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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용의 광대역엔터] '감격시대', 중국-일본 틈바구니 속 조선의 모습

기사 등록 2014-03-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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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기자]중국과 일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은 조국땅을 떠나 먼 이국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KBS 수목 특별기획드라마 '감격시대:투신의 탄생(극본 박계옥, 연출 김정규 안준용)'은 1930년 대 신의주와 상하이를 배경으로 주먹의 힘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은 한 남자의 삶과 사랑을 그려낸 활극이다.

시대 배경이 일제강점기이며, 공간이 신의주와 상하이인만큼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고통받는 조선민중의 고달프고, 위태로운 삶이 화면에 펼쳐진다.

19일 방송된 19회는 중국 거대 조직 황방과 일본 비밀결사 일국회가 벌이는 주도권 경쟁에서 불안감에 떠는 방삼통 조선인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각자 자신만의 생존방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보여줬다.

먼저 황방은 상하이 클럽과 방삼통에 아편을 팔아 장개석 군대의 군자금을 마련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대의를 위해 조선인에게는 독을 주사하고 있던 것이다. 그동안 황방은 아편은 물론 방삼통 조선인을 지켜준다는 이유로 수익의 일정 부분을 보호비 명분으로 갈취해갔다.

하지만 조선인들을 겁주기 위해 몽골 출신 살수를 고용해 선량한 조선인들을 살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앞에서는 일제의 마수로부터 조선인들을 보호하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조선인들을 이용했던 것이다.

일국회는 방삼통 조선인들의 불안감을 이용했다. 이를 위해 일국회는 정재화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것은 물론 그에게 방삼통 주인 자리를 약속했다. 황방의 전횡에 불만을 품은 조선인들의 마음을 일국회는 교묘하게 이용했다.

결국 신정태와 정재화는 갈등을 빚게 되고, 방삼통의 주인 자리를 건 혈투를 벌이게 됐다. 황방과 일국회는 신정태와 정재화의 갈등에서 어부지리를 얻으려 하고 있다. 둘 중 누가 이겨도 실질적인 승자는 일국회 또는 황방이 되는 것이다.

상하이에서 벌어지는 중국, 일본, 조선의 관계는 구한말 상황과 다르지 않다. 일제는 오랜 역사에서 중국 왕조에게 간섭을 받아온 조선 왕조를 돕는다는 목적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결과는 한일 강제병합이라는 치욕의 결과로 나타났다.

'감격시대'가 보여주는 조선인의 모습은 일제에게 강제로 병합되기 전 조선의 상황과 비슷하다. 황방은 조선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갈취를 일삼으며, 독을 주입하고 있다. 일국회는 조선인들을 황방의 마수에서 구한다는 명분으로 접근하고 있다.

일국회와 황방 모두 방삼통과 상하이 클럽을 노리는 이유는 상하이에서 전략 요충지이며 상하이 클럽은 방삼통의 가장 큰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방삼통을 장악하는 세력이 상하이를 장악할 수 있으며, 상하이 클럽의 주인이 곧 방삼통의 주인이다.

신정태(김현중 분)는 아버지를 살해한 황방에 복수하기 위해 오히려 황방에 머리를 숙이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정재화는 황방의 만행으로부터 조선인들을 지키기 위해 일국회의 도움을 받아들였다. 마치 청나라와 일제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조선 왕조의 모습과 비슷하다.

일제는 일본 유학을 온 조선인 개화파 지식인들과 왕족들을 포섭했다. 그들에게 막대한 부와 작위를 약속했다. 결국 일제는 조선을 강제 병합한 뒤 자신들에게 협력한 개화파 지식인과 왕족들에게 부와 작위를 내렸고 이들은 훗날 친일파 또는 매국노로 불리게 됐다.

역사에서 조선 왕조는 일제에게 강제 병합됐다. 두 강대국들의 갈등을 이용하려던 조선 왕조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감격시대' 또한 일국회의 도움을 받은 정재화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감격시대'는 투신으로 성장해가는 한 남자의 액션 활극을 그렸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과 일본 두 강한 나라의 싸움에서 고통받는 조선인들의 가혹한 운명을 그려내고 있다.

여창용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