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이슈데일리 안예랑기자]과거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 아내에게 집착하는 남편으로 분해 찌질한 매력을 보여줬던 최원영이 또 다시 주말드라마에서 그 때 못지않은, 아니 이번에는 가난까지 겸비한 찌질함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지난 달 뜨거운 화제 속에 막을 내린 KBS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최원영은 락 스피릿 충만한 락커 성준을 거쳐 트로트가수 성태평으로 변신, 인격적인 성장을 이루는 캐릭터를 연기해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 35%를 훌쩍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분 좋은 마무리를 지었을 배우 최원영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물 간 가수에서 떠오르는 트로트 신예로 변신한 캐릭터를 맡은 최원영은 "저는 제가 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도 이번 작품을 통해서 알았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극 중 최원영은 '수잔나의 손수건' '오빠가 간다' 등 다양한 히트곡을 남겼다. 실제 가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급의 노래 실력을 보여줬던 그이기에 가수 역할을 위한 준비 과정이 궁금해졌다.

"연습이나 레슨을 따로 받을 시간이 없었어요. '난 노래 잘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기계의 힘으로 녹음하니까 잘하게 들리더라고요.(웃음)"

연습할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쁜 날들의 연속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이어가는 주말 드라마 특성상 긴 호흡을 유지해야 했다. 여러 작품의 드라마를 해왔던 최원영에게도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촬영이 겹쳐서 많이 있을 때는 밤샘 촬영도 있었어요. 지치는 순간이 많긴 했는데 처음 해보는 작업은 아니었으니까요. 짬이 있을 때마다 컨디션 조절하려고 애를 썼죠. 수면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거든요. 젊을 때는 새벽 촬영이 끝나고 배우들끼리 호프 한 잔 하고 그랬는데 세월에는 장사 없더라고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가족, 이웃,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정을 중심에 두고 표현했다. 그렇기에 배우들 간의 관계가 중요할 것 같았다.

"호흡은 정말 좋았어요. 배우들도 가족적인 이야기 속에 긴 시간동안 함께해야 되니까 호흡이나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왔기 때문에 각자 맞춰진 임무와 몫 안에서 잘 맞춰갔죠. 팀 분위기도 너무 좋았어요. 사실 선배 배우 분들이 잘 이끌어 주셔서 그냥 업혀갔습니다 "

▲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사실 최원영이 처음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작품도 주말드라마였다. 2010년 방송된 SBS 드라마 ‘이웃집 웬수’의 최현경 작가는 최원영에게는 은인 같은 사람이었다.

"최현경 작가님이 어떻게 보면 제 은인이시죠. 신인 시절에 KBS 일일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이라는 작품에 한효주씨 상대 배우로 뒤늦게 투입이 됐어요. 그리고 100회쯤 다시 떠났는데 그 당시 작가님이 인상 깊게 잘 봐주셨나 봐요. 대본에 직접 친필로 글을 써서 주셨더라고요. 그렇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웃집 웬수'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어요. 역할을 제안 받고 미팅을 하는데 제작 이사님이 '작가님이랑 친인척 관계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작가님이 원하는 배우를 썼을 때 글이 잘 써지는 게 있는데 꼭 이 배우를 써달라고 저를 추천해주셨대요."

그는 또 주말드라마로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리게 됐다. 드라마 자체로도 큰 인기를 끌었지만 '돌아와요 아저씨' '두 번째 스무살' '너를 기억해' 등 전작에서 다소 강한 이미지를 쌓아왔던 최원영은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었다. 이미지 변신으로 그는 부담감 하나를 던 듯 보였다.

"신선하게 보여질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가발 쓰고 혼자 락한다고 치렁치렁 달고 나오는 모습들이 어떻게 보면 멀쩡한 모습은 아니었잖아요. 이미지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니까 새롭고 저도 연기하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어요. 무엇보다도 시청자들에게 조금 색다르게 다가가려는 태도로 연기를 해야되잖아요. 세월이 가면서 감사하게 일을 계속 하고 있지만 한계라는 점에 부딪힐 수가 있거든요. 그런면에서 숙제라고 생각해요. 고민들을 하죠. 지치지 않게 연기를 할 수 있는 방향"

드라마를 큰 그림으로 봤을 때 가장 크게 변화한 인물은 성태평이었다. 락가수가 트로트가수로, 철부지가 진정한 신사로 거듭났다.

