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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구]종영앞둔 '계백'! 꼭 집고 넘어가야할 몇가지!

기사 등록 2011-11-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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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혜정작가기자]MBC 사극 '계백'이 종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드라마 초반에서 중반까지 호심탐탐 의자 왕자를 해치기 위해 기회만 엿보던 사택 가문과 무왕의 대립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왔던 탓에 기대했던 것 만큼 백제의 말년이 밀도있게 묘사되지 못했습니다.

드라마에선 무왕 시절, 무왕이 아닌 사택비를 백제의 실권자로 설정, 그녀를 군왕 위에 군림하는 절대권력자로 묘사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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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는 사택비가 전권을 휘두르며 백제의 권력자로 군림하던 시절, 무왕은 허울만 왕일 뿐 실권 없는 허수아비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의자왕자는 발톱을 감추고 살아남기 위해 바보 행세를 하며 사택비에게 아부하는 비굴한 인간으로 그려 졌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무왕은 삼국사기에 호방하며 기상이 걸출한 인물로 기록될 만큼 백제의 마지막 전성기를 구가한 왕입니다. 재위 기간만 무려 40년에 달합니다. 그만큼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드라마처럼 사택비가 무왕을 능가하는 절대권력자로 군림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드라마적인 상상력이자 허구로 봐도 과언 아닙니다. 드라마에서 실제 역사와 다르게 사택비를 절대권력자로 묘사한 것은 의자왕의 이중적 성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사택비를 능가하는 권력욕의 화신인 은고의 출현을 예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 백제 멸망의 원인에 대한 몇가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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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계백'의 주인공은 물론 계백이지만, 드라마의 중심축은 역시 의자왕입니다. 일찌기 해동증자로 불렸을 만큼 출중한 군주였던 의자왕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나라를 말아먹은 망국의 주범이 되었는지를 놓고 아직도 역사적인 해석이 분분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드라마에선 그것을 '의자왕의 이중성'에서 찾고 있습니다. 더불어 백제 멸망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는 백제 지도층의 분열은 점차 막장으로 치닫는 은고의 권력욕으로 단순화하여 묘사하고 있습니다.

흔히 의자왕은 백제의 멸망을 자초한 원흉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의자왕은 말년에 충신의 충언도 무시한채 사치와 향락을 일삼으며 국정을 도탄에 빠뜨린 끝에 나라마저 빼앗긴 백제 망국의 주범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지나치게 '승자 위주'의 해석인데다 국가 멸망의 원인을 항상 지도층의도적적 타락에서 찾는 역사가들의 편의적인 해석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어 왔습니다.

무엇보다 의자왕 말년의 갖은 폭정과 실정은 본래 해동증자로 불렸을 만큼 뛰어난 군주였던 의자왕 본연의 행보와도 일치하지않습니다. 의자왕은 즉위하면서 신라를 공략해 40여개의 성을 빼앗을 정도로 대단한 위세를 떨쳤던 인물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지도층의 심각한 분열과 당나라 대군의 침공에 의한 중과부적으로 백제의 멸망을 설명하는게 지배적입니다.

#. 계백의 담백함과 의자왕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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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왕이 등장할 때 거의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이 바로 계백 장군입니다. 자신의 처자식마저 모두 제 손으로 죽이고 마지막 일전을 위해 황산벌로 나간 계백의 그 결연한 의지 때문에 오늘날 계백은 백제 최후의 자존심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고대사의 위인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대부분의 사극들이 그러하듯이 드라마 '계백'도 계백이라는 인물을 단순한 영웅이 아니라 출중한 능력에 인간적인 매력까지 갖춘 무결점의 '완벽한 인간'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근초고왕'이나 '광개토왕'이 그러하듯 드라마에서 계백도 백전불패의 영웅이면서도 한치의 사리사욕도 없이 온전히 국가와 백성만을 위해 헌신하는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드라마에서 계백의 탁월한 역량과 인간적인 매력은 의자왕의 이중적인 행태와 대비되는데, 이것이 결국 갈등을 부르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의자왕은 본래 현명한 군주였지만 계백의 그 막강한 존재감 앞에 스스로 위축감을 느낍니다.

여기에 자신이 흠모하던 은고가 계백만을 사모하자, 질투심을 이기지 못하고 은밀하게 계략을꾸며 은고의 가문을 도륙하고 결국 은고를 비로 맞이합니다. 계백과 의자왕의 대립도 계백 때문이 아니라 국가와 왕권을 동일시하는 의자왕의 개인적인 탐욕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 드라마가 그려낸 백제 멸망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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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선 의자왕이 사치와 향락에 빠져 충신을 멀리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드라마에선 질투에 눈이 멀어 충신의 연인을 빼앗고 나중에는 충신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비열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의자왕은 겉으로는 현명하고 영민한 군주의 자질을보유하고 있지만, 실은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서운 독재자로 그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계백이 연승연승하자, 계백을 치하하면서도 계백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두려워 그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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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왕으로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드라마에선 은고와 백성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계백이 모든 것을 가졌다고 탄식하는게 의자왕입니다. 백제의 진정한 영웅은 오직 자신뿐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바로 의자왕입니다.

