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이슈분석] 종편의 문제점과 가능성 "화려하기만한 불꽃놀이는 없다"

기사 등록 2011-12-08 17:08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박상준기자]종합편성채널이 1일 일제히 개국했다. 종편이 만든 축제의 장에는 명성높은 PD들과 톱스타들이 찾아왔다. 종편이 말하는 방송 콘텐츠의 다양성과 판도 변화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화려한 불꽃놀이가 언제까지나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짝이는 사이에도 수시로 어두움이 찾아오기 마련이고 불꽃이 다 쏘아올려진 뒤에 밝은 낮이 찾아올지 종편이 지닌 태생적 한계의 벽에 가려져 밤이 계속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 다채로움과 단조로움의 사이에서

종편이 주목 받는 이유는 그동안 방송 3사의 획일화된 콘텐츠와는 다른 다양성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지상파의 유명PD들과 톱스타들이 종편의 얼굴이 되고 시청자들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골자다.

뚜껑을 연 종편의 프로그램들은 일부 지상파를 넘어서는 뛰어난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매니아층을 거느리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온 노희경 작가가 정우성과 한지민을 전면에 내세운 JTBC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는 영화와 같은 높은 완성도로 꾸준히 시청자 유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런가하면 시청률 경쟁에서는 벗어나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도 눈에 띈다. 채널A의 주말드라마 '천상의 화원-곰배령'은 곰배령에 사람들의 사람냄새 진한 작품성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외주제작사의 힘을 빌린 드라마 쪽에서는 일부 성공했지만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들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에서 다채로운 변화가 눈에 띄였다면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익숙한 기존 포맷을 답습하는 데 그쳤다. 오전 시간에 방송되는 JTBC ‘변우민, 박지윤의 행복카페’, 채널A ‘다섯 남자의 맛있는 파티’ 등 기존 지상파 생활 정보 프로그램과 차별회되지 못하고 답습하거나 혹은 퇴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허점은 시청률로 확인되고 있다. 개국 일주일이 되가는 현재 종편 4사 모두 1%를 넘지 못하는 평균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있다. 다채로움을 표방하고서는 단조로움을 보여준다면 종편은 화려한 드라마로 잡아둔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도 있는 위기감을 적시해야한다.

# 화려한 볼거리와 급조된 공허함 사이에서

종편의 이러한 명암은 모든 것이 급조되야하는 압박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개국 당시에도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이 채 결정되지 못하고 가제로 처리됐고 급기야 허술한 방송시스템은 방송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가장 신뢰받아야할 뉴스와 교양프로그램에서도 이러한 실수는 이어졌다. 강호동 야쿠자 연루설을 보도한 채널A는 다큐멘터리 ‘트로이의 하얀 묵시록’에서도 개들이 서로 잡아먹는 장면을 여과 없이 방송해 또 다시 물의를 빚었다. MBN ‘왓츠업’은 지난 3일과 4일 전혀 엉뚱한 시간대 방송을 내보내는 어이없는 실수를 보였다. 개국 첫날부터 불거진 이러한 선정성 논란 및 방송사고는 시청자들에게 졸속 종편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각인시켰다.

비단 방송사고의 문제만이 아니다. 다양성을 표방한 종편의 모습은 간데 없이 현재 종편 구성은 대부분 재방송으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킬러콘텐츠의 부재가 아니라 방송콘텐츠 자체의 부실을 지적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부실의 배경에는 톱스타들의 종편행이 그 이유로 대두되고 있다. 편성을 위한 자금 대부분이 톱스타 모시기 경쟁에 쓰인 만큼 그 외의 프로그램에 돌아갈 자금은 부족한게 사실이다.

또 톱스타를 동원한 킬러콘텐츠는 오히려 종편들의 목을 죄는 자승자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우성, 채시라, 송일국, 황정민 등 대형 스타들을 영입하기 위한 거액의 계약금은 화려한 불꽃을 쏘아올리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지속적으로 종편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힘은 아니다. 이러한 일회성 투자는 전체 방송시장의 몸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일 뿐 아니라 고스란히 제작비 절감 등의 제작사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이라도 양질의 프로그램과 드라마 제작을 위한 육성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면 종편들의 이러한 거대 초기 투자비용은 마치 불꽃놀이처럼 일회성 홍보비용으로 사라질 공산이 크다.

# 종편의 불안요소, 투자효율성과 플랫폼의 한계

종합 편성 채널이 가진 다양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모습은 다소 실망스럽다. 물론 케이블 수신기가 있어야지만 시청할 수 있다는 플랫폼의 한계를 거론하지 않아도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시선으로 따뜻하게 바라볼 요소도 많다. 하지만 걸음마 이전에 화려한 무대 위에 올라버린 종편이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다. 종편은 케이블이라는 플랫폼의 한계와 투자효율성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극복해야한다. 불꽃놀이는 끝났다. 종편들은 이제부터라도 톱스타들의 화려한 쇼보다는 내실있는 프로그램 육성에 눈을 돌려 애초에 내세웠던 차별화를 통해 여타 케이블 채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내야 한다.

박상준기자 sj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