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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1987' 아직 30년 밖에 안된 이야기

기사 등록 2017-12-1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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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무기는 진실 뿐이야"

1987년, 1월 스물 두 살 젊은이의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았다. 권력을 위해 묵살 당했던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통령 직선제 폐지를 쟁취해내는 발화점이 됐다. 그리고 2017년 우리는 촛불로 정부 교체를 이뤄냈고 다시 권력을 위한 권력을 무너뜨리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미묘하게 닮아있는 2017년에 30년 전 '1987'이 개봉한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서는 영화 '1987'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1987’은 실화인 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로, 1987년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숨진 가운데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해 1월 스물 두 살이었던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가 사망하고, 박처장(김윤석)은 증거를 인멸하려 하지만 그날 밤 당직이었던 최검사(하정우)는 의문을 품고 부검을 주장한다. 경찰과 정부 측은 단순 쇼크사라고 발표를 하지만 용기 있는 사람들의 양심 선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최검사는 법 위에 있는 박처장을 도발하지만 박종철 죽음의 진실을 혼자 밝히기에는 무리라는 걸 알게 된다. 윤기자(이희준)에게 물고문 질식사 부검서를 흘리고, 젊은이의 억울함 죽음 앞에 언론들도 보도지침을 어기고 달려든다. 일이 커지자 박처장은 조반장(박희순)과 강형사를 구속시키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박처장은 조반장에게 "빨갱이를 잡는 것이 애국", "과실치사로 금방 나오게 해주겠다"는 말로 교도소에 들어간다. 하지만 박종열 열사의 49제 때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다. 억울한 조반장은 교도소에서 죽음의 진실을 발설하고 이를 한병용(유해진)이 듣게 된다. 유해진은 수배 중인 재야 인사 김정남(설경구)에게 전달하기 위해 연희(김태리)에게 위험한 부탁을 건넨다.

영화는 1월, 고 박종철 열사의 죽음부터 고 이한열 열사의 죽게 된 6월까지 가열차게 담았다. 한 사람의 죽음이 나비효과가 되고, 이 죽음에 얽히게 된, 또는 바라보게 된 평범한 사람들이 두렵지만 차마 양심을 저버릴 수 없었던 행동들이 물결처럼 퍼져나간다.

결국 1987년도의 주인공은 모든 국민이며, 권력있는 자들이 아닌, 국민이 얼마나 위대하고 힘이 있는 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당초 '1987'의 시나리오는 박처장을 따라 흘러가는 이야기의 구성은 비슷했으나 구조가 달랐다. 장준환 감독은 1987년 데모를 나가긴 했지만 치열한 운동권은 아니었다. 그는 "내적인 고민과 본질을 고민한다는 변명 하에 그 때의 미안함과 부채감이 있었다"고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장준환 감독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이후 두 번째 호흡을 맞춘 김윤석은 잘못된 신념 아래 정립된 애국심으로 무고한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박처장을 '명불허전'의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다수의 악역을 맡아왔던 김윤석은 항상 결이 다른 연기로 눈을 즐겁게 한다. 이번에는 절제된 눈빛과 저음의 평양 사투리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현실적인 사투리 연기는, 무리 없이 듣는 이들에게 대사를 전달한다. 김윤석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 축이 돼 영화를 끌어간다.

하정우는 영화의 처음과 끝을 책임진다. 박처장의 하늘에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권력부터 무너지는 모습까지 본다. 김윤석이 강렬한 모습으로 진실을 수비 한다면, 하정우는 전매특허 능청스러운 연기로 진실을 향한 공격을 가한다.

김태리는 87학번 신입 여대생 연희 역으로 등장하는데 데모하는 사람들을 그냥 바라보는 방관자다. 위험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그로 인해 가족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1987' 속 가장 평범한 캐릭터이며 허구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 삼촌 병용(유해진)이 위험해지자 발걸음을 돌린다. '데모는 나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관객들이 연희의 시선으로 영화를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후 왜 이토록 위험한 일에 목숨까지 거는지 온몸으로 체감하는 과정은 관객들의 이해와 공감지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87'은 조연과 특별출연 면면이 화려하다. 강동원, 여진구, 설경구, 김의성, 문성근, 우현, 고창석, 오달수, 조우진, 그리고 문소리까지 단순한 소비나 이슈몰이가 아닌, 많은 캐릭터들이 존재의 이유를 확고히 한다.

영화에서 펼쳐지는 충격적인 광경은 아직 30년 밖에 되지 않은 우리의 역사다. 오늘 배우 박희순은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다'라며 인사는 건넸다. 2017년 마지막을 30년 전의 거울 들여다보며 지금이 있을 수 있던 치열했던 역사의 한 장면을 확인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27일 개봉. 15세 관람가.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