의 반란도 수습이 됐다. 이때만 하더라도 조선사회는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 명종은 조선 조정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엔 외척이라는 장애물이 너무 강했다.

1565년 문정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명종은 인재를 고르게 등용하고, 선정을 펴려고 노력했지만 2년 후 3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게다가 후사도 남기지 못해 다음 보위는 중종의 일곱째 아들인 덕흥대원군의 셋째 아들이 계승하였으니 그가 바로 선조이다.

'옥중화'에서 명종(서하준 분)은 어머니 문정왕후(김미숙 분)와 외숙 윤원형(정준호 분)의 전횡에 분노하면서도 그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속내를 감추고 힘을 길러 반격을 꾀하려 하고 있다.

명종은 분명 나라를 이끌어갈만한 성품과 능력을 갖춘 군주였지만 어머니 문정왕후의 그늘이 너무 크고 짙었다. 뒤늦게 군주의 능력을 발휘하려 했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았다. 그것이 조선왕조의 또 다른 비극이었다.

만약 명종이 오래 살아 선정을 펼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부질없는 것이지만 명종이 오래 살았고, 후사를 제대로 남겨 대통을 이었다면 조선왕조의 역사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조선왕조 역사상 무능력한 군주 상위권에 올라있는 선조는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벌어지는 조선왕조 역사의 파란만장 가족사도 많은 부분 다르게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사진=MBC 제공]

여창용 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