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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케치] '페스트', 천재적 창작 뮤지컬로 '선구적 메시지' 제시한다!

기사 등록 2016-06-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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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근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천재가 국경을 넘어, 시대를 넘어 만났다. 20세기 프랑스 실존주의 대문호 알베르 카뮈와 9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 잡은 가수 서태지의 조합이다. 세기의 스테디셀러 ‘페스트’와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음악. 두 천재가 창조한 역작이 결합되면 어떠한 거대 시너지로 거듭날까.

30일 오후2시 서울 성동구 행당동 디노체 컨벤션에서는 뮤지컬 ‘페스트’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배우 김다현, 손호영, 박은석, 오소연, 걸그룹 피에스타의 린지, 김도현, 윤형렬 김수용, 조휘, 조형균, 그룹 보이프렌드의 정민, 박준희, 황석정, 김은정, 이정한 등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페스트’는 페스트가 번진 혼돈 속 고통스러운 세상, 숨 막힐 듯한 위협적 상황에서 부조리를 논한 알베르 카뮈의 소설을 원작으로, 서태지의 주옥같은 음악이 만난 창작 뮤지컬이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는 먼저 제작진이 작품을 소개했다. 먼저 김민석 기획제작총괄은 서태지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든 계기로 “2007년부터 막연하게 생각해왔다. 서태지 매니지먼트를 해오며 음악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고, 스토리로 엮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라며 “사실 뮤지컬 분야를 잘 모르는 서태지를 설득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과정을 밝혔다. 그는 이어 “스토리보드를 6년간 써왔다. 내가 전문가들과 상의해서 설득하니 나중에는 협조하더라. 지금은 완전히 지지해주며 신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서태지가 한 번은 와서 직접 감상할 것”이라고 언질 했다.

송경옥 책임프로듀서는 ‘페스트’의 탄생 히스토리에 대해 “주어진 소재인 서태지의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들면서 대표님께서 미션을 주셨다. 스토리와 편곡적인 문제였다. 대본작업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세 팀을 꾸려 작업했다”라며 “처음에는 카뮈의 책을 읽고 저항정신, 연대정신이 서태지와 잘 맞아떨어지더라. 책의 파편적이고 합리적인 부분 또한 서태지와 닮아있더라”고 카뮈와 서태지의 공통점을 들었다. 또 “1~4집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면 잘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20년간 작업한 주옥같은 곡이 너무 많더라. 최대한 모든 노래를 담아 작업하려 했다”며 연출에 신경 쓴 부분을 언급했다.

노우성 연출가는 “처음에는 카뮈라는 작가와 서태지라는 아티스트가 표현하는 예술을 뮤지컬이라는 장르 안에서 잘 접목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제작진이 거의 강제 합숙하면서 공을 들여 작품을 만들었다”라고 말문을 열며 “카뮈는 당시 1차 세계대전 후 인간이 상실한 저항정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페스트’가 21세기 대한민국에 닥쳤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에 대해 다뤘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김성수 편곡·음악감독은 “무대로 옮기며 계속 수정 작업을 한다. 첫 번째는 스토리, 두 번째는 창작자 입장에서 흥미로움이 전달되도록, 세 번째는 서태지의 색깔이 많이 묻어나도록 신경을 썼다”고 편곡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말했다. 더불어 “‘서태지가 마음에 들어 하더라’는 얘기를 들었다”고도 작품의 완성도를 자랑했다.

이어서는 ‘페스트’ 출연 배우들의 뮤지컬 넘버 시연이 펼쳐졌다. 곡 작업 참여 영상으로는 저널리스트 랑베르 역을 맡은 배우 윤형렬이 부른 ‘버뮤다 트라이앵글’이 선보여졌다. 두 번째로는 오랑 시립병원 신임원장 리유로 분하는 손호영과 박은석이 ‘슬픈 아픔’을 직접 열창했다. 또 랑베르 역의 김도현이 ‘제로(Zero)’를 폭발적인 연기와 함께 멜로디를 섞어 부르며 애절한 감성을 전달했다. 마지막으로는 김다현, 윤형렬, 오소연, 조형균, 이정한이 함께 ‘코마(Coma)’를 합창과 함께 압축적으로 선보였다.

