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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수종의 ‘행복일기’ ⑦ “아이의 눈이 돼주고 싶습니다”

기사 등록 2012-05-23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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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우 최수종]'원조 아이돌' 최수종. 그는 수십 년이 넘는 연기 경력과 남 모르는 선행으로 일반 대중들에게는 '진정한 스타'로 자리매김한 베테랑 배우다. 어느 덧 데뷔 25년차. 하지만 그의 열정은 남다르기만 하다. 항상 노력하는 자세로 연기를 하고 특유의 섬세함과 포근함으로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요즘은 국내를 넘어 일본팬까지 확보해 '글로벌 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하트하트재단의 친선대사이기도 한 최수종은 최근 꾸준한 기부 활동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아프리카의 탄자니아를 방문해 따뜻한 손길로 현지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고, 소통의 시간도 가졌다.

이슈데일리는 최수종이 직접 쓴 ‘행복일기’를 통해 그의 따뜻한 속내와 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 타인과의 소통이 어떻게 행복에 이르게 하는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최수종의 ‘행복일기’ ① “9살 소년의 고된 짐,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② “미소천사 알리마”
최수종의 ‘행복일기’ ③ “소년 라시드, 엄마 아빠의 눈이 되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④ “흙탕물로 생계를 유지하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⑤ “트라코마에도 꿋꿋한 부녀의 情”
최수종의 ‘행복일기’ ⑥ “함께 노래하고, 소통하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⑦ “아이의 눈이 돼주고 싶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⑧ “부모라서, 미안해”
최수종의 ‘행복일기’ ⑨ “한 줄기 희망의 빛, 저는 믿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⑩ “작은 실천, 사랑의 초석으로..”

<프롤로그>

영화촬영을 마무리하고 하트하트재단의 친선대사 자격으로 지난 4월 7일 탄자니아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죠!. 남들은 한 번 가기도 힘들다는 아프리카, 그것도 동일한 국가를 한 번 더 방문한다고 했을 때 주변사람들은 의아해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길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픔의 땅' 아프리카는 언제든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이기 때문이었습니다. 1년 전 방문과는 달리 이번에는 탄자니아 남부에 위치한 음트와라라는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새로운 지역과 만남에 대한 긴장감, 그리고 기대감도 있었지만 가슴 한 켠에는 왠지 모를 미안함과 죄스러운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의 작은 변화를 기대하며 탄자니아를 방문했지만, 인천공항에서 카타르의 도하를 경유하고, 탄자니아 다레살람에서 다시 국내선 항공으로 갈아타고 도착한 음트와라는 1년 전 제 기억 속에 있는 탄자니아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는 대비되는 현지인들의 삶, 절대빈곤이라는 현실적 한계는 여전히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찾은 음트와라는 탄자니아 내에서도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타지역에 거주하는 현지인들의 발길조차 뜸한 곳이었습니다.

사랑과 희망을 나누러 가는 길, 제 바람은 늘 한결같습니다. 5박 7일의 일정동안 ‘사랑이란 언어로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 ‘비록 그들이 처한 상황을 내가 변화시킬 순 없지만 모든 사람의 삶은 분명 이유가 있고, 희망이 있음을 전하는 것’, 그것뿐입니다.

▲ “아이의 눈이 돼주고 싶습니다”

오늘은 트라코마 수술캠프가 열리는 날입니다. 탄자니아는 세계에서 3번째로 트라코마 발생율이 높은 나라로 전 국민의 2/3가 트라코마 감염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합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세상의 외진 곳에서,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엄청난 고통을 견디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있는 음트와라는 탄자니아에서도 트라코마 유병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습니다. 때문에 마을 곳곳에서 트라코마로 인해 시력을 잃어가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을 시작으로 한 달간 마을을 돌며 집중 수술캠프가 열린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한 달간 2,450명이 보건소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보건소는 숙소에서 1시간 30분 떨어진 음티니코라는 오지마을에 있었습니다. 보건소라고 불리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그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았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첨단 의료기기와 의학기술이 발달한 우리들에게는 이 곳 현실이 그저 머나먼 이야기로 들릴 것입니다.

제가 도착했을 땐 이미 60여명의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술캠프 현장은 열악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수술 전 검사를 끝낸 사람들은 보건소 외벽 한 켠에 마련되어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수술용 간이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초점을 잃은 눈으로 멍하니 벽을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은 제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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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종이 환자들의 시력 검사를 돕고 있다. 환자들을 진심으로 돕고 싶은 그의 진심이 담긴 표정이 눈길을 끈다.

불과 15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시술로 트라코마의 진행을 막을 수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트라코마로 인해 손상된 눈의 회복은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트라코마는 조기치료와 예방이 더욱 중요한 질병이지요. 저는 나무에 시력검사표를 매달아 놓고 환자들의 시력검사를 도왔습니다. 그런데 손으로 대충 그려 선명하지 못한 시력검사표가 제 마음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저는 직접 마크 팬을 들고 흐릿해진 눈을 가진 그들이 조금이라도 선명히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나은 시력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력검사표 글자에 선명하게 색을 덧입하고 시력검사를 시작했습니다.

계속되는 시력 검사 속에서 작은 한 아이가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 너무나 작고 어려보이는 그 아이는 어딜 짚어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답답한 심정에 계속 되물으며 아이의 얼굴 앞까지 다가갔지만 이미 시력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가야 할 시간이 훨씬 많은 아이들에게 닥쳐 온 피도 눈물도 없는 고통스러운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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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이 눈이 안 보이는 아이의 앞에 다가가 손으로 숫자 '5'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아이가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이 슬펐습니다. 아이들은 눈을 통해 배우고, 성장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이 같은 당연한 권리조차 잃었습니다. 아주 잠시 뿐일지 모르겠지만 저라도, 이 작은 아이의 눈이 돼주고 싶었습니다. 많은 분들께 호소합니다. 이들이 이 아름다운 세상을 볼수 있는 맑고 청아한 눈을 얻을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부탁합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⑧은 5월 28일 게재됩니다>

감수 양지원기자 jw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