그런 의자왕의 계백에 대한 시기와 질투 때문에 백제의 국정이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사택비 시절에 살아남기 위해 세상을 속이고 사택비마저 속이려 했던 의자왕이 왕으로 등극한 이후에는 절대권력의 군주로 군림하기 위해 자신의 최측근 세력들마저 속이고 있는 것입니다.

의자왕이 계백을 품지 못하면서 성충, 흥수, 계백으로 이어지는 백제의 충신들과 의자왕 사이에 틈이 발생합니다. 그러면서 계백은 왕이 아닌 오직 나라와 백성들만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렇듯 드라마는 군왕과 측든들 사이의 상호 불신과의자왕의 빗나간 욕심으로 백제의 말년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계백으로부터 외면당했다고 생각하는 황후 은고는 이제 권력만을 쫓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권력을 움켜쥐기 위해 국경을 넘나들며 적국인 신라와 위태로운 거래를 하면서 백제는 국가적인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실제 역사에선 왕권이 강화되는 과정에서의 지배층 내부의 분열과 신라와 결탁한 당나라의 압박과 침공이 백제 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의자왕과 백제 조정의 실책은 이런 당과 신라의 결탁을 사전에 미리 예측하고 효과적인 방어책을 구축하지 못한 데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선 시기와 질투에 빠져 모략도 서슴치 않는 의자왕의 비열함과 측근들을 품는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들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위협하는 의자왕의 이중성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백제 분열의 시발점은 권력을 위해서라면 나라까지 팔아먹을 기세인 은고 황후의 추악한 권력욕에서 찾고 있습니다.

#. 분열의 시작은 의자왕과 은고, 계백의 삼각관계에서 파생되는 애증과 갈등

드라마 '계백'은 이제 2회분을 끝으로 종영을 맞습니다. 계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 필연적으로 의자왕의 실정과 함께 '백제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비극적인 드라마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종영을 앞둔 시점에서 아쉬움이 있다면 백제의 말년과 의자왕의 기존 평가와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설득력 있게 드라마를 구성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예를들어 드라마는 의자-은고-계백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 속에 이들의 애증과 갈등으로 백제 상층부의 분열을 단순화시키고 있습니다.국가의 멸망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고작 삼각구도의 스토리 속에 매몰된 것 같아 아쉬움이 적지 않습니다.

#.계백 이서진과 &의자왕 조재현 두배우의 열연

계백 역의 이서진은 온갖 시련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내는 담백하고 정의로운 계백의 극중 성격을 안정감 있게 소화해내었습니다. 조재현은 사려깊은 듯 하면서도 즉흥적이고, 현명한 듯 하면서도 아집에 사로잡힌 의자왕 특유의 모호하고 이중적인 성향을 무난하게 연기했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좀더 현실감 있고 짜임새 있게 구성하지 못한 각본상의 열악함과 전체적으로 스펙터클하지 않아도 드라마에 꼭 필요했던 부분의 전쟁씬까지 너무 빈약하게 처리한 연출력은 아쉽습니다.

의자왕은 은고의 매국 행위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덮었지만, 이제는 계백마저 은고의 매국 행위를 알게 되면서 이제 의자-은고-계백 사이로 끈질기게 이어지던 '애증의 연결고리'는 모두 끊어질 전망입니다.

자신이 믿고 사랑했던 이들과의 관계가 모두 단절되고, 나아가 그것이 국가의 존망까지 좌우할 정도라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닐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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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에 나왔던 계백의 그 처연한 모습 속엔 그런 계백의 깊은 절망감이 배어 있습니다. 자신의 처자식까지 죽이면서 비장한 각오로 전장에 나온 계백에게 이제 황산벌은 왕이 아닌 백성과 나라를 위해 싸우고 죽겠다는 계백의 다짐이 현실화되는 일생 일대 최후의 싸움터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극에 흥미를 더해 주기위해 이야기가 첨가 되거나 다소 과장 된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드라마가 그려낸 계백의 담백함과 이중적일수 밖에 없었던 의자왕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에게 남기는 교훈이 무엇인지는 알것 같습니다. 되풀이 되는 역사의 수레바퀴속에서 우리가 받아 들여야 할것과 버려야할것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는 점에서는 의미있는 드라마라고 할수 있습니다.

박혜정기자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