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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악의 연대기' 손현주 "'숨바꼭질'과 전혀 다르다"

기사 등록 2015-05-1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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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이린기자]“‘악의 연대기’는 무거워요. 열 명의 관객 중 세 명 정도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드라마 속 푸근한 웃음, 어리숙한 표정을 짓던 그 손현주가 정말 맞나 싶다. 배우 손현주 표 맞춤 스릴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빛 하나, 숨소리 하나로 말했다. 잔인하지도 멋을 부리지도 않았지만 관객들의 숨통을 조여 왔다.

‘악의 연대기’는 특진을 앞둔 최고의 순간에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최반장(손현주 분)이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담당자가 돼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면서 더 큰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예측불허의 추적 스릴러.

손현주는 명불허전 연기력을 제대로 인정받은 드라마 ‘추적자’(2012)부터 ‘황금의 제국’(2013), ‘쓰리데이즈’(2014),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그리고 ‘숨바꼭질’(2013)까지 여느 중견 배우의 행보라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강렬하다. 특히 ‘숨바꼭질’에서 한화 스릴러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당연히 여겨진다.

‘악의 연대기’는 ‘숨바꼭질’ 이후 그의 2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반갑게도 손현주의 진면목이 더욱 드러나는 같은 장르인 만큼 영화팬들의 기대가 모아졌다.

“장르는 스릴러로 같지만 전혀 다른 영화예요. ‘숨바꼭질’은 사람이 귀신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이 공포로 다가오죠. 사람의 심리를 잘 만지는 허정 감독이 작품의 빈틈을 교묘히 가린 잘 만든 작품인 것 같아요. 또 문정희와 전미선, 김원해라는 배우가 있었고요. 당시 ‘숨바꼭질’이라는 영화 자체는 큰 평은 못 받았지만 시대상과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악의 연대기라는 시나리오를 받았습니다. 장르는 같지만 전혀 다르더라고요. ‘악의 연대기’는 화려한 액션이나 버라이어티한 장면은 없어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영화들은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하게 있는데 이 작품은 없었어요. 그래서 펼쳐놓고 싶었습니다.”

‘악의 연대기’는 손현주의 시선으로 과거를 따라가며 숨겨져 있던 사건이 파헤쳐진다. 사건 깊숙이 들어 갈수록 떨리는 눈빛만이 오로지 그의 속내를 드러낸다.

“그래서 처음에 밝게 가는 부분은 더 밝게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극의 초반 외에는 관객들에게 친절할 수 없잖아요. 제일 힘들었던 건 고충을 토로할만한 제 동료가 없었다는 거였어요. 무조건 감춰야 하기 때문에요. 그리고 최창식은 영문도 모르고 과거로 쫓아갑니다. 실제 촬영에서 제가 결말을 미리 알아버렸으면 그 때의 감정이 안나왔을 거예요. 최반장의 과거를 원래 몰랐기 때문에 저도 그에게 집착을 안했던 것 같습니다.”

그의 디테일한 감정이 살아 숨 쉬었던만큼 한 신 한 신의 이유가 분명했다. 손현주는 “부산 촬영장에서 머물렀던 방에 항상 마음을 안정시키는 라벤다 향초가 있었다”라고 너스레를 떨만큼 최형사의 감정에 올인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백운학 감독이 있었다.

“책은 각자 보면서 상상을 할 수 있는데 영화는 상상을 못하게 만들지 않나요? 백운학 감독이 상상했던 게 상상이 됐느냐 그리고 여백을 잘 메꿨느냐가 중요했어요. 그리고 역시 그의 디렉션은 예민할 정도로 꼼꼼하고 디테일했습니다. 육체적인 힘든 것 보다는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했습니다. 이렇게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비했던 게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어느 날은 저도 모르게 ‘감독님이 해보시라’고 말 한 적도 있어요.(웃음)”

초심을 잃어가는 최창식 반장.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의 과거와 만났다. ‘시간은 지나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손현주는 늘 그랬던 것처럼 최창식이라는 인물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누구나 적당히 살아가고 적당히 타협했고 적당히 생활의 때가 묻고 때가 묻어도 때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요. 제가 봤을 때 ‘악의 연대기’는 무거워요. 예술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열 명의 관객 중 세 명 정도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의 가해자는 저 자신이까요. 끝나도 시원하게 생각이 들지 않고 찜찜하다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악인과 선인의 기로가 에둘러서 ‘분명 가해자는 나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짙은 여운이 남으실 겁니다.”

연기밖에 모르는 배우다. 캐릭터에 꼭 맞는 옷을 입고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화려한 필모를 작성한 그지만 ‘멋있는 배우’가 되길 원하지 않는 ‘멋진 사람’이었다.

“전 연기의 대가도 아니고 수학 공식처럼 이렇게 연기 해야겠다 생각한 적도 없어요. 컷 사인이 떨어져도 어느 정도 하다가 봐요. 머리를 올리고 싶거나 분장 수정도 물론 하면 좋죠. 하지만 머리가 헝클어지고 메이크업이 좀 지워지면 어떱니까.(웃음)”

이린기자 leelin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