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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치즈인더트랩’ 오연서 “저만의 ‘독특한 홍설’ 탄생했어요”

기사 등록 2018-03-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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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이 정도면 정말 완벽하게 만화를 찢고 나왔다. 새침한 표정, 고양이 같은 눈매가 매력적인 배우, 오연서가 ‘치즈인더트랩’ 홍설로 분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왔다 장보리’ 등 출연했다하면 대박을 터뜨려 주연배우 입지를 다지고 있는 오연서. 각각의 작품마다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번에는 어떤 매력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할까.

‘치즈인더트랩’은 부드러운 미소 뒤에 무엇을 숨긴 듯한 비밀스러운 유정(박해진 분)과 개강파티에서 그를 처음 만나 복잡한 관계에 얽히게 되는 홍설(오연서 분)의 달콤 살벌 연애를 그린 ‘로맨스릴러’다.

대중들의 열렬한 지지로 ‘가상 캐스팅’ 일순위에 올랐던 그다. 오연서는 “처음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부담스러웠다”며 조심스레 운을 뗐다. 사실 원작은 ‘웹툰의 전설’이라 불릴 만큼 범접 못할 팬 층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오연서의 부담은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고민이 많이 됐어요. 워낙 원작이 유명하기도 하고 비교 대상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영화를 찍어보니 너무 좋았어요. 외모적인 부분은 외형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었던 부분이 많으니까 조금은 힘을 빌렸던 것 같아요. 패션이나 헤어 같은 것들이요.”

오연서는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보고 “저만의 독특한 홍설이 탄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평범한 대학생 홍설이 오연서를 만나 ‘오연서의 홍설’이 됐다. 오연서의 색을 입은 홍설, 무척 색달랐다.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캐릭터가 달라요. 설이는 기본적으로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예민한 구석도 있고, 모두에게 잘해주고 싶고, 불편한 부분들을 얘기하기 힘들어하는 캐릭터예요. 그렇지만 설이는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어요. 제가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유정과 불편한 사이부터 시작해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에요. 저희도 누군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말투나 행동이 달라지잖아요. 동일하게 유정, 인호 등 캐릭터들을 만날 때 마다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설이 자체가 감정의 폭이 크지도 않고, 입체적이지는 않아요. 그래서 세밀한 감정표현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스토리 전개에 있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 나레이션. 관계에 있어 생각과 고민이 워낙 많은 캐릭터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인간 오연서도 비슷하게 생각이 많은 성격이었을까. 이에 오연서는 “설이보다는 좀 더 솔직한 것 같아요”라며 웃음 지었고 속 시원한 대답이 이어졌다.

“제가 홍설이었다면 유정에게 서운한 부분을 얘기할 것 같아요. 조금 답답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극의 미묘한 긴장감을 주려면 그런 부분이 불가피하기도 하죠. 저는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이 아닌 행복의 기준 등과 같이 제 자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요. 인간관계에서는 솔직하게 다 얘기를 하는 편이죠. 뭐든지 명쾌하게 푸는 게 더 좋아요.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를 하는 게 속 편한 것 같아요.”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또 웹툰에서 화제를 모았던 것은 바로 설이의 패션이다. 영화 속 설이의 패션에는 오연서의 손길이 묻어있었다. 또 오연서도 뷰티와 패션에 심심치 않은 관심을 표했다. 그의 인스타그램의 감각적인 피드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 속 설이의 패션은 제가 평상시에 입고 다니는 패션이랑 굉장히 비슷해요. 제가 힐보다 운동화를 많이 신거든요. 스타일리스트와 같이 고른 옷이에요. 좀 더 캐쥬얼 해야 해서 청바지에 셔츠를 많이 입었던 것 같아요. 거의 100% 관여했어요. 굉장히 믹스매치였어요. 바지도 대부분 ‘자라’에서 구입했어요. 감독님께서는 대학생이지만 스타일리쉬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에코백을 들기도 하고, 파일을 팔 사이에 껴보기도 했죠. 또 시간적 배경이 봄, 여름이다 보니 색감에도 신경을 쓰셨고요.”

