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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도둑놈 도둑님' 김지훈, "어떤 모습이든 보여드릴 준비가 됐어요"

기사 등록 2017-11-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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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하준이기자] 밝고 장난스러운 모습들만 보여줬던 그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던가. 주말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서 냉기 넘치는 진지충 '한준희' 역으로 묵직한 연기 내공으로 이전의 이미지와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성공한 배우 김지훈.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그와 연기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지난 주에 마지막 촬영을 끝냈어요. 50부작으로 길게 호흡하는 드라마다 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 이번에 제가 맡은 '한준희'가 감정의 깊이가 굉장히 깊은 역할이여서 더 길고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래도 무사히 잘 끝낸 것 같아서 보람이 커요."

'도둑놈 도둑님' 이전의 김지훈은 시청자들에게 시크하고 어두운 모습보다는 밝고 훈훈한 모습에 익숙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김지훈은 냉혈한 '한준희'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극과 극인 캐릭터 중에 실제 김지훈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둘 다 저의 모습들 중 일부분이에요. 근데 아무래도 밝고 유쾌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가 촬영할 때도 편하긴 하죠.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밝은 모습으로 있을 수가 없거든요. 그렇게 되면 연기를 할 때 몰입하기가 힘들어요."

실제 김지훈에게서는 며칠 전 드라마 속에서 보던 시크한 이미지와 달리 유쾌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잘생긴 외모와 달리 털털한 매력도 넘쳐흘렀다. 촬영장에서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 같다.

"촬영장은 정말 제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분위기였어요. 일단 제 역할 자체가 촬영장에서 가볍게 있을 수가 없었어요. 연기를 할 때 몰입이 깨질까봐 장난치고 그런 분위기는 안됐던 것 같아요. 모두들 맡은 바를 열심히 하고 혹시나 헤매면 잘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분위기였죠."

▲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주말의 황금시간대에 편성된 드라마인데 비해 시청률이 다소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도둑들의 이야기'라는 신선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어필하지 못한 듯 하다. 출연 배우로서 아쉬움도 많을 것 같다.

"처음에는 미니시리즈 같은 적폐청산과 같은 주제에 가족의 끈끈함을 녹인 이야기로 기획한거예요. 내형은 그렇게 갖추자고 했지만 외형은 주말극이기 때문에 기획대로 끌고가는게 힘들더라고요. 아무래도 시청층이 주로 어머님들이다보니 그 분들의 구미에 맡는 내용들을 가미하게 되고요. 후회는 없지만 아쉬운 부분은 조금 있죠."

김지훈은 '왔다 장보리' 이후로 '우리집에 사는 남자', '크라임씬3' 등에서 색다른 연기를 선보이며 새로운 모습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출연한 주말극들이 모두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일까 주말극 주인공의 이미지가 완전히 벗겨졌다고 단언할 수 없다. 김지훈은 이에 대해서도 소신있게 답변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주말극에 나오는 배우'로 선입견을 가지고 보시는 것 같아요. 저의 다른 모습들도 잘 알고계시는 분들은 잘할거라고 생각해 주시는데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거예요. 이 부분은 앞으로 제가 극복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미니시리즈도 하고 그후에는 영화까지 넓혀가고 싶어요. 저는 어떤 모습이든 보여드릴 준비가 됐거든요."

지난 2010년 영화'나탈리'에 출연한 이후로 브라운관에서만 활동하던 김지훈은 오는 23일 8년 만에 영화 '역모'로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다. 저예산 영화라 부담감이 컸을 법도 한데 어떤 계기로 출연을 결심하게 됐을까.

"소속사 공백기였는데 아는 형이 얘기하더라고요. 감독님이 이런 영화를 만들고 계신데 출연해 보는게 어떻겠냐고요. 시나리오를 보니 괜찮더라고요. 제가 맡은 이인좌 역은 역사 속 인물로 반란을 일으키다가 실패하는 그런 비극적인 캐릭터예요. 저예산 영화의 한계는 이미 알고 있었고 그냥 무조건 열심히 했어요. 2015년 여름에 촬영을 하고 2년 동안 잊고 지내다가 최근에 개봉 날짜가 잡혔다고 연락이 왔는데 뿌듯하더라고요."

▲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굉장히 오랜만에 출연한 영화다. 연기 경력에 비해 많지 않은 영화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작품을 올리게 됐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고생한 만큼 결과도 따를 것. 영화 '역모'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클 것 같다.

"최선은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말씀 드리기가 어려워요. 제가 아직 보진 못했는데 본 분의 말에 의하면 제가 맡은 역할이 여운이 많이 남더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뷔한지 어느덧 16년 차에 접어들었다. 짧지 않은 연차임에도 불구하고 그 긴 시간동안 그는 꾸준하게 연기를 해왔다. 그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은 무엇일까.

"16년 동안 연기에 대한 생각을 놓은 적이 없어요.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 원동력이에요. 연기를 할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하거든요. 가끔 촬영장에서 쪽잠 자고 밥도 못먹는 일이 생길 때가 있어요. 근데 그게 힘들지가 않아요. 그 고통들이 저한테는 기꺼이 즐거워요."

고통마저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고 소탈한 모습과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줬던 배우 김지훈의 행보가 기대된다.

"저는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지훈이 나온다면 보고싶다. 봐도 괜찮겠다.' 대본을 보는 능력이 뛰어나다거나 다른걸 제쳐 두더라도 저라는 사람만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그런 배우요."

하준이기자 llayii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