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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분석]'박열' 이제훈X최희서, 그들이 전한 뜨거운 이야기

기사 등록 2017-06-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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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비 기자
[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우리의 가슴을 다시 한 번 뜨겁게 울릴 '박열'이 왔다.

13일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는 영화 '박열'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박열'은 1923년 도쿄에서 6천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이준익 감독은 '동주'에 이어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쓴 '박열'의 이야기로 메가폰을 잡았다.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박열을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문학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떨쳐보였던 윤동주였다면 박열은 조금 더 급진적인 행동으로 독립을 외쳤던 인물이다.

▲ 박은비 기자

이준익 감독의 실화 영화는 '왕의 남자' '황산벌', '사도', '동주' 이번에 다섯 번째다. 이준익 감독은 "실존인물이라 하더라도 어느 시대에 따라 접근하는 자세가 다르다. 특히 근현대사의 실존인물을 영화로 만든다는 건 너무나 조심스럽고 위험하다. 미화하면 왜곡이 되고 폄하하면 날조가 된다"며 실화영화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실존인물 후손들이 아직 살아계신다. 박열은 해방 이후 40년대에 결혼하면서 자제가 있는데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주는게 필요하다. 사건과 활약에만 집중하는 건 예의가 없는 것"이라면서 "그 가치를 위해 실존인물을 통해 본 시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박열을 조명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박열'은 엄숙하고 진중한 흐름보단 조금 더 호쾌한 전개를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영화를 찍을 때 엄숙하고 진지한 패턴이어야 한다는 관습을 이준익 감독은 탈피하고 싶었던 것. 이 감독은 "박열의 세계관에서 일본의 제국주의가 하찮은 것이란 호기가 있다. 말로만 하는게 아니라 목숨을 걸고 실천을 하고 재판을 주도한다"고 박열의 호탕함을 웃음 포인트로 녹인 이유를 설명했다.

주연을 맡은 이제훈은 '박열'이란 캐릭터를 주도적으로 제 안에서 만들어내 영화를 끌고 간다.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박열을, 그 역시도 시나리오를 접하기까진 몰랐다. 박열을 알게 되면서 그가 일제강점기 시대에서 울분과 아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국에 있는 조선인의 희망이 되고자 하는 바람을 잘 보여주고자 했다. 이제훈은 "저 역시도 연기를 하는데 관객들과 공감을 하고, 의미가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 마음이 박열과 맞닿아 있지 않나 싶다. 그 부분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박열을 연기해냈을 때 온전히 제 마음을 투영했다"고 연기하면서 느낀 바를 말했다.

이제훈은 "'박열'을 보며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또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삶의 뒤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박열이란 인물이 있기에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 박은비 기자

타이틀롤인 '박열'만큼 중요한 인물인 가네코 후미코. 그는 일본인이지만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를 반대하며 항일운동을 하는 여성으로 박열의 연인이기 전, 신념의 동지다. 박열이 교도소에 잡혀들어가자 따라 들어가며 확고하게 제국주의를 비판, 박열과 함께 일본제국을 뒤집어놓은 재판의 주인공이다.

최희서는 '박열'이 첫 주연임과 동시에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막대한 임무를 맡았다. 최희서는 가네코 후미코에 대해 "본인도 학대를 받으면서 조선인들을 향한 동정심, 제국주의 강요에 조금씩 반항을 가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19살에 도쿄로 상경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서 지금까지 하고 있었던 사상이 아나키즘이란 걸 깨닫게 됐다"고 가네코 후미코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네코 후미코 역시 일본인이어도 핍박을 받고 설움을 가지고 있기에 박열을 포함한 불령사들의 사상과 다르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연기하면서 조신인과 일본인의 사상을 나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희서는 이제훈과의 호흡에도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박열은 이제훈이 아니고서는 다른 배우를 생각하지 못할 정도"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실제로 최희서는 시나리오를 읽고 박열에 어울리는 배우로 이제훈을 지목하기도 했다고. 최희서는 "드라마를 통해 말끔하고 다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 '파수꾼', '고지전'에서 볼 수 있었던 날카로운 눈빛이 좋았다. 가슴 안에 불덩이가 있을 것 같은 에너지가 뇌리에 깊게 박혀있다. '박열' 시나리오를 보고 이제훈 씨가 완벽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간담회 자리에서 캐스팅 뒷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제훈은 "최희서씨야 말로 앞으로 충무로를 이끌어갈 차세대 여배우라고 단언한다"라고 최희서의 칭찬을 받아쳐 현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파격변신으로 돌아온 이제훈과, 이준익 감독의 뮤즈로 상업 영화 첫 신고식을 화려하게 치룬 최희서. 작품성과 흥행을 고루 아우르는 거장 이준익 감독의 조합이 '박열'을 통해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낼 수 있을까. 오는 6월 28일 관객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레이스가 시작된다.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