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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그래 그런거야’ 남규리 “대중들의 사랑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기사 등록 2016-08-2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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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상록기자] 커다란 눈망울과 오똑한 코, 살아있는 인형을 보는 듯한 화려한 외모. 남규리의 완벽한 비주얼은 그간 배우로서의 진정한 역량을 볼 수 없게 하는 걸림돌이 되었던 면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를 통해 보여준 남규리의 모습은 이 같은 편견 어린 시선을 보기 좋게 깨트리며 진정한 연기자로서의 도약을 이뤄냈다.

이제 배우라는 이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남규리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 32세의 인간 남규리가 느끼는 결혼,삶의 가치관을 차분하고 깊이 있는 목소리를 통해 전달 받았다.

드라마의 종영을 불과 3일 앞둔 지난 18일 진행된 인터뷰. 남규리는 다소 지친듯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반짝이는 눈빛을 나타냈다. “연기를 안하고 있을때가 오히려 더 힘들다”고 말했던 그는 천상 배우임에 틀림 없었다.

“촬영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조금 힘들었지만,계속 연기를 하고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상황이 좋았어요. 저는 일을 안하고 있으면 더 힘들고 답답해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드라마를 하면서 더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이 많았는데,약간 빨리 마무리되는 감이 있어서 조금 아쉽기도 하고 시원섭섭해요. 그래도 제가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너무 좋은 기회였고, 함께 한 스태프,배우분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지난 2월 13일 첫 방송된 ‘그래 그런거야’는 54부에 이르는 장편 드라마다.긴 호흡이 필요한 촬영 기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데에는 서로를 신뢰하고 아껴주는 출연진들간의 환상적인 팀워크가 결정적이었다.

“모든 분들과 가족처럼 잘 지냈어요. 제 또래 배우들과 감독님하고는 뒤풀이도 자주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죠. 아무래도 드라마의 구조 상,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인 것 같아요. 드라마를 하면서 평소 안면이 없었던 분들하고도 정말 친해지는 계기가 됐죠”

이순재,강부자,김해숙,임예진… 드라마에는 기라성 같은 대배우들이 출연하며 극의 중심을 탄탄히 잡아줬다. 연기 경력만 기본적으로 수 십년을 훌쩍 넘는 대선배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남규리에게 뚜렷한 본보기가 됐다.

“워낙 쟁쟁한 대선배님들과 함께 하다 보니까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연기 공부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중간 중간 연기할 때 힘들었던 적도 있었는데,그럴 때마다 선생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 잡았죠.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축복이고,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어요”

“임예진 선배님이 이런 저런 말씀을 해주시고,저를 잘 챙겨주셨어요. 김해숙 선배님도 정말 많이 도와주셨고요. 특히 한 순간도 대충하는 적이 없으세요. 또, 촬영장에서 어린 후배들을 아우르는 모습을 보면서 ‘괜히 대배우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김수현 작가.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진 스타 작가. 그는 2010년 SBS 드라마 ‘인생이 아름다워’ 이후 남규리와 두 번째 인연을 맺었다. 젊은 배우로서는 흔하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걷고 있는 남규리는 이번에도 김수현 작가의 부름에 응했다.

“김수현 선생님이 저한테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저로서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했어요. 마침 밝은 역할을 하고 싶었던 찰나에 제의가 들어와서 기뻤어요”

남규리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인 1968년부터 작가 생활을 해온 김수현. 43세라는 두 사람의 나이차 만큼,남규리에게 있어 김수현 작가는 단순히 존경하는 것을 넘어선 특별한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작품을 두 번 했지만,김수현 선생님은 아직도 어려워요. 마치 하늘과도 같은 분이랄까…이상하게 처음 봤을 때 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선생님의 기대에 맞는 좋은 배우가 되야 한다는 마음 가짐이 커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6년만에 만나니까 ‘그동안 날 어떻게 보셨을까’ 하며 신경이 쓰이기도 했고요. ‘인생을 아름다워’를 했을 때 보다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흐른 만큼,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극중 남규리가 맡은 이나영은 밝고 활발하지만 조금은 철부지 같은 면도 지니고 있는 배우 지망생이다. 그는 30대 초반의 나이에서 오는 설정을 비롯해 어딘가 묘하게 닮은 나영과 자신의 모습들을 맞춰가며 사실적인 캐릭터를 구현했다.

“나영이는 밝고 즉흥적인 면이 있는 친구에요. 제 성격이 나영이와 딱히 닮은 부분은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위해 미래를 설계해나가는 주체적인 행동이나 생각은 꽤 닮았어요. 그런 부분을 볼 때면 김수현 선생님이 ‘저를 알고 쓰시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랍고 소름이 돋았어요(웃음)”

“나영이가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려다가 배우를 했던 사실 때문에 거절을 당하는 적이 있는데,저도 100%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예전에 작품 오디션을 봤을 때, 더 어린 친구가 합격한 적이 있었거든요. 극중에서 나영이라는 캐릭터가 방황하고 배우로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모습들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어요”

