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이슈시선]‘미씽: 사라진 여자’ 여자의 적은 왜 여자가 됐나?

기사 등록 2016-12-05 16:20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이래서 집안에 여자를 잘 들여야 돼”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 이하 ‘미씽’)에서 지선(엄지원)과 한매(공효진), 각자의 시어머니가 소름끼치도록 똑같이 내뱉은 말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 문장이 왠지 낯설지 않게 들리는 이유에 더욱 소름끼친다. 우리 주위에서도 상황이 여의치 않게 굴러갈 때 종종 들을 수 있는 할머니들의 푸념. 왜 그들은 며느리를 저격할까.

‘집안에 여자를 들인다’는 표현에서부터 우리는 시어머니들이 여기는 ‘과격한 갑을관계’를 엿볼 수 있다. ‘혼인’이란 남녀가 부부의 인연을 맺는 것이자, 사회의 기초적 구성단위인 가정·가족을 형성하는 단서가 되며 나아가서는 종족보존의 중요기능을 가진다. 이 관계의 100% 이상적 성립에는 남자 50%, 여자 50%의 애정과 책임감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칼로 물 베기’를 무한히 반복하는 부부관계에서 균형을 맞추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부터 관계에 균열이 서서히 생기는데, 이를 애초에 방관하느냐 틀어막느냐에 따라 ‘붕괴 규모’에 영향이 미친다.

과거 ‘며느리’였던 이들은 이후 ‘며느리’가 된 이에게 좀처럼 자비가 없다. 예절 하나, 음식 솜씨 하나, 내조 하나, 임신 하나, 육아 하나 등 깐깐하게 세분화 한 평가항목으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평생 ‘심사위원’을 자처한다. 예전에는 ‘돈 벌어오기’가 가산점에 반영됐지만, 지금은 필수 항목 중 하나다.

사내아이 임신 여부에 한 여성의 가치를 판단 짓는 것은 그들 역시 남성 중심 사회에 평생 치여 온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살아 겪어보니 남자가 편한 삶이더라’는 귀납적 결론 도출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안으로 굽는 팔‘로 내 새끼 예쁜 줄만 아는 ‘가족주의’와는 절대 구분이 되어야겠다.

‘미씽’에서는 매매혼, 성매매, 장기밀매, 가정폭력, 남아선호사상이 안개처럼 자욱이 드리워진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그 속에 꾸역꾸역 하루를 버티는 여성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고발한다. 이 험악한 환경 가운데 나약한 지선과 한매가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원천은 ‘아이’라는 존재다. 아이는 구덩이에서 비춰지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우리네 엄마들이 당신 목숨보다 소중히 키운 아이는 언제나 귀해야 했고, 옳아야 했다. 하지만 자라난 아이는 결코 순결할 수 없었고, 죄악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 원죄를 가장 가까이 자리한 ‘만만한 존재’에게 누명 씌움으로써 탈피할 수 있다 여기며 끊임없이 마녀사냥을 해왔다.

지선과 한매가 미래에 그러한 주동자가 되지 않으리라는 단서는 어디에도 없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세상 가장 포악한 짓’까지 감내하는 것이 ‘가장 따뜻한 모성애’일 수 있으니까. 어쩌면 이들 역시 대물림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것일 수 있겠다.

(사진=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스틸컷)

한해선기자 chura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