이후 출연진 인터뷰에서 손호영은 정의롭게 저항하는 오랑 시립병원 신임원장 리유로 분하며 “일단 부담감이 있긴 하다. 어렸을 때부터 서태지의 노래를 많이 따라불렀고 존경했기 때문에 그렇다”며 “새롭게 편곡된 곡을 부르면서 즐겁게 연기하고 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이어 ‘페스트’에 출연하게 된 계기로 손호영과 같은 리유 역의 김다현은 “서태지의 음악을 뮤지컬에 녹여낸다는 고민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은석은 “한국 가수의 곡으로 작업하는 게 처음이다. 뮤지컬 내용과 음악이 잘 맞는 것 같았다”며 그 동안 출연한 작품들과의 차이점을 들었다.

여 주인공 식물학자 타루 역의 오소연은 “원작에서는 남자 역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여자로 나온다. 또 식물학자라는 배경이 추가됐다”라며 “리우 옆에서 저항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아름다운 인물이다”라고 자신이 맡은 타루 역을 설명했다. 같은 역의 피에스타 린지는 “3년 전 ‘하이스쿨’에 참여하고 두 번째 뮤지컬 작품에 참여한다”라며 “가요프로그램과는 달리 긴 호흡으로 라이브를 진행한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이라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도현은 자신이 맡은 랑베르 역에 대해 “관객 시점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여러분과 같은 인물이라 보면 된다”고 자신이 맡은 역할의 기능을 언급했다. 윤형렬은 “내가 어릴 때부터 즐겨듣던 음악들 중 ‘하여가’를 가장 좋아했다”라고 서태지의 수많은 히트곡 중 가장 선호하는 노래를 말하며 “점점 서태지의 목소리를 따라갔지만, 그늘을 벗어나 우리만의 정서로 ‘페스트’를 소화하는 게 숙제였다”고 덧붙였다.

김수용은 “원작에서는 철저하게 현실 세계와는 기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면, 우리 작품에서는 ‘페스트’라는 상황 설정 속 오랑시의 기득권층을 대표하는 악역 캐릭터를 표현했다”고 자신이 맡은 역 코타르에 대해 전했다.

그랑 역으로 등장하는 청년 3인방 중 조형균은 “그랑들 끼리 ‘수련의 방’이라고 기타 연습을 이야기 하는 메시지방이 있다”라고 돈독한 친분을 과시했다. 보이프렌드의 정민은 생애 첫 뮤지컬을 한 소감으로 “처음에는 실감이 잘 안 났지만, 막상 연습을 하다 보니 너무나 멋진 배우들 사이에 있으면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정말 큰일났다’ 싶었다”고 긴장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하고 있으니 많이 많이 보러 와 주세요”라고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며 손하트를 날리기도 했다. 박준희 역시 첫 데뷔작에 참여하며 “대충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밤낮 가리지 않고 고민하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음을 전했다.

잔 역을 맡은 김주연은 “정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열정을 불태웠으며, 파격적인 탈색 헤어에 반짝이 의상을 입고 참석한 리샤르 역의 황석정은 “아직도 얼떨떨하고 감사하다. 1930년대 노래를 부른 작품을 하다가 여기 와서는 랩을 할 줄 알았다”라며 “이 작품을 하게 된 것이 운명이라 생각한다. 최근 메르스 등의 사태를 보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할까에 대해 고민했다. 왠지 운명적 지시라고 생각했다”고 작품 참여 당시 처음 든 생각을 드러냈다. 또 그는 “카뮈의 작품을 좋아하기도 했고, 서태지의 노래를 높이 평가했다. 원작에 없는 유일한 역을 맡으며 이번에는 악한 연기를 한다”며 새로운 연기 확장을 밝혔다.

‘페스트’는 강렬한 록음악과 잔잔한 클래식이 만나 일단 음악적으로 혁신적인 작품을 꾀한다. 여기에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며 우리가 울부짖어야 할 목소리를 대변하는 작품으로 기존 뮤지컬과는 파급의 규모가 다를 것으로도 전망된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 역시 과거의 연속으로 시대정신을 잃었는지 모른다. 이러한 시점에서 등장한 ‘페스트’가 관객들을 넘어 일반 대중들에게 선구적인 작품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한편 ‘페스트’는 7월 22일부터 9월 3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한해선기자 churabbit@