"시작과 종결지점에서 성태평이라는 인물만 놓고 보면 개인의 '성장사'거든요. 인생의 에피소드와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어른으로서의 진정성과 따듯한 마음을 품은 인물. 그렇게 큰 그림을 잡고 시작했어요. 마지막에는 '사람이 너무 득도한 것처럼 신사가 된 거 아니냐.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냐' 이런 얘기도 있었어요.(웃음)"

▲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성태평은 현실의 높은 벽에 막혀 락이라는 '신념'을 포기하고 트로트로 대변되는 '현실'을 택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이 인물이 거기에 대해서 항변하는 대사들이 있어요. '음악만큼 평등한 게 어디 있느냐. 분야가 다를 뿐이지 음악으로 공감을 주는 것은 똑같다고 생각한다'. 락 스피릿으로 똘똘 뭉친 친구가 변신을 결심했을 때 '이 친구가 왜 이걸 수용했지'라는 의구심을 가졌는데 이건 타협을 한 게 아니라 철이 든 거더라고요. 본질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든 거죠."

실제 최원영도 성태평처럼 대중성과 신념의 조화를 위해 고민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연기를 시작하고 누군가에게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꼬리를 물듯 생겼던 상황에서 '다음 작품에서는 색다른 캐릭터로 더 좋은 환경에서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히.(웃음) 그러기가 쉽지 않은 직업이잖아요. 다시 전 작품들을 답습해야 하는 환경이 다가오니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 때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그에게 도움을 준 건 같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던 손현주의 '그냥 해'라는 말 한마디였다.

"손현주 형이 '그거 얼마나 하는데' 그래요. 그래서 '3개월쯤 한다'고 했더니 '그럼 그냥 해' 그러는 거예요. 처음에는 자기 일 아니라고 쉽게 말한다고 생각했는데 형이 '배우의 얼굴에 분이 마르지 않아야 배우다. 너 그거 안하면 그게 연기자니'라고 명쾌한 답을 내려줬죠. 그게 뒤통수를 딱 치더라고요. 그 이후에 역할이 비슷하거나, 만족감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측면에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어요. 비슷한 걸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 그러다보니 조금 더 깊게 연구하고 연기하는 맛도 생기고, 묵묵히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이번 드라마에는 최원영이 연기한 성태평 외에도 각종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최원영은 "우리 작품에 최다 인물이 출연했다더라. 150명이 출연했다"며 웃음 지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신구가 연기한 이만술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이만술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구축해놓고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소동을 신구 선생님의 역할로 잘 꿰어낸 것 같아요. 인간 군상, 다양한 방향성을 이야기 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그 인물을 통해 정서적 감화를 받았다면 큰 그림을 완성한 거죠. 저는 마지막 내레이션을 듣고 소름이 끼쳤어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마지막 장면은 시청자에게도 감동을 줬다. 최원영의 말을 빌리면 '옷과 삶을 일치시키는 삶, 그것이 진정한 신사가 아니겠냐'는 이만술의 말이 '월계수 양복점'의 간판을 걸고, 내리고, 문을 닫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핵심적인 대사였다고.

"드라마를 하고 느끼다보니 굉장히 철학적이고 인생에서 한 번 새겨볼만한 말인 것 같아요. 옷과 삶을 유추해서 말한 대사에 깊은 혜안이 있었다고 봐요.“

드라마 안에서 그들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최원영은 마지막 이만술의 말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화려하고 멋있는 옷을 걸친들 내가 화려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옷이 이 사람을 대변해주고 이야기해줄 수 있을 때 그때서야 멋있는 옷이 된다는 말 같아요.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라는 메시지를 준 거죠.“

인터뷰 내내 최원영은 자신의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본인만의 해석을 들려줬다. 아쉬움과 만족감이 교차하는 말에서는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시청자들에게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항상 숙제처럼 느껴진다는 최원영. 10년의 무명 시절을 지나 믿고 보는 배우가 되기까지 연기에 대한 그의 진지한 태도가 뒷받침됐다. 매번 색다른 연기를 보여주는 최원영이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안예랑기자 yrang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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