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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미스티’ 김남주, ‘지금’이 가장 행복한 배우

기사 등록 2018-04-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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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더퀸AMC 제공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실제 앵커만큼 리얼했다. 사실 배우 김남주는 맡은 배역마다 그러했다. ‘넝쿨당’, ‘내조의 여왕’ 등으로 ‘시청률 제조기’가 된 그가 이번에는 ‘미스티’의 고혜란 역으로 쏟아지는 호평을 만끽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위한 한 여성의 처절한 몸부림과 삶에 대한 고찰. 과연 김남주가 아니었다면 누가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JTBC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 ‘미스티’는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종편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썼다. 범인을 탄탄하게 추리해 가는 전개와 화면에서 보여 지는 미장센이 대단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물론 이에 대한 김남주의 공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얼마 전 ‘미스티’ 종영을 맞은 김남주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고혜란 앵커처럼 인터뷰 자리에 등장한 김남주는 그 누구보다 활기찬 인사를 건네며 웃어보였다.

“촬영하는 동안에 (고혜란 캐릭터를) 꽉 잡고 있었나 봐요. 촬영이 끝나니까 바로 수다스러워지고 크게 웃게 되는 것 같아요. 촬영 중에는 별로 말 수도 없어지고, 시크했거든요. 몰입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빠져나오는 데는 금방이네요. (웃음)”

고혜란처럼 나타난 김남주에게 기자들이 “정말 고혜란처럼 나타나시네요”라고 하자 “왜냐하면 저는 고혜란이니까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만큼 ‘미스티’는 김남주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 무척 소중한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욕만 먹고 돌아오는 것 아닌가’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김승우와 두 자녀 덕분에 ‘미스티’를 기쁨으로 맞을 수 있었다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어느 날 첫째 딸이 ‘엄마 요즘에는 왜 활동 안해?’라고 물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지금 중학교 일학년이라서 기억을 할 나이에 제가 ‘미스티’를 하게 된 거잖아요. 아이가 기억하는 첫 드라마가 이런 멋진 작품이어서 너무나 의미가 있었죠. 부담감도 덜었고요. 학교가면 선생님이 범인 물어보고 그랬나보더라고요. 아이들도 좋아해요. 야한 장면 안 나오는 데만 골라서 보여줬어요. 제 두 아이들과 김승우씨는 ‘미스티’의 왕 팬이에요. 본인이 권유를 했는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니까 저보다 더 좋아해요. 연극 ‘미저리’하고 있는데 회식 자리에 저 부르고 자랑하고 그랬어요. 이번에 시청자, 기자 분들이 연기평을 좋게 해주셨는데 딸도 그랬어요. ‘엄마 연기 왜 이렇게 잘하냐’고 하더라고요.”

김남주는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만큼 학부모 모임도 심심치 않게 나간다고 전했다. ‘아줌마들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상대배우 지진희와 연기 호흡을 맞춘다고 했을 때 어떤 반응이었을까.

“주변분들 반응이 대중들이랑 똑같아요. ‘격정 멜로’를 지진희와 찍는다고 생각하셔서 부러워했어요. 그런데 제가 ‘지진희랑 안해’라고 했어요. (웃음) 방송이 되고 난후 어머니들은 ‘강렬했다’, ‘옷이 예쁘다’고 얘기해주셨어요. 또 ‘나만 알고 있을게. 범인이 누구냐’는 반응이 제일 많았어요. 대본이 기획된 단계부터 범인이 지진희씨로 정해졌었는데 스태프들 사이에서 하나도 안 세어나간 게 대단한 것 같아요.”

‘미스티’는 종편임에도 불구, 남다른 몰입감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결과는 역시 시청률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회가 방영될 때는 공중파에서 우리나라 축구 경기가 펼쳐짐에도 최고 시청률에서는 축구 경기 시청률을 넘어섰다. 이런 대단한 성과에 대해 예상한 바가 있었을 까.

