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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아빠는 딸’ 정소민, 뚜렷한 주관과 책임의식 그리고 성장

기사 등록 2017-04-0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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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나현진 기자[이슈데일리 안은진기자]“많은 분들이 좋게 봐줘서 제 자신을 더 채찍질 하게 돼요. 배우는 흥미롭고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야할 의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정소민이 배우로서 뚜렷한 주관과 책임의식을 드러냈다. 최근 그는 영화 ‘아빠는 딸’과 드라마 ‘아버지는 이상해’에 출연하는 활약상으로 힘찬 발걸음을 뗐다. 정소민은 데뷔 8년차로 ‘나쁜 남자’의 홍모네 역으로 데뷔해 드라마 ‘장난스런 KISS'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거쳐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에서 애봉이 역을 연기, 호평을 받으며 인지도를 높여 왔다. 그와 최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극장에서 완성된 ‘아빠는 딸’은 처음 봤어요. 예전에 촬영해 가물가물했는데 생각나는 장면도 있고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기자님들, 다른 분들과 함께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아빠는 딸’은 촬영을 마친 지 2년 후인 2017년에 개봉됐다. 정소민은 2년을 기다린 끝에 극장에서 자신의 연기를 볼 수 있었다. 그는 관객이 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정소민은 ‘아빠는 딸’에서 윤제문과 각자 촬영해 미처 확인하지 못 했던 장면들을 감상하며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전작인 ‘마음의 소리’와 이번에 개봉한 ‘아빠는 딸’에서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이는 정소민이 데뷔 초 해온 연기와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정소민이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해 연이은 코미디 장르를 선택한 것.

“제가 반골 기질이 있어요. 첫 데뷔 때부터 부유한 막내딸 역할을 주로 해와 다른 배역을 연기해 보고 싶었어요. 잘 못 할 것 같은 역할도 연기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아빠는 딸’도 선택하게 됐어요. 작품 내용이 재밌어서 선택했지만 막상 촬영을 하려하니 막막했습니다. 사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코미디는 저한테 어려운 장르였습니다. ‘마음의 소리’로 코믹 연기를 해봤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아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코미디로 필모그래피를 쌓는 배우들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죽어도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하게 되더라고요. 코미디를 보는 관객들은 웃음을 원해요. 관객들을 어떻게 하면 웃길 수 있을지 고민을 했어요. 제가 단번에 코미디 장르의 베테랑 배우들의 호흡, 능력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아빠는 딸’의 구성이 재미있게 만들어져 있고 스토리가 따뜻합니다. 여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연기를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구성이 재미있기 때문에 연기만 제대로 하면 웃음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던 거죠.”

▲ 사진=나현진 기자
정소민은 이 작품에서 코미디 연기를 소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그는 극중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러 화제를 모았다. 정소민은 작품을 위해 기타 연주를 6개월 동안 배웠다.

“제가 예전에 기타를 배우려고 시도했다가 그 당일에 손가락이 아파서 포기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삐딱하게’를 연주해야 해서 힘들었어요. 보통 여자가 기타를 배우면 처음에는 통기타류의 잔잔한 곡부터 시작을 하게 되거든요. 손가락 통증은 굳은살이 베기니 좀 나아졌어요. 기타 선생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제 씬을 찍을 때가 아닐 때도 틈틈이 연습했어요. 차에서도 혼자 기타 연습을 하고 나중에는 아예 취미를 붙여서 재밌었습니다.”

정소민은 이 뿐 아니라 1인 2역을 맡아 10대 여고생과 40대 아저씨 배역을 동시에 연기했다. 그는 생애 주기에서 사춘기 시절을 지나왔기 때문에 여고생 연기를 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무리가 없었다고 했다. 이와 달리 그는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아저씨 역 연기가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아무리 제가 남자를 연기해도 보이시한 여자 캐릭터 혹은 젊은 남자 캐릭터가 될 것 같았어요. 그 부분이 가장 걱정됐습니다. 아저씨들 특유의 지쳐있는 느낌과 고달픔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무게감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처음에는 일상적인 아저씨 캐릭터를 담은 영화 ‘고령화 가족’을 봤어요. 연습할 때는 윤제문 선배님과 서로 리딩을 바꿔서 연습하고 녹음을 했습니다. 선배님을 뵐 수 있을 때마다 걸음걸이, 행동, 자세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따라했어요. 그런데 저는 단순히 아저씨 흉내를 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나중에는 인물의 내면을 연기하기 위해 애썼어요. 감독님과 대화를 자주 나누면서 가닥을 잡아나갔습니다.”

정소민은 말하면서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의 흔적과 성찰이 그에게서 느껴졌다. 배우의 열연에도 불구, ‘아빠는 딸’의 바디체인지 설정은 그동안 영화, 드라마에서 흔히 활용돼 대중이 식상하게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 정소민이라고 해서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터, 그가 ‘아빠는 딸’을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가 이미 아는 맛이라고 해서 맛있는 음식을 안 먹지 않잖아요, 비슷한 이치라고 생각해요. 자주 썼던 설정이라 식상함을 줄 수 있지만 ‘바디체인지’가 단골 소재로 쓰인 데는 이유가 있어요. 널리 사용된 만큼 관객들이 원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설정의 핵심은 몸이 바뀌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죠. 그 지점을 채워주는 게 저희 영화의 임무였던 것 같아요.”

▲ 사진=나현진 기자
정소민은 ‘바디체인지’가 가지는 본래의 의미에 대해 얘기하며 모법답안을 내놨다. 그는 ‘아빠는 딸’이 가족애를 상기시키는 작품이라며 아빠와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소민은 시사회에 아빠를 초대해 처음으로 함께 영화를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사춘기 때 ‘아빠는 딸’의 딸인 도연처럼 아빠와 소통의 단절을 겪었으나 20대 중반부터 점점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해 지금은 관계가 많이 개선됐다고.

그는 가족을 포함 친구들과도 긴밀한 유대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정소민은 작품에서 친구 역을 한 배우들과 실제로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는 20대 데뷔 때부터 시작해 같이 연기한 친구들과 친분을 가져왔다. ‘아빠는 딸’을 촬영할 때도 정소민은 배우들과 친해져 실제로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촬영지인 춘천에서 배우들과 닭갈비집을 찾곤 했다. 정소민에게서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공과 사 어느 한 쪽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데뷔 이후 보낸 8년을 반추하는 그에게서 만감이 교차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데뷔 초 정신없이 배우로 활동했다며 중간에 슬럼프가 오기도 했었고 말했다. 지금은 큰 욕심 없이 좀 더 직장인 같아진 느낌이고 연이은 사전제작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정소민은 곧 서른을 바라보고 있다. 20대의 끝에서 정소민은 더 나은 서른을 기다리고 있다.

“서른에 대한 판타지가 있어요. 서른이 되면 20대 때보다 성숙하고 어른스러워질 거라는 짐작 말이에요.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발상 자체가 어리게 느껴져 제가 아직 ‘애 같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정소민의 강점은 흔들리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그는 인기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는 배우 생활에 따라오는 선물일 뿐이라며 스스로 선택한 연기자로서의 업에 충실하고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정소민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며 인지도를 넓혀온 배우답게 탄탄한 직업관을 갖추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정소민은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도 배우로서 주관을 뚜렷이 간직해 훗날 어떤 배우로 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은진기자 dksdmswls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