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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영화]사회가 버린 정의 ‘재심’-‘변호인’-‘7번방의 선물’

기사 등록 2017-02-2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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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이슈데일리 안예랑기자]‘시선을 이끄는 이 영화, 내 취향은 어느 정도 저격할까.’ 문득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영화를 볼 것인지 거를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당신을 위해 이슈데일리 기자들이 유사한 성격의 작품들을 꼽아본다. 연결고리가 흡족한가. 그렇다면 이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편집자 주>

정우와 강하늘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담아낸 실화가 관객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은 충북 익산에서 벌어진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소재로 공권력이 외면한 진실과 폐단을 낱낱이 고발한다.

‘재심’은 살인사건의 목격자였던 10대 소년 현우(강하늘)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억울한 누명을 쓴 사건에서 시작한다. 벼랑 끝에 선 속물 변호사 준영(정우)은 우연한 계기로 10년 간의 복역뒤 출소한 현우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결백을 주장하는 현우와 그 사건에 흥미를 보이는 준영은 의기투합해 당시 사건을 다시 한 번 파헤친다. 가벼운 마음으로 사건에 다가섰던 준영은 당시 경찰들이 15살의 소년을 범인으로 몰기위해 자행했던 무차별적인 폭력의 흔적과 날조된 사건일지를 발견한다. 그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우리의 과거를 마주한 준영은 현우의 결백을 밝히고 국가와 당시 경찰들에게 심판을 내리기 위해 법정에 선다.

영화는 실화가 가지는 리얼리티와 다양한 캐릭터들의 사연을 섬세한 시각을 통해 표현한다. 관객들은 현우를 범인으로 몰아넣었던 부패한 공권력에 분노하고 누명을 쓴 채 홀로 긴 싸움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현우에게 안타까움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진실을 외면한 정의가 현재의 우리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어 영화는 더 깊은 몰입을 선사한다.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에 다시 한 번 심판을 내리는 ‘재심’은 어떤 영화와 닮아있을까.

▲ 사진=영화 '변호인' 스틸컷
# 한해선 기자 - ‘변호인’(2013, 감독 양우석)

신성한 법정 앞에 뻔뻔하게 내세운 거짓으로 ‘만들어지는’ 사실과 ‘묵살되는’ 팩트. 단 한 번의 발언이 한 인격을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내몰 수 있는 순간. 이는 재판의 엄격성이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 오류다. ‘재심’에서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피의자로 몰려 10년을 복역한 사연을, ‘변호인’에서는 1981년 제5공화국 정권 초기 ‘부림사건’의 전말을 파헤친다. 진실이 너무나 자명함에도 무책임한 사건 담당 경찰 혹은 고문경관은 자신의 비인간적이고 살인적인 고문을 ‘애국’이라 포장 지으며 희생양 만들기에 급급할 뿐이다.

특히 두 영화가 겹쳐 보이는 지점은 영화 말미에서 청년의 무고를 입증하기 위해 혼신으로 변론을 펼치는 장면이다. 청년의 영혼까지 짓이겨진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자는 변호사 준영(정우)과 우석(송강호) 뿐이다. 각 장면에서 정우와 송강호는 그야말로 ‘인생 연기’를 쏟아내는데, 그 호소가 만들어내는 흡입력은 상당하다. 특히 송강호는 차동영(곽도원) 경감과 한 치의 물러섬 없는 팽팽한 대결 구도, 3분간 롱테이크 단독샷으로 전하는 진심으로 벅차오르는 여운을 남긴다. 갈수록 힘없는 자들은 외면하고, 힘 있는 자들에 편 들어주는 부조리한 사회인 탓에 이러한 장면은 관객들 마음에 더 큰 파동을 남기게 된다.

▲ 사진=영화 '7번방의 선물' 스틸컷
#안예랑 - 7번방의 선물(2012, 감독 이환경)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중 많은 작품들이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그 중 아동 강간, 살해 누명을 쓴 채 교도소로 들어온 남자의 이야기를 유쾌함과 감동으로 풀어낸 영화 ‘7번방의 선물’은 다양한 부분에서 재심과 닮아있다. 그 유쾌한 분위기에 실화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해당 영화는 1972년 강원도 춘천시 파출소장의 초등학생 딸이 강간, 살해당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경찰들은 사건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기 위해 한 남자를 고문하여 허위자백을 받아낸다. 결국 그는 살인사건 용의자가 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영화 속에서 살인범 누명을 쓴 용구(류승룡)는 6세의 지능을 가진 인물이다. ‘재심’속 현우가 그랬듯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만 하는 약자가 공권력에 의해 범인으로 둔갑되는 것은 언제나 쉽게 일어난다. 그의 결백을 증명해줄 이는 그의 어린 딸 예승(갈소원)이 뿐이다.

이렇게 부조리한 경찰들의 행태를 기반으로 영화가 진행되지만, ‘7번방의 선물’은 ‘재심’과는 확연히 다른 노선을 선택한다. ‘7번방의 선물’은 공권력의 폐단에서 오는 분노 혹은 현실 고발적 성격을 띠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아버지와 딸 사이의 휴머니즘에 더 중점을 뒀다. 교도소에 갇힌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보기 위해 교도소 안으로 들어온 딸과 교도소 내 동기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와 함께 다양한 극적 각색을 통해 담아낸 ‘가족애’는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국가 권력에 의해 누명을 썼지만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용구의 선한 모습, 그 선함을 이어 받아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딸 예승이는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듯 따듯한 색감을 띠고 있다. 특히 용구와 예승이가 교도소 동기들의 도움을 받아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은 영화가 가진 동화적 특징을 잘 나타내는 부분이다. 이렇듯 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하되 현실감을 배제하고 극적 효과를 살려 관객들이 보다 더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재심’과 ‘7번방의 선물’ 두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는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 다뤄지고 있는 사건들이 우리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은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안예랑기자 yrang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