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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위대한 소원’, 웃지 못 할 일도 웃으며 나눌 수 있는 성숙함

기사 등록 2016-04-0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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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인터넷 상에서 쓰는 줄임말 중에 ‘웃픈’이란 말이 있다. 웃기지만 슬픈, 혹은 슬프지만 웃음이 나는 일들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세상에 어떤 일이 기쁘기만 하고, 혹은 슬프기만 할까. ‘웃프다’는 말은 그런 일들의 다양한 면을 한 번에 담는 그릇인 셈이다. 영화 ‘위대한 소원’은 그런 ‘웃픈’ 이야기의 모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등학생에 나이에 시한부가 돼 죽어가는 친구의 마지막 소원이 ‘그것’을 하는 것. 절실한 눈빛으로 하고 싶다고 외치는 그의 ‘절친’인 두 고등학생은 그 소원을 성취해주려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척 듣기에도 아이러니한 웃음이 그려지는 ‘위대한 소원’은 단순히 섹시코미디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죽음을 앞둔 절망이 펴쳐지지도 않는다. 10대의 이야기답게, 재기발랄한 유머들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작품으로 첫 장편 데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남대중 감독은 이야기를 적절하게 구성한다. 그는 세 친구의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 한 가족의 이야기를 먼저 구축한다. 그 과정에서 작품 내내 누워있는 고환(류덕환 분)의 개성도 부각되고 이야기를 위한 초석이 깔린다. 이 이야기가 있기에 고환의 마지막 부탁은 더욱 진실한 ‘소원’이 된다.

코미디 영화 대부분이 비판을 받는 경우는 영화가 배우에게 의존하고 있을 때다. 하지만 ‘위대한 소원’을 배우에게 의존하지 않고 시나리오 속 인물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묘사들이 스크린에도 고스란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인물들의 대사나 상황에 대한 반응들이 일관되기에 각 인물들이 매력을 과시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물론 여기에 화룡점정인 건 연기하는 배우들의 호흡이다. 사뭇 진지한 남준(김동영 분)과 어딘가 얼빠진 갑덕(안재홍 분)이 고환을 향한 기묘한 의리를 지키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각각의 인물을 따로 놓고 봐도 몰입도가 높을 만큼 배우들의 정확한 연기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류덕환 역시 행동이 몹시 적은 인물임에도 섬세한 표정연기와 대사 처리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들을 지원해주는 전노민, 전미선, 이한위 등 중견배우들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전미선이 고환의 엄마로서 보다 극의 진지한 면의 무게를 담당한다면 전노민과 이한위는 그 반대지점에서 코믹함을 부각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영화는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고 배우들의 시너지만으로도 풍성한 재미를 전달한다.

‘위대한 소원’은 어처구니없는 어떤 부탁이 제목처럼 위대한 소원이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리고 진심을 담아 풀어낸다. 잔인한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간다. 가까운 사이부터 먼 관계까지, 인생에서 타인의 죽음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그 웃지 못 할 사실을 ‘위대한 소원’은 세 친구의 우정을 통해 인정하고, 도리어 웃으면서 끝낼 수 있도록 성숙하게 만들어준다. 웃음을 강요하거나 슬픔에 매몰되는 양극단이 없이 ‘위대한 소원’은 그 중도를 지켜낸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처럼.

[사진=NEW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