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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 ‘여자의 비밀’ 소이현, 흑과 백을 넘나드는 ‘우아한 연기’

기사 등록 2016-08-3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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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상록기자] 2년의 공백이 무색했다. 더욱 여유롭고 강렬해진 소이현은 대사와 장면을 완벽하게 가지고 놀며 존재 자체만으로도 흡입력을 나타낼 수 있는 명품 배우임을 입증했다.

29일 오후 7시 50분에 방송된 KBS2 일일드라마 ‘여자의 비밀’(연출 이강현,극본 송정림) 44회에서는 아버지 강경익(박철호 분)에 이어 어머니 송현숙(김서라 분) 마저 사고로 잃게 된 후, 채서린(김윤서 분)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강지유(소이현 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그야말로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 그동안 늘 남을 배려하고,유순한 모습을 보여줬던 아름다운 백조 강지유는 억울함과 한이 잔뜩 서린 ‘흑조’로 변신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기댈 곳도 없는 그에게 이제 복수라는 두 글자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캐릭터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이질감 없이 나타내기 위해서는 배우의 기본적인 연기력이 뒷받침 되야 한다. 그리고 소이현은 그 필수 조건을 빈틈 없이 채워내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특히 이번 회는 소이현의 모든 역량을 볼 수 있었던 ‘연기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지유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송현숙의 장례를 마치고 집에 온 후 허탈감과 먹먹함,슬픔이 뒤섞인 지유의 심경을 표현해냈다. 연신 땅을 치고 울면서 “엄마 없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냐”고 절규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가슴 찡한 울림과 눈물이 저절로 날 만큼 대단한 몰입도를 선사했다.

이후 그동안 자신과 얽혀있던 모든 일들이 홍순복과 연관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챈 후에는 차분하지만,싸늘한 눈빛으로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분위기를 나타냈다.

강지유가 이전에 자신과는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고 말했던 홍순복을 떠올린 후 “아니,우리는 아는 사이야,왜냐면 넌 채서린이 아니라 홍순복이니까…”라고 조용히 말하는 장면은 소이현의 절제된 듯하면서도 힘이 묻어나는 표현력이 압권이었다.

이외에도 소이현은 송현숙의 죽음 때문에 자신을 원망한 동생 강지찬(권시현 분)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감싸며, 그간 주를 이뤘던 강지유의 이미지도 흔들림 없이 소화해냈다. 찬물과 더운물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소이현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 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강지유는 진한 화장을 하고 검은색 의상을 입은 채 유만호 회장(송기윤 분)의 집에 돌아왔다. 자신을 내쫓으려는 채서린의 면전에 “저는 회장님 뵈러 왔습니다”라고 나지막하게 말하는 그의 한마디는 짜릿한 전율을 일으켰다. 세상의 모든 풍파를 모두 겪어낸 강지유의 거센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100부작 ‘여자의 비밀’은 어느덧 절반에 가까운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이제부터 주인공 강지유의 본격적인 복수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긴박감 넘치는 전개와 배우들의 흠잡을데 없는 연기는 드라마의 상승세를 더욱 굳건하게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소이현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엄마가 된 후,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그의 눈부신 연기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여자의 비밀’을 선택할 이유는 충분하다.

(사진=KBS2 '여자의 비밀' 캡처)

김상록기자 honjk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