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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선균 "사극, 그동안 두려웠지만 가볍게 시작하려 도전"

기사 등록 2017-05-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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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김지영기자]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달콤한 나의 도시’ ‘파스타’ ‘트리플’ 등에서 ‘츤데레’의 정석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동요케 하다 영화 ‘화차’(감독 변영주)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등에선 까칠하고 예민한, 배우 이선균만이 그릴 수 있는 모습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이번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에서는 이선균의 까칠했던 이미지보다는 안재홍과의 훌륭한 호흡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사극을 시도하지 않았던 건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은 것도 있지만 약간 두려운 면도 있었어요. 사극 드라마를 보면 로맨틱 코미디장르의 드라마보다 훨씬 길거든요. 30대 때는 이미지 때문에 사극이 안 들어온 것도 같지만 영화의 경우에는 제가 하지 않은 것도 있어요. 그런데 마흔 넘어가니까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시기에 정통사극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영화의 경우에는 가볍게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했어요.”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지만 원작과 많은 차이가 있다. 단지 임금과 신하가 호흡을 맞춰 사건을 풀어나간다는 점만 동일하고 그 외에는 전혀 다른 것들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

“사관하고 임금이 잠행해서 사건을 파헤쳐나간다는 것, 이 이야기만 같고 나머지는 다 달라요. 심지어 원작에서 주인공들은 꽃미남이에요. 그런데 저한테 이 시나리오가 와서 감독님한테 오히려 후회하지 않겠냐고 묻기도 했어요. 허락해주면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 해서 하겠다고 했죠. 작품 자체는 정말 잘 포장돼 있는 기성복 같아요. 너무나 멋지게 잘 만들어져 있는 캐릭터기 때문에 제가 아닌 누군가 해도 멋지게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이 옷을 입고 어떻게 놀까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죠.”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 이선균은 모든 사건을 직접 파헤쳐야 직성이 풀리는 총명한 왕 예종으로 분했다. 이 때문에 궁궐 안에 있는 시간보다 직접 사건을 쫓아다니고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신입 사관 이서(안재홍)와 완벽한 ‘케미’를 이룬다.

“예종이 다재다능하고 어떻게 보면 히어로같이 못 하는 게 없는 왕이에요. 너무나도 완벽해서 스스로도 재수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죠.(웃음). 그런데 이런 부분들에서 실제 제 모습이 보였다는 것은 이 작품이 사극 같지 않은 편안함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 저의 모습이 많이 표현된 것도 같고요. 왕이기 때문에 멋있게 보이기만 하면 과할 것 같아서 재홍씨 역할도 그렇고 둘이 코믹스러운 부분은 허술하게 보여야 반전의 효과가 크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덤 앤 더머‘처럼 보이더라도 편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가야 좋지 않을까 하고 재홍씨랑 얘기를 많이 했어요.”

▲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완급조절을 해가며 극을 이끌어가는 이선균과 안재홍이지만 이들의 호흡이 처음부터 찰떡같이 맞지는 않았다. 안재홍 역시 이번 작품에서 큰 비중을 맡은 적은 처음이었기에 고민이 많았고 이를 모르지 않았던 이선균은 많은 대화를 나누며 후배 안재홍을 리드했다.

“영화 예고편에서 제가 활을 쏘고 재홍 씨한테 너는 뭐냐고 물어 보는 장면이 처음 만나는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재홍 씨가 한 참을 뜸들이고 대답을 하는 거예요. 너무 안 맞았죠. 왜 그렇게 늦게 대답 하냐고 물어보니까 첫 촬영이라 긴장을 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왕 역할이 처음이라 애드리브도 못 치겠고. 고민이 많았어요. 이런 부분은 재홍 씨랑 이야기를 하면서 풀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4회 차 촬영 끝나고 감독님이랑 밥을 먹고 편의점에 있는 맥주를 사서 같이 마셨어요. 그때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그 시기를 넘어서니까 말투도 편하게 나오고 예종 캐릭터의 변주가 되는 계기가 됐어요. 좀 더 가벼워지는 계기요.”

그동안 이선균은 다수의 작품에서 급박한 상황 속, 흐름을 이끌고 가야하는 캐릭터들을 연기해왔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혼자가 아닌 안재홍과 함께 호흡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고 때로는 훈훈함을 뽐내기도 한다.

“재홍 씨랑 ‘브로맨스’할 때 너무 편했어요. ‘케미’마다 주는 에너지가 있는데 둘이 이번에 할 때는 에너지가 충돌해서 하는 ‘케미’가 아니에요. 가령 ‘끝까지 간다’에서는 충돌하는 ‘케미’라고 볼 수 있지만 재홍 씨랑은 만담처럼 했던 것 같아요. 제 스스로 코믹연기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건 재홍 씨가 잘 받아줘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는 여유롭게 공격한다는 점이 차별 점인 것 같고요.”

사극을 처음 시도한 이선균이지만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 매끄럽게 극을 이끌어 나간다. 그럼에도 그는 “전생에 왕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기존에 선배님들이 하셨던 왕 연기를 참고했어요. 어미가 다 비슷하니까 단조로워 보일까봐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톤도 질러보고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리고 처음에는 말투보다 큰 공간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이 많이 신경 쓰였어요. 대신들은 저한테 크게 말하는데 나도 그렇게 크게 말해야하나 하는 걱정도 있었고요. 그런데 몇 회 차 지나니까 모든 게 비슷했어요. 사극이라고 딱히 다른 건 없었어요. 그리고 왕 연기하는 게 기분이 좋다고들 하는데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런데 전 용포 입는 것 보다 잠행 나갈 때가 더 좋더라고요. 잠행 나가니까 행동도 훨씬 자연스럽고. 용포를 입으면 할 때 마다 신경써야하거든요. 사극 의상이 주는 걸 무시 못해요. 미술에 큰 부분을 차지하니까 씬을 찍을 때마다 너무 귀찮았어요. 그래서 귀찮아서 왕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죠.(웃음)”

▲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선균은 충무로에서는 쫓고 쫓기는 추격신을 찍고, 미스테리를 풀어 나가다가도 드라마에서는 독보적인 음색과 로맨틱한 면모로 많은 여성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스스로도 “한 때는 로맨틱 가이였다”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과 잘 맞는 장르를 꼽기보다는 대중들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어느 장르가 잘되고 대중들한테 사랑을 받으면 그 이미지로 인식이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끝까지 간다’같은 작품이 잘되면 비슷한 장르가 굉장히 많이 들어와요. 그리고 그 기준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은 그 작품이 되는 거죠. 저는 단지 선택을 받는 입장이에요. 제가 쌓아온 캐릭터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것 보다 이제 들어오는 역할들이 로맨틱 코미디, 트렌드한 드라마대신 다른 장르들이 들어올 것 같아요. 이제 고민해 봐야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김지영기자 b33151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