“저희들도 기대 이상의 반응을 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근데 저는 티저 예고 나왔을 때 그게 확 믿음감이 왔어요. 좋은 대본을 토대로 찍기는 하지만 편집, 촬영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1차 예고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는 스태프들에 대한 믿음이 가면서 감각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됐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놨죠. 6년 만에 나왔더니 많은 게 바뀌었던 것 같아요. 감각도 바뀌고 너무 잘하더라고요. 미디어와 교육과정의 발달을 스태프들이 증명해주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던 선입견들을 완전히 깼어요. 또 일단 시나리오가 너무 탄탄해서 감독이 망치지만 않으면 잘될 것 같아요. 그런데 감독님이 마무리를 너무 잘해줘서 감사해요. 그 부분에 대해서 감사해요. 감독님도 시나리오, 캐스팅이 좋으니까 부담감이 크셨던 것 같아요. 고혜란이라는 캐릭터가 비주얼적인 부분, 악녀 같은 부분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종전에 없었던 멋진 여성의 캐릭터인 부분이잖아요. 작품에 들어가고 나서는 정말 고혜란처럼 앞만 보고 준비했어요.”

극중 보도국 동료과 모든 사람들은 고혜란을 보고 ‘독하다’고 표현한다. 왜 그럴까. 성공을 위해서라면 당연한 것 아니었을까. 하지만 대기업에서 여성이 임원의 자리까지 올라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려다보니 더욱 그러하다. 김남주는 두 아이의 엄마로써 여성의 그러한 고충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직장 다니시는 여성분들이 고혜란을 정말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당참이 대리만족 되잖아요. 저희 배우들이나 연예계는 유리천장은 없는 것 같아요. 한 방송국에서 출연정지 시켰으면 다른 방송국에서 잘될 수도 있어요. 저희 직업 자체는 대중들에 의해서 결정지어지는 거니까요. 임신하면 직장에서 자꾸 빼잖아요. 일을 할거면 애를 낳지 말라고 하고요. 저는 연기하면서 육아를 하려니까 너무 힘들어요. 사회적인 도움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미스티’에서 김남주의 연기는 섹시함뿐만 아니라 ‘고급미’가 더해졌다는 평도 들었다. 단순히 의상이나 메이크업, 외적인 부분만으로 분위기를 더하는 것은 힘들다. 역시나 이에 대해 내면의 성숙 과정을 거친 김남주의 고백으로 궁금증은 해결됐다.

“예전에는 단지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고급감이 더해졌다고 해주셨어요. 그 고급감은 아무래도 삶의 연륜, 깊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저는 아이도 낳고, 결혼도 했어요. 그만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생겨요. 단순하지 않게 되죠. 생활의 어떤 경험들이 고급감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김남주가 이토록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에너지’다. 배우에게 에너지가 없다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없다. 그 에너지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이 나오고, 캐릭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 ‘대체불가’한 에너지는 바로 남다른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부터 시작된 듯 했다.

“저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자존감이 낮았어요. 조용한 아이였죠. 그 이후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렸어요. 혜란이랑 비슷하죠. 그런데 혜란이는 ‘미스티’ 마지막 장면에서 ‘행복 하냐’고 물었을 때 답을 못했잖아요.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게 행복 한가’라고 시청자들에게 반문하는 장면이었어요. 저는 고혜란이랑 다르게 당장 ‘나는 지금 행복해’라고 대답할 수 있어요. 저는 슬럼프가 있고, 안티 팬도 많았어요. 그 때도 ‘나는 왜 이거 밖에 안되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제 이름 석자라도 아는 사람이 열 명만 있다면 신인 때 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어요. 주위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현재에 감사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각박한 현실에서 한 줄기 희망이 되는 한 마디다. 주저 없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의 자신감이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여배우로써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토록 당차고 멋지게 맞설 수 있는 배우가 대한민국에서 몇이나 될까.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 중년 여배우. 자신의 모든 삶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배우 김남주는 앞으로도 대중들에게 반짝 반짝 빛나는 연기를 선물할 것이다.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