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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의'잼있게 미술읽기'-뭉크의 '절규'

기사 등록 2011-07-2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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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미술객원 전문기자] 뭉크의' 절규' 누구에 대한 '절규'였을까...??

뭉크 절규.jpg

에드바르 뭉크 [절규],1893년,템페라화,오슬로 뭉크미술관.

1893년에 그려진 절규는 뭉크 자신의 내면적인 고통을 그린 것으로 그의 작품중 가장 유명합니다. 절규의 배경은 다리 위의 거리이지만 사실은 뭉크 자신의 내면의 세계이며 자아의 모습입니다.

'친구 둘과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해질녘이었고 나는 약간의 우울함을 느꼈다.그 때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멈춰선 나는 죽을 것만 같은 피로감으로 난간에 기댔다. 그리고 핏빛 하늘에 걸친 불타는 듯한 구름과 암청색 도시와 피오르드에 걸린 칼을 보았다. 내 친구들은 계속 걸어갔고,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다. 그 때 자연을 관통하는 비명소리를 들었다.'[뭉크의 일기 中]

뭉크에게 있어 그 장소(절규의 배경으로 추정되는 노르웨이 피오르드 해안)는 매우 다른 의미를 가지는 곳이었습니다. 언덕 아래에 바로 정신병원이 위치하고 있었고,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병원에서 종종 미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또 근처에는 방목장과 도살장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뭉크의 절친한 친구였던 칼레 로헨이 문제의 장소 근처에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작품의 배경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뭉크가 그림속에 무엇을 담아 내고자 했는지 짐작할 수있습니다.

충격,불안,경악,절망감 이 모든 것이 뒤엉키어 처참하리 만큼 공포스럽고 해괴한 이 작품을 사람들이 호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뭉크의 절규는 누구에 대한 절규였을까? 인간 내면의 공포와 절망감을 적나라게 드러내고 있는 이 작품은 뭉크 자신이며 이 작품을 바라보는 나 자신이기도 합니다. 언제 어느순간 사람들은 한번쯤 절망감을 느낄데가 있습니다. 작품속 인물처럼 소리 지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어둡고 불안정하며 우울한 인간사마저 포괄할 수 있는 게 바로 예술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희망이나 기쁨 보다 절망과 두려움을 표현한 뭉크는 정말 유니크한 존재입니다.

어쩌면 이런게 뭉크의 작품이 지닌 진정한 가치일지도 모릅니다. 기쁨 보다는 슬픔, 환희 보다는 고통, 희망 보다는 절망, 불안함을 파고드는게 바로 뭉크의 예술세계입니다

뭉크의 작품들은 '남과여'(1898)나 '키스'(1897) 같이 남녀의 욕망이 두드러진 작품들에서 조차 온통 검게 채색되어 있습니다. 나체로 남녀를 그린 '남과 여'에선 에로틱한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암울한 현실에 낙담하듯 우울한 분위기입니다. 검은색이 바탕을 이룬 '키스'에서도 남녀간의 통상적인 애정은 느껴지지 않고, 키스를 하고 있음에도 알 수 없는 괴로움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밤을 지새우거나 키스를 하고 있어도 사랑의 기쁨 보다는 아픔, 즐거움 보다는 고통, 만남 보다는 이별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는게 뭉크의 작품들입니다. 그래서인지 뭉크의 그림들은 보는이들에게 편안함 보다는 불편함을 줍니다다. 이런 불편함 때문인지 그의 작품들은 전시회에 출품될 때마다 언론과 관람객들의 혹평을 견디지 못하고 철거되곤 했었습니다.

뭉크의 그림들이 어둡고 음침한 것은 어린 시절 그의 불행했던 가족사 때문이기도 합니다. 뭉크가 다섯살 되던 해에 어머니가 결핵으로 사망했고, 열네살 되던 해에는 같은 질병으로 여동생 소피마저 사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뭉크 자신도 갖가지 질병으로 어린 시절부터 병약했으며, 몇년 후엔 다른 동생 안드레아스까지 사망했고, 또 다른 여동생 로라는 후에 우울증 진단을 받고 정신병원에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집안 전체가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든 그런 무섭고 고통스런 환경 속에서 뭉크는 유년기를 보냈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우울증과 강박관념에 시달렸다는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그의 불행한 가족사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뭉크에게 있어서 삶은 죽음과 경계선상에 놓인 매우 불안정한 것이었습니다. 뭉크의 집안에 드리워진 그 악령과도 같았던 죽음으로부터 뭉크는 전혀 자유롭지못했습니다. 어쩌면 그런 불안과 공포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가 바로 그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당시 미술계와 관객들은 뭉크가 지닌 원초적인 트라우마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매일 죽음과 함께 살았다. 나는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두 가지 적을 안고 태어났는데, 그것은 폐병과 정신병이었다. 질병, 광기, 그리고 죽음 내가 태어난 요람을 둘러싸고 있던 검은 천사들이었다.'

어머니와 여동생들의 거듭된 죽음과 마주한데다, 뭉크는 훗날 자신의 첫사랑 이었던 유부녀와도 불행한 관계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여성은 고난이었고, 사랑마저 고통과 죽음이었다. 이것이 남녀를 다룬 그림에서조차 검고 어둡게 표현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절규'에는 뭉크가 세상을 알게 되면서 받았던 충격과 공포가 고스란히 집약되어 있습니다. 뭉크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서 '절규'가 차지하는 비중을 깨닫고, 석판을 비롯한 여러가지 버전으로 동일한 작품들을 만들어냈습다. 오늘날까지 뭉크의 '절규' 만큼 '두려움'과 '공포'를 단순화시키고 또 극대화시켜 이렇게 노골적으로 묘사한 작품은 없습니다. 그것은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만이 그려낼 수 있는 극단적인 형태의 표현입니다.

'절규'는 오늘날까지 여러 형태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또 끊임없이 패러디 되고 있습니다. '나홀로 집에'(1991) 포스터에서 맥컬리 컬킨은'절규'의 표정을 흉내내고 있으며,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스크림'(1995)에사용된 할로윈 가면 또한 '절규'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입니다. 이 밖에도 뭉크의 작품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포스터, 만화, 캐리커처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뭉크의 상처받은 삶에서 비롯된 이미지들은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와 연결되면서 20세기 이후 하나의 장르를 형성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에드바르드 뭉크 (1863~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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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리는 선과 색은 모두 내면의 눈으로 본 것이다. 기억에 의존하고, 다른 것을 더하지 않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세부는 그리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내 그림은 매우 단순하고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잊혀진 날들을 떠올리는 나른한 색채는 유년시절의 인상이다. 사실상 나의 예술은 내 자유 의지가 낳은 고백이자, 인생에 대한 관조를 명료하게 드러내려는 시도와 다름 없다. 근본적으로 그것은 내 자의식의 표출이다. 하지만 내 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들 역시 나처럼 자신의 인생을 명료하게 관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정은 pyk73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