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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 ‘변산’, 청춘들이여 더 당당하게 마주하고 부딪쳐라

기사 등록 2018-06-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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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변산' 포스터
[이슈데일리 김나연기자] 이준익 감독이 또 하나의 ‘청춘 이야기’로 돌아왔다. 무작정 감추고 피하고만 싶었던 나의 흑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또 치유하면서 ‘성숙’해져갈 수 있는 기회와 용기를 선사한다. 영화 ‘변산’이다.

‘변산’은 고향을 떠나 빡센 인생을 살아가던 무명의 래퍼 학수(박정민)가 고향으로 강제 소환되고, 잊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몇 없는 관객 앞에서 랩을 하는 학수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올라와 발렛 파킹,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빡센 청춘을 보내는 그는 학수가 아닌 ‘MC 심뻑’이다. 학수가 이 빡센 청춘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은 오로지 비트 위에 가사, ‘랩’이다.

그는 ‘쇼미더머니’에 6년 연속 도전하며 열정을 불태우지만, 이번에는 ‘어머니’라는 키워드에 마이크를 내려놓고 만다. 또 다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 그리고 그렇게 꼬여버린 순간 고향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병원의 전화를 받게 되고, 그 전화 한통으로 꿈속에서라도 돌아가기 싫었던 고향에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돌아온 고향에서 학수는 어떤 과거를 마주하게 될까. 그리고 그 과거를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며 화해의 악수를 건넬 수 있을까.

역시 이번 영화에서도 배우 박정민은 빛났다. “박정민의 매력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하다”는 이준익 감독의 말처럼 ‘변산’에서도 박정민은 한계 없는 변화를 보여줬다. 이질감이 전혀 없었던 랩 실력은 물론 섬세한 감정연기까지. 그는 과거와 마주하고,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수시로 변하는 학수의 감정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김고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존재. 선미는 학수에 대한 과거의 ‘낭만’을 놓지 않고 있었던 유일한 고향친구다. 그의 존재는 학수에게 알게 모르게 위로가 됐고, 또 과거의 기억을 마주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김고은은 ‘변산’에서도 자신만의 독보적인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신선한 매력으로 극의 한 축을 담당했다.

‘변산’은 말 그대로 슬픔과 웃음 그 사이다. 영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지만 학수가 과거를 마주하는 순간순간, 그래서 변화되는 현재는 관객들의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과장되거나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주인공 학수를 비롯한 모든 캐릭터들은 우리의 삶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이다. 결국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 또 나의 이야기인 것. 영화는 바라보고 있는 나 또한 그 과거의 문 앞으로 데려다 놓으며 묵혀두었던 과거의 추억과 감정들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결국 정면을 바라보고 과거와 마주한 학수와 선미(김고은)이 구름 사이의 해, 그 사이로 밝게 비추는 섬광과 붉게 물든 노을 앞에 앉은 순간 과거의 문 앞에 섰던 많은 이들 또한 그 따뜻한 색의 노을에 위로 받게 된다. 이준익 감독이 선사하는 청춘을 향한 위로와 앞으로를 향한 응원이다.

이준익 감독은 ‘청춘’이라는 카테고리를 한정적으로 정해놓지 않았다.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청춘은 살아있는 모든 순간으로 정의한 것. 불편하고, 부끄럽고, 또 피하고만 싶은 순간들은 그 누구에게나 있다. 영화는 그렇게 억눌려있던 과거를 마주하고 부딪쳐보라고 격려한다. 오히려 감추고 싶었던 청춘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을 수도.

영화 ‘변산’은 오는 7월 4일 개봉한다.

김나연기자 nadus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