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뮤지컬 ‘친정엄마’, 설마 내 이야기 아니겠지?

나문희 김수미의 무대라서 고마운 뮤지컬

기사 등록 2013-05-02 17:04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김성숙기자] ‘친정엄마’를 만나고 왔다. 정말이지 꼭 내 이야기 같다.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엄마와 딸은 비슷한 스토리를 품고 살아서이겠지. 설마 내 이야기일라고. 설마.

지난 2007년 초연을 시작으로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아온 뮤지컬 ‘친정엄마’가 올해 시즌5를 맞이하며 지난 4월 19일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서울 첫 공연의 막을 올렸다. 5년째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인 만큼 군더더기 없는 연출에 배우들 호흡도 척척 맞는다. 감동 있는 뮤지컬 보고 기분 좋게 봄날 이화여대 교정을 걸어 나왔다.

뮤지컬 ‘친정엄마’, 생각보다 진지하거나 슬프지 않다. 친정엄마랑 봐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웃음과 감동이 살아있다. 감동 웃음이 80%이고 반성 눈물이 20% 정도. 물론 관객마다 다를 것이다. 앞줄에 앉은 관객 한 명이 유독 꺼이꺼이 우는 바람에 연극이 끝날쯤 사람들이 웃었다.

한 주를 마감하는 금요일, 봄바람 맞으며 이화여대 교정에 들어서자, 나이 지긋한 어머니들, 아저씨들, 아줌마들이 극장으로 향했다. 엄마에게는 대학교정을 걷는 것만으로도 딸과의 좋은 여행일 수도 있겠다. 극장이 어디냐고 물으신다. 나는 인정하지 않지만 나도 남들이 보기엔 아줌마. 아줌마가 아닌 척 엉거주춤하지 않고 재빨리 극장으로 들어갔다.

뮤지컬 초반은 한껏 들떠 있다. 엄마의 꿈 많은 소녀 시절을 보여주는 장면마다 옛날 추억이 위트 있게 살아있다. 80~90년대 엄마들 세대에 익숙한 노래들이, 최신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된 복고풍의 옷들을 입고 나온 배우들로 볼거리, 들을 거리 넘친다. 수십 개의 개사곡으로 오히려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마냥 신나 있을 때쯤 엄마가 된 소녀, 나문희가 무대에 등장한다. 그저 무대에 등장했을 뿐인데 눈물이 흐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우리 엄마 모습과 너무 닮았기 때문은 아닐까? 푸짐하게 붙은 허릿살에 엉거주춤한 뒷모습, 주름살 있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애잔한 엄마 인생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일 게다.

소녀는 어느새 엄마가 되어 자신의 딸을 시집보낸다. 딸이 또 딸을 낳고, 딸이 남편과 살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엄마의 이야기가 빠르고 위트 있게 그려진다.

뮤지컬 ‘친정 엄마’ 2013은 우리 사는 이야기를 기분 좋아질 만큼, 딱 그만큼 포장돼 무대에 올라와 있다. 뮤지컬이 끝나고 대학 교정을 걸어 나온다. 대학 시절 교정을 걸으며 품었던 꿈이 꿈틀대며 머릿속을 채운다. 이번에 친구랑 봤지만, 다음에는 꼭 우리 엄마랑 보리라.

우리 시대 엄마 나문희, 김수미가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고마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