오영곤, 백인하 등 명품 조연들의 활약도 영화를 보는 백미 중 하나다. 또 인호의 누나 인하와도 심심치 않게 조우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홍설을 제외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캐릭터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백인하다”라며 주저 없이 말했다. 날카로운 눈매와 새침하고 도도한 매력의 오연서의 백인하. 충분히 그려지는 그림이다.

“인하 캐릭터는 굉장히 매력 있는 것 같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캐릭터라 설이와 대조되죠. 개인의 행복도를 따졌을 때 가장 만족도가 높은 캐릭터가 아닐까 싶어요. ‘걸크러쉬’ 같은 느낌도 있고요. ‘사이다’ 같은 인물이에요. 또 제가 의외로 악역을 안해봤어요. (악역을) 해봤던 선배님들이나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카타르시스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에 화를 안내니까요. 그렇게 화내고, 감정이 폭발하는 신이 있으면 좀 시원할 것 같아요.”

설이는 무심코 베푼 친절 하나로 대학 동기인 오영곤에게 스토킹을 당한다. 무엇인가 결핍이 된 것인지 하는 행동마다 말 그대로 ‘밉상’이다. 오영곤을 제외하고도 ‘빨간 벽돌’이라 불리는 의문의 남자의 ‘묻지마’ 폭행까지, 영화 속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다룬다. 오연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나의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요.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아동, 노인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취지였던 것 같아요. 폭력 자체가 너무 나쁜거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제가 설이였다면 영곤이에게 더 따끔하게 싫다고 똑 부러지게 얘기를 할 것 같아요. 사실 영곤이가 강자한테는 약하고 약자한테는 강한 캐릭터라 너무 밉상이에요. 찌질할 때는 한 없이 찌질 하고 소리 지르고 하는 모습이 (오종혁 배우를 통해) 잘 그려진 것 같아요.”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무려 데뷔 16년차다. 그는 예고를 거쳐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는 등 연기자로서 ‘FM’의 길을 걸어왔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꿋꿋한 심지가 있었고 자신의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또 단역부터 시작해 주연의 자리를 꿰차기까지 연기 필살기가 있었을 터. 이에 오연서는 ‘견디기’라는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답을 건넸다.

“많은 분들이 꿈을 향해 달려가면서 중간에 포기를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견디다보면 누군가는 알아준다고 생각해요. 연기와 작품은 취향이잖아요. 시험처럼 ‘백점 만점에 백점’처럼 딱 떨어질 수가 없어요. 또 그만큼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잘 참고 열심히 한걸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선배님들을 봐도 ‘인내’를 강조하세요. 배우는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대를 지나 30대에 돌입한 오연서는 한층 ‘여유’가 더해진 듯 했다. 꿈을 향해 치열하게 달렸던 20대의 오연서였기에 청춘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또 지금도 연기자로서의 삶을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는 듯 했다.

“모든 20대가 그렇듯 취업도 해야 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치열하게 하잖아요. 노는 것도 많지만 미래를 준비해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도 너무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저는 연극영화과를 나왔지만 제 주변에도 지금 연기를 안하는 동기들도 많아요. 저에게 연기는 ‘짝사랑 상대’예요. 한 발자국 떨어져 있으면 너무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막상 그 안에 들어가면 부담스럽고 어려워지죠. 집에서 쉬고 있을 때 작품을 보거나 대본을 보면 빨리 연기를 하고 싶다가도 현장가면 어려운 부분들이 있잖아요. 컨디션, 감정 등의 문제요. 학교 다닐 때 한 교수님께서 연기를 하다보면 연기력이 쭉 올라가다 정체되고 또 다시 오르고 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이해가 되요.”

‘연기자 오연서’와 ‘인간 오연서’ 모두 차분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그래서일까. 차분하면서도 심지가 굳은 홍설 역에 이리도 ‘찰떡’일 수 없었다. 입체적인 캐릭터만 줄곧 해왔던터라 이번에는 좀 다른 면을 대중에게 보이고 싶어 철저히 분석하고 노력했다는 그였다. 마침내 그 고민과 노력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탄생한 ‘오연서의 홍설’. 그를 애타게 기다려왔던 관객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선물할 ‘치즈인더트랩’은 오는 14일 만나볼 수 있다.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