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박정은의 '잼있게 미술읽기'ㅡ한여인의 바라본 두남자

기사 등록 2011-08-08 09:14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박정은 미술객원 전문기자] 똑같은 하나의 대상을 보고도 그 대상을 어떤 시점에서 바라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기억하기도, 표현되어지기도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보다는 '나한테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시점으로 바라 보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표현된 작품중에는 고흐와 고갱이 그린 '지누부인'있습니다. 똑같은 모델을 놓고 같은 아뜰리에서 같은 시간에 그림을 그렸는데 고갱과 고흐가 표현한 지누부인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고흐는 1888년 프랑스남부 아를시에 있는 자신의 아뜰리에 노란집으로 고갱을 초대, 2개월쯤 함께 살게 되었는데 그 사이 그려진 작품중 하나가 위의 작품 '지누부인'입니다. 작품의 모델 지누부인은 아를린 역전에서 남편과 카페를 운영하는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를 집으로 초대하여 그림을 함께 그렸는데 당시 고갱은 지누부인의 오른쪽 얼굴이 잘 보이는 문앞에 앉았고 고흐는 반대로 모델의 왼편이 잘보이는 창가에 앉아서 그렸습니다.

고갱은 지누부인의 둥근곡선과 함께 완만한 눈썹, 넓고 둥근코, 턱까지 동그랗게 표현한 반면 고흐는 각진 눈썹과 뾰족한 코와 턱으로 대부분 모든선을 날카롭게 지누부인을 표현하였습니다. 작품의 제목 또한 고갱은 실존하는 인물을 무시하고 지누부인의 초상화를 '아를의 밤의카페'로 제목을 바꿔 놓았습니다. 그래서 지누부인이 앉아있는 탁자 위에 고흐가 그린 그림에서 보여지는 책이 아니라 술병이 놓여 있는 것입니다. 고갱이 표현한 지누부인은 카페 탁자위에 앉아 손님들을 곁는 짓으로 보고 있으며 부인의 뒤에는 반고흐가 좋아서 모델로 삼았던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고갱은 이 사람들을 그리면서 경멸하는 듯한 느낌이 깔려있음을 느낄수 있습니니다.

고갱이 베르나르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그림에 앉아있는 여인들은 창녀들이라고 표현했으며. 또한 창녀들과 술을 마시는 수염이 긴 남자는 바로 반고흐가 좋아하는 우체부 였습니다.

고흐는 우체부가 술을 많이 마신다는걸 알면서도 그의 해박한 지식과 사람좋은 인간성을 존경하여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다정한 아버지상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반면 고갱이 그린 우체부는 창녀들과 술을 마시며 잡담이나 하는 술 주정꾼 한량으로 표현 되어져 있습니다.

고갱은 보이는것만 그리지 않고 생각과 상상도 함께 그렸으며 고흐는 자신이 느껴지고 보여지는 있는 그대로 표현했습니다.고흐가 바라본 '지누부인'과 고갱이 바라본 '지누부인'은 전혀 다른 심성을 지닌 사람으로 표현되어져 있습니다. 똑같은 하나의 대상을 보고도 그 대상을 어떤 시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표현 되어진 작품입니다.

한 여자를 바라본 두 남자의 전혀 다른 시점을 그려낸 영화 '나탈리'가 생각 납니다. '나탈리'는 극중 주인공 모습을 조각상으로 만든 조각상의 이름입니다. 영화는 조각가 황준혁에게 평론가 장민우가 찾아오면서 과거를 회상 하면서 풀어놓은 두사람의 대화속에서 전혀 다르게 기억되고 있는 한여자를 바라본 두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에서도 똑같은 대상을 두고 어떤 시점으로 바라 보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기억 하기도 표현 되어 지기도 합니다.

지금 나는 상대를 어떤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또 상대에게 나는 어떤 시점으로 비춰지고 있을까요?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는 것도 삶의 좋은 지혜가 될 듯합니다.

박정은 pyk73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