김수현의 드라마는 대사량이 유독 많기로 유명하다. 여기에 장면마다 배우에게 길게 초점을 맞추는 특유의 화면 구성은, 연기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면 다소 버거울 수도 있는 상황. 남규리는 누구보다도 많은 연습과 노력을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장면의 상황과 상대방의 대사까지 외우면 많은 대사를 소화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전체 그림을 알고 표현한다면,그 신을 제가 계산하는 대로 가지고 놀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대본의 정확한 숙지가 필요해요. 대사에 들어있는 전체적인 뜻과 의미를 알고 있으면 굳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억지로 외우려 하지 않아도, 그게 온전히 머리 속에 들어오죠”

“꼭 김수현 선생님의 작품이 아니더라도,어느 작품이든 잘 해낼 수 있는 단계까지 가는 과정은 힘들다고 봐요.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하고 집중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남규리의 상대역 정해인은 이제 데뷔 3년차에 접어든 젊은 배우다. 두 사람은 극 중 영혼의 동반자 답게,촬영장 밖에서도 남매처럼 서스럼 없이 지냈다. 여기에 서지혜,왕지혜 등 비슷한 나이대의 여배우들하고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등,드라마의 따뜻한 분위기가 실제 생활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었다.

“해인이 하고는 따로 만나서 연기 연습도 하고,밥도 같이 먹으면서 편하게 지냈어요. 이제는 진짜 누나,동생 같은 느낌이 들어요. 서지혜,왕지혜씨와도 나이가 비슷하다 보니까 관심사도 비슷하고 촬영할 때 의지가 많이 됐어요. 또 드라마에서 왕지혜가 저를 살짝 질투하면서 투정을 부리는 신들이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너무 귀여운 거에요. 그 장면을 찍을 때 웃겨서 NG를 엄청 많이 냈어요. 나중에는 서로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사랑만을 바라보고 험난한 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유세준-이나영 커플. 시속 150km대의 직구처럼 용감하고 솔직한 그들의 사랑은 드라마 내내 많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과 감동을 동시에 자아내며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되짚어 보게 했다. 결혼을 위한 현실적인 조건이 부족한 세준을 끝까지 믿고 이끌어준 나영의 모습은 남규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가치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도 나영이와 같은 선택을 했을 거에요. 이미 마음에 들어왔는데,조건이나 그 사람이 가진 것이 없다고 해서 만날 수 없다는 게 더 힘들지 않을까요. 나머지는 같이 만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성향은 나영이와 굉장히 비슷해요”

“그래도 세준이처럼 마음이 자주 바뀌는 남자는 별로에요(웃음). 나영이는 그렇게 남자가 몇번씩이나 밀어내도 사랑하지만,제가 그런 상황에 놓이면 더 이상 못 만날 것 같아요. 그건 신뢰가 깨지는 문제라고 보거든요. 조건이나 사람을 떠나서 줏대가 없는 남자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

2005년 데뷔한 남규리는 어느덧 30대 초반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는 대선배인 배우 윤정희의 결혼 생활을 언급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사랑의 완성을 위한 단계로 꼽았다.

“아직까지 결혼은 너무 막연하게 다가와서 깊게 생각해 본적은 없어요. 또,주변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더 그런 것도 있고요. 결혼하면 ‘그냥 가족이다.’,남자들이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말을 할 때 유난히 그랬죠(웃음)”

“예전에 윤정희 선배님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런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평생의 반려자와 영원히 함께 하는 느낌이요. 그때부터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분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함께 걸어가는 결혼 생활의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셨죠. 남편분이 아직도 머리를 직접 만져주고 빗겨주시는 그런 면들이 정말 대단한 것 같지 않나요? 너무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럴 수가 있나 싶은 거에요. 두 분이 정말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그런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장면을 온전히 이해하는 모습과 안정적인 대사 전달력, 과하지 않으면서도 상황에 절묘하게 맞춘 유연한 감정 연기. 남규리는 ‘그래 그런거야’를 통해 상당히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쯤 되면 만족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의 연기에 대한 욕심과 열정은 끝이 없었다.

“제 사전에 만족은 없어요(웃음). 항상 아쉬운 점만 보여요. 아마도 죽을때까지 그럴 것 같아요. 일에 있어서는 욕심이 많아요. 다른 것보다 연기력에 있어서는 그런 생각이 끊이질 않는 편이에요”

“어떤 작품을 하든 항상 열심히 하려고 하기 때문에,그게 잘됐든,안됐든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하기 위해 들였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20대와 30대의 남규리. 그때와 지금에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은 분명 많은 변화가 있었을터. 그는 당장의 인기에 연연하기 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배우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몇 년간 자신의 앞을 감쌌던 아이돌 출신 배우의 이미지를 조금씩 벗겨내고 있는 남규리. 이제 연기자로서의 첫 번째 전성기가 다가올 날이 머지 않았다.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30대 초반의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상황과 감정,그런 느낌들을 살릴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것이 목표에요. 그렇게 되면 저도 제 연기를 보면서 공감도 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팬들은 제가 무엇을 해도 늘 사랑하고 응원해주시니까 늘 감사하고 힘이 됩니다. 설령,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도 연기를 할때 만큼은 모두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남규리라는 사람 자체를 항상 좋아해달라고 말씀드릴 순 없으니까요. 모두가 나를 좋아하고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건 큰 욕심인 것 같아요. 예수님이 아니잖아요(웃음) 심지어 예수님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런 부분은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오랫동안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이에요. 이제는 연기로 말하고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사진=이슈데일리 조은정 기자)

김상록기자 honjk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