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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구]'부러진 화살' 안성기, 국민배우 입증!!

기사 등록 2012-02-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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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2012,감독: 정지영,배우: 안성기, 박원상

[이슈데일리 박혜정기자] 2007년 무렵 판결에 불만을 품은 한 교수가 판사를 석궁으로 위협한 사건이 당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당시 상황과 법정에서의 사실 다툼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입니다. 김경호 교수(안성기)는 대학입시 문제에서 오류를 지적하지만 그것이 원인이 되어 교수재임용에서 탈락하자 교수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학교측과 결탁한 재판부에 의해 패소하고 항소심마저 기각 당하자, 김 교수는 담당 판사를 찾아 가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석궁으로 위협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범죄의 동기 보다는 교수가 석궁으로 재판부를 테러하려 했다는 범죄의 엽기성이 더 부각되었었습니다. 이에 법원은 김교수의 행위를 사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그를 엄단하기로 결정합니다. 석궁 협박은 그 자체만 떼어놓고 보면 확실히 엽기적입니다. 총기나 도검류에 버금가는석궁이라는 살벌한 무기로 위해를 가하려 했다는 사실은 쉽게 용서받기 힘든 일입니다. 게다가 대상도 다름 아닌 판결을 내린 판사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법원의 응징이 예고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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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정에서의 진실 공방에서부터 영화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김 교수는 스스로를 변호하기 위해 법전을 공부하며 매우 공격적으로 재판에 임합니다. 그를 변호하기 위해 채용된 인권 변호사 조차 재판정에서는 그의 조력자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김 교수의 확신에 찬 태도입니다. 그는 이제껏 그 어떤 법정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당당하고 확신에 찬 피고인의 모습으로 법정을 장악하며 관객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전해줍니다.

영화에서 김 교수는 일개 피고인이 아니라 재판의 한 축을 이루는 당사자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의 일관된 논리와 확신에 찬 태도, 그리고 법대로 하자며 관련 법조문을 앞세우는 학구적인 자세는 한낱 일개 범죄인에 불과했던 종래 형사 피고인을 재판의 당사자의 지위로까지 끌어올립니다. 영화는 살인 미수와 우발적 범행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양상이지만, 김 교수는 석궁을 앞세운 협박만 인정할 뿐, 고의적으로 화살을 발사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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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웬일인지 재판부와 검사측은 가해 사실만 받아들일 뿐, 혈흔 감정이나 피해자의 증인 출석 같은 실체적 진실을 검증하는데 필요한 사안은 한사코 거부합니다. 가해 사실과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보여주는 믿기 힘들 정도의 권위적이고 불성실한 행태는 흡사 영화 '도가니' 의 어이없는 재판을 보는 듯 합니다. 법원을 너무 희화화했다는 평가가 없지 않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사법부의 권위적이고 안이한 행태는 우리 사회에 횡횡하는 이른바 강자의 헤게모니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주기도 합니다.

한사코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는 재판부와 너무 무기력한 검사, 그리고 법정을 지배하는 피고인은 그동안 보아왔던 법정 영화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 입니다. 실화를 근거로 제작된 영화라지만,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논증하는건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영화적으로 각색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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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형사 재판이 우리의 생각 만큼 그렇게 이성적으로 다뤄지고 있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죄는 감정적으로 저질러졌어도 재판은 법에 따라 냉철하게 진행되어야 하지만 영화에선 이미 피고인을 사실상 유죄로 인정한 상태에서 재판 과정은 일종의 요식 행위처럼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판정에서의 김 교수의 분노는 바로 그런 재판 답지 않은 재판 과정에서 표출된 것입니다. 그는 석궁 보다 더 실질적인 무기인 관련 법조문이라는 또 다른 화살로 재판부를 향해 끊임없이 진실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습니다.

형사 사건을 다룬 기존의 영화들은 대부분 사실관계의 다툼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만,이 영화는 올바른 법의 적용을 둘러싼 투쟁으로 전개되는게 이채롭습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사실관계의 다툼은 어느덧 법의 적용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으로 전개되는게 이 영화의 특징입니다. "법대로 하자!"나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라고 말하는 김 교수의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어조가 이를 대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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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에게 당해 사건은 반사회적인 '석궁 사건'일 뿐이고, 김 교수는 엽기적인 사건을 일으킨 범죄 피고인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피고인에게 주어진 모든 권리를 묵살하려는 재판부를 상대로 김 교수는 법과 논리를 앞세워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자 합니다. 누구보다 법을 우선시해야 할 법원을 상대로 피고인이 '법'을 앞세워 법정에서 투쟁하고있다는 사실이 무척 아이러니한데, 이것은 사실 이 영화의 주제와도 다름 없습니다.

영화는 법이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거나 힘의 논리에 따라 적용되는데 대한 일종의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법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지않는 한, 언제든 또다른 석궁 교수가 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영화에서 김 교수는 석궁으로 담당 판사를 위협할 정도로 일견 엽기적인 면모도 지니고 있지만, 실생활에선 상당히 온순하고 논리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강자의 헤게모니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신념을 가진 인물로 나옵니다. 석궁 교수라는 다소 엉뚱한 인물임에도 국민 배우 안성기가 역할을 맡음으로써 배역에 신뢰가 더해 졌음도 주목할만 합니다.

박혜정기자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