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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목숨건연애’ 하지원 “데뷔 20년, 아직 달려갈 길 많다”

기사 등록 2016-12-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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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배우 하지원이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그동안 장르 불문 종횡무진으로 활약을 펼쳤던 그가 ‘주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온 것은 무척 반길만한 소식이다. 거기에 ‘목숨 건 연애’(감독 송민규)는 연쇄살인이란 스릴러적인 코드를 더해 독특한 작품의 아우라를 더했다.

이 작품에서 슬럼프에 빠진 추리작가 한재인 역을 맡은 하지원은 특유의 연기력으로 영어 대사와 다양한 코미디를 소화하며 영화의 맛을 살렸다. 12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하지원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를 보니 좋았어요. 저로서는 텐션을 유지하다가 ‘목숨 건 연애’ 시나리오를 보게 됐거든요. 스릴러가 있어서 새로웠고. 긴장감이 있다가 웃게 되고. 그냥 로맨틱 코미디랑은 다른 신선함이 좋았고, 오랜만에 밝고 풀어진 연기를 하니까 저는 굉장히 현장에서 재밌었어요.“

하지원에게 ‘목숨 건 연애’는 더 애틋한 작품일 수도 있다. 중국 동시개봉을 앞두고 있다가 갑작스런 ‘사드’ 문제로 개봉이 미뤄지면서 촬영 종료 일년 만에 스크린에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하지원은 “저로서는 무척 아쉽죠”라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시나리오 봤을 때 스릴러가 가미된 게 좋아서 하게 됐어요. 제가 코믹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상황들은 무서운데 웃음이 나오는 코드, 그게 독특했어요. ‘색즉시공’ 때 웃긴데 우는 거처럼 그런 상황들이 묘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황에 맞춰서 진지하게 연기했어요. 예전 작품들에서도 진지하게 연기했어요. 상황이나 주변 배우들이 재밌게 해주는 거였고요. ‘목숨 건 연애’는 선배님들이 잘 받쳐주시고, 코미디를 하는 부분에서 오정세 오빠가 잘 살려주셨어요.”

그는 겸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지만, ‘목숨 건 연애’의 한제인 역엔 하지원의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가 있었다. 작품을 이끄는 배역으로써, 그리고 ‘강한 캐릭터’를 연이어 하면서 갈증을 느꼈던 ‘풀린 캐릭터’였기에 더욱 그는 열의를 보이며 임했다고.

“케이프를 입고 베레모를 쓴다는 것도 제가 설정한 거예요. 수사를 시작할 때도 진지하게 연기하고, 그 선상 안에서 웃긴 코미디를 한다기보다 그 상황에 맞춰 진지하게 했던 거 같아요. 제인이 하는 몸짓들도 제가 장난기가 많아서 그런 점에서 비슷했어요. 상황에 집중하고 작가보다 탐정에 가까운 몸짓, 행동을 보이려고 했습니다. 그래야 제인이 수사를 하더라도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스스로 탐정이라고 생각하다면 그런 몸짓들을 이렇게 하는 게 재밌지 않을까 했죠. 감독님도 좋아하셨어요. 또 선배님들이 많이 나오시는데 무게감 있게 코미디를 맞춰줘서 그 균형이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대만배우 진백림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는 외국배우이기에 당연히 모든 대사가 영어였고, 하지원 역시 영어로 그와 연기를 펼쳐야 했다. 또한 두 사람이 함께 펼치는 ‘웨딩 액션’도 있기에 만만치 않은 촬영이었을 것이다. 하지원은 진백림에게 많은 배려를 받았다고 밝혔다.

“춤추듯이 하는 액션 장면이라 한 호흡으로 해야 했어요. 그래서 연습도 미리 많이 했죠. 하지만 진백림씨가 워낙 배려가 많으셔서 괜찮았어요. 제가 입은 웨딩드레스를 밟으면 안 되는 거라 밑단을 자르기도 했지만요(웃음). 영어 공부는 꾸준히 해왔어요. 하지만 영화 속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하는 거니까 좀 달랐습니다. 현장에 영어 선생님이 계셨어요. 그리고 제인이 유학파는 아니니까 굴리는 발음을 피하고 캐릭터에 맞게 했어요.”

그는 사실 극중 제인을 짝사랑하는 친구 설록환(천정명) 같은 사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친구면 친구, 연인이면 연인처럼 애매한 관계는 없었던 편이라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서툴거나 덤벙대는 것이 제인과 비슷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저는 예전에도 신입감독님하고도 해봤지만 신입감독님이라고 이렇고 거장감독님이라고 이렇고, 그런 건 없어요. 감독님마다 스타일이 다르죠. 송민규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스타일에 대해 배울 점이 있었고, 또 존중해주시고 재밌는 얘기도 많이 해주셨어요. 감독님하고도 얘기를 많이 하면서 코미디 영화의 호흡이라든지 그런 걸 많이 배웠어요. 현장에서도 유쾌하셔요.”

그동안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히트시킨 하지원, 그도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그 말을 들은 하지원은 벌써 그렇게 됐냐며 무척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아직 한 게 없어서…”라며 특유의 겸손함을 다시 내비쳤다.

“전 아직 달려갈 길이, 더 열심히 해서 갈 길이 멀어요. 제가 아직 한 거는.... 감사해요. 제가 배우가 될지 몰랐어요. 연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주연을 맡고 사랑을 받고. 처음 배우를 꿈꿨을 때 이렇게 생각을 해보라고 한다면 이 순간에 대한 감사함만 떠올라요. 매 작품마다 조금씩 변하는 하지원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나이도 들고 있고 배우로서 가져온 시간도 있으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려야하지 않을까요? 앞으로는 그래서 더 쉬지 않고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대중들에게 하지원은 모범적이고 강하고 그런 이미지가 있는 거 같아요. 이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각자의 스토리와 아픔들이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로 하지원이 아닌 다른 사람을 이야기할 때 더 자연스럽게 깨고 싶어요.”

그렇게 대답한 그에게 고민이 있느냐고 묻자 “이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쑥쓰러움이 묻어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베테랑 배우라 할 수 있는데도 개봉을 앞둔 지금, 떨린다고 하지원은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의 모습을 보며 현장에서 항상 평판이 좋기로 소문난 이유를 알 법 했다.

“내숭이 없어서 그런 거 같아요. 저는 그냥 현장에서 동네 언니 스타일로 앉아있는 거 같거든요. 현장에서는 스태프들하고 가족이 돼서 살아가니까 동네 언니 스타일이 돼요. 저를 꾸민다든가 그런 거보다 털털하게 가족처럼 지내서 그런 게 아닐까요? 현장에 앉아있는걸 좋아해요, 과자 먹고 모니터 보구(웃음).”

마지막으로 그에게 연말 극장을 찾을 관객들에게 ‘목숨 건 연애’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웃게 해드릴게요”라고 자신감 있게 대답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연말이면 설레고 행복하게 보내야하는데, 시국이 시국인 만큼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웃게 해드릴게요.”

성찬얼기자 remember_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