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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루시드 드림’ 설경구, 매번 자신을 뛰어넘는 베테랑

기사 등록 2017-02-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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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루시드 드림' 스틸컷
[이슈데일리 김지영기자]배우 설경구를 떠올린다면 강렬한 눈빛에 존재만으로 포스가 느껴지는 모습이 연상된다. 1996년 영화 ‘꽃잎’으로 데뷔 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였던 설경구지만, 그의 대표작 영화 ‘감시자들’(2013), ‘공공의 적’ 시리즈, ‘해운대’(2009)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 관객들을 사로잡았기에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루시드 드림’에서 설경구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극 중 그는 대호(고수)의 아들 민우의 실종사건 담당 형사로, 3년째 아무런 진전이 없는 이 사건을 미제사건으로 넘기라는 윗선의 지시에도 불구, 유난히 이 사건에 애착을 보인다. 또한 민우를 찾기 위한 결정적 단서를 쥐고 있는 인물로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극을 긴장감 있게 이끈다.

설경구는 전작 ‘공공의 적’시리즈에서 강청중을 맡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형사를 완벽 소화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감시자들’(2013)에서도 동물적인 감각을 지님과 동시에 이성적인 베테랑 감시 전문가 황반장으로 분했다. 설경구가 전작들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존재만으로 관객들을 압도시켰다면 방섭은 180도 다른 형사 모습을 연출한다.

▲ 영화 '루시드 드림' 스틸컷

더불어 방섭은 보통 타 영화나 드라마에서 전형적으로 그려지는 모습들, 후배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지며 욕설을 내뱉는 형사가 아닌 시종일관 차분한 톤을 유지한다. 이는 신사같은 모습을 연상케 한다. 또한 그는 ‘루시드 드림’에서 다소 부드러운 모습을 연출하지만 존재감만은 분명하며 신선하기까지 하다. 대호의 아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부터 아픈 딸을 위해 다정한 면모까지 선보인다. 더불어 부드러운 매력 속에 내재돼 있는 카리스마를 모두 겸비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루시드 드림’ 언론시사회에서 “내가 치고 나가면 안 되는 역할이다 보니 상대배우인 고수의 호흡을 따라가며 그들의 연기를 잘 들으려고 노력했다”며 “강한 역할이라면 강하게 연기를 하지만, 내가 나이를 먹으니 전과는 다르게 흐르는 대로 맡겨보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해 호흡에 강약 조절을 한 그의 연기에 기대감을 더했다.

▲ 영화 '루시드 드림' 스틸컷

또한 믿고 보는 배우 중 하나인 설경구가 극을 이끌어 나가는 대호가 아닌 방섭을 택한 데에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감독은 “설경구씨가 주인공의 역할보다 방섭이라는 캐릭터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며 “그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 했고 작품의 마지막까지 톤을 조절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 바 있다.

설경구의 독보적인 형사 캐릭터는 신인 배우들의 교본이라고 할 정도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다. 그는 연기생활 25년차인 내로라하는 배우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쌓아왔던 연기에 한 발짝 더 나아간 연기를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한다. 그의 끝없는 발전은 자신에게 맞춘 캐릭터가 아닌 본인 스스로가 캐릭터에 녹아든 연기로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이번 ‘루시드 드림’ 역시 그의 필모그래피에 신선한 획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기